살아가면서 누구에게나 한 번쯤 소중한 만남으로 기억될 인연이 있을 것이다. 생각해 보니 지나온 과정마다 시기에 맞게 나에게 찾아와 준 것은 신문이었다. 신문은 나에게 인연의 통로가 되어준 소중한 역할을 했다.
첫 번째 인연은 초등학교 때였다. 좋아하던 친구가 있었다. 공부도 잘하고 예쁘게 생겨 늘 주변으로부터 사랑받던 친구다. 그 친구가 몸이 아파 오랫동안 학교에 나오지 못했다. 선생님께 주소를 여쭤 친구 집으로 찾아갔다. 친구는 가정형편이 어려워 신문 배달을 하며 집안일까지 돌보고 있었다. 우린 그동안 못 한 이야기를 나눴고, 친구 몸이 나을 때까지 내가 대신 신문을 배달하기로 했다. 친구 몸이 회복된 후에도 나는 계속해서 신문을 배달했다. 배달하고 남은 신문은 책 읽기를 좋아하는 나에게 더없이 좋은 벗이 되었다.
내가 20대에 접어든 대한민국의 1980년대는 몹시도 혼란스러웠다. 방황했던 그 시절 나는 잠시라도 한국을 떠나고 싶었다. 하지만 가정 형편상 유학은 꿈도 꿀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도서관에서 신문을 보다가 해외개발공사 광고를 보게 됐다. 싱가포르지사 필립스 모집광고였다. 회사를 찾아가 궁금한 점을 물어보고 귀찮을 정도로 쫓아다녔다. 일곱 번째로 찾아간 끝에 기회를 얻었다. 그 후 3개월 뒤, 필립스에서 컴퓨터 분야 보조로 싱가포르에 가서 일하는 행운을 얻었다. 나는 타국 생활로 많은 변화와 소중한 경험을 했다. 성숙한 삶의 진로를 고민하고 또 다른 나를 발견했다. 타국에서의 활자화된 또 다른 언어로 만났던 신문, 신비로운 세계는 지금도 잊지 못한다.
세 번째 만남 또한 경이롭다. 페이스북을 하다 오래된 지인을 찾고 싶어 우연히 이름을 올렸다. 오타로 성이 다른 낯선 이를 알게 된 것이 강원일보였다. 신문에 관심이 많았지만 지방지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었다. 강원일보와 인연이 된 후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외국 생활을 해서일까. 강원일보에 대한 관심이 크다. 짬이 나는 대로 인터넷으로 강원일보를 만나고 있다. 기자블로그를 검색하다가 `자녀에게 신문구독권을 선물하자'라는 칼럼을 읽게 되었다. 어린이강원일보는 지방지인데 반세기 동안 어린이들을 위한 신문을 만들고 있었다. `강원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준다'는 글이 내 시선을 잡았다. 대도시에 비해 문화 혜택이 적은 어린이들을 매주 찾아가는 어린이신문이야말로 어린이들에게 꿈과 사랑이 아니겠는가?
그 일에 동참하고자 나는 어린이강원일보를 후원하고 있다. 우리 어린이들이 어린이강원일보를 인연으로 읽기 습관을 기르며, 더 넓은 세상과의 좋은 인연을 맺기를 희망한다. 내일 만날 신문 안에는 또, 어떤 인연이 기다리고 있을까!
전 라파엘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