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 2-1 울산 : 차(車) 2개를 뗀 전북은 가까스로 3경기 무승을 끊고, 전주성에서 승리했다.
(A매치주로 인해 양 팀은 주전 선수들 중 일부를 사용할 수 없는 상태에서 경기를 치뤄야만 했다)
이번 A매치 주에 가장 큰 타격을 받은 K리그 클럽팀을 꼽자면, 리그 선두를 달리는 전북(이재성, 이주용, 최보경, 윌킨슨)과 언제나 국가대표팀 선수를 많이 배출하는 울산(김승규, 정동호, 임창우, 제파로프)이었다. 특히나, 전북의 엔진역할을 해오던 이재성이 빠진 전북과 무적의 수호신인 김승규가 빠진 울산, 각각 칼과 방패를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 두 팀은 전주성에서 마주쳤다.
울산 원정에서 2대1 승리를 거둔 전북, 하지만 지난 3경기동안 무승을 거두면서 주춤하고 있었다. 리그와 ACL를 병행하던 탓에 선수들의 체력이 많이 떨어진 것이 주요 문제이기도 하지만, 주전에 비해 로테이션으로 돌릴 수 있는 선수들의 기량의 격차가 제법 크다는 것도 문제점이었다. 게다가 지난 3경기에서 전북이 거둔 득점은 2골에 불과, 화력이 막강하다고 자부하던 전북에게 있어서 다소 민망할 부분이다.
울산은 제주와의 홈경기에서 2대0 완승을 거두면서 기나긴 무승의 사슬을 끊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전주 원정에서 거둔 마지막 승리는 2010년 시즌이라는 것이고, 2013년 최절정의 전력을 구축할 때에도 전주성에서는 무승부에 그쳤을 정도로 전주징크스를 겪고 있다. 무엇보다 지난 홈경기에서 패배를 맛본 울산에게 있어, 이번 경기는 복수할 기회이자, 자신들의 징크스를 깨뜨릴 절호의 찬스인 셈이다.
비슷하면서도 다른 듯한 양 팀의 4-4-2 운용
(양 팀 다 4-4-2 전술을 사용하였지만, 라인 간격이라던지 투톱 운용 등에 있어서는 확연히 달랐다.)
최강희와 윤정환, 빅클럽을 꾸려나가는 두 감독은 공교롭게도 똑같은 4-4-2 포메이션을 꺼내들었지만, 경기를 운용하는 면에 있어서는 서로 다른 4-4-2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비슷해 보이면서도 전혀 다른 4-4-2의 격돌이었다.
전북의 4-4-2는 다분히 횡(橫)적인 라인 배치였다. 최전방에 있는 이동국과 에투를 동일선상에 배치하면서 두 명의 타겟스트라이커 역할을 부여하였고, 이재성의 공백을 메꾸기 위해 에닝요를 1.5선까지 전진시켜 프리롤처럼 측면에서 두 선수의 뒤를 지원하는 역할이었다. 그리고 이주용이 결장하다보니, 레오나르도가 이 날은 왼쪽의 모든 공격을 도맡았다. 사실상 전북의 F4에게 공격을 맡기고 플랫4는 수비에만 전념하는 형세였다.
울산의 4-4-2는 종(縱)적인 성향이 짙은 편이었다. 최대한 공간을 많이 쪼개어 전북이 자유로이 움직일 수 없도록 압박하는 것이 1차 목표였고, 이명재에게 공격적인 오버래핑을 맡기는 대신 구본상에게 지속적인 수비가담을 요구하면서 전북의 F4 봉쇄를, 그리고 공격 작업에 윤활하도록 김신욱에게 섀도 스트라이커를, 양동현에게 타겟 스트라이커 역할을 주어 다양한 역할로 주도하는 것이 울산의 최종 목표였다.
전술적인 내용에 있어서 우위를 점했던 것은 원정팀인 울산이었다. 중앙을 세분화하여 곳곳에 배치해둔 덕분에 전북이 전방까지 빌드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커트의 연속이었다. 이재성이 있었다면, 분명 전북은 중앙에서 직접 전진하여 최전방까지 볼배급이 되었겠지만, 이재성이 빠지니 중앙의 간격이 너무나 크게 느껴졌다. 그렇다보니, 이동국이 2선까지 내려가야만 했다.
그리고 에닝요와 레오나르도의 측면 돌파도 전반전에는 봉쇄당했다. 베테랑인 김영삼은 레오나르도를 효과적으로 움직임을 막아 레오나르도의 부정확한 크로스를 유도하였고, 이명재는 에닝요가 전진하지 못하게 한 발 앞서 그를 차단한 후, 바로 역습의 시발점 역할 노릇을 했다. 게다가 정훈-장윤호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실수를 하는 등 전북의 전반전은 제법 힘들었다.
김치곤의 컴백이 미치는 영향
일전에 영국 스카이스포츠 채널에서 EPL를 한 획을 그었던 수비수였던 게리 네빌과 제이미 캐러거가 가장 뛰어난 센터백의 조건에 대해 논쟁을 펼쳤던 적이 있다. 캐러거는 안정적인 플랫4 라인을 구축하면서 일(一)자형 라인으로 조율하는 센터백이 진정한 센터백이라고 평가한 반면, 게리 네빌은 스페인이나 브라질같은 경우에는 헤라르드 피케나 다비드 루이즈 같은 전진형 센터백과 커맨더형 센터백이 공존하면서 공수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센터백들도 월드클래스라 평가받기에 정답이 없다고 말했다.
이 이야기를 갑작스럽게 꺼내는 이유는 바로 김치곤의 컴백으로 인한 울산의 수비라인이 어떻게 변화하였는지 설명하기 위한 부가설명이다.
(울산의 주장, 김치곤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바로 수비라인 조율이 되고 안되고 차이다)
울산의 주장 김치곤은 지난 4월 대전 원정 이후로 무려 두 달간 부상으로 전력에 이탈하였다. 공교롭게도 그가 빠지면서 그나마 수비라인을 잡아줄 수 있는 이재성까지 탈장으로 부상으로 동반이탈하였고, 울산은 단 한 경기도 승리하지 못했다.
일단 김치곤이 빠졌을 때, 울산 수비라인의 문제점은 수비수 4명의 개인 전술과 역할은 합격점이다. 하지만 그동안 선발로 나왔던 정동호-김근환-유준수-임창우 이 4명 중에서 수비라인을 총괄적으로 조율할 수 있는 커맨더는 없었고, 그렇다보니 빌드업을 하기 위해서는 중앙미드필더들이 내려와야만 하는 문제가 생기고, 결정적인 순간에 선수를 놓치는 사태도 번번히 발생하여 김승규는 강제로 '울산의 데헤아모드'였다.
김치곤이 컴백하면서 울산의 수비라인 변화는 크게 2가지를 꼽을 수 있었다. 첫번째는 그가 라인을 조율하면서 플랫4가 안정화되었고, 골문을 지키는 골키퍼 입장에서도 다소 안도감이 생겼다(그 덕에 유준수나 이명재는 마음놓고 전진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를 중심으로 후방 빌드업이 가능해지면서 울산은 더이상 사이드 중심의 한방의 역습으로만 공격전개를 하지 않아도 된다. 울산의 이상적인 센터백은 누가 뭐래도 김치곤이다.
최절정 기량을 유지중인 이명재와 양동현
(울산에서 가장 폼이 좋은 이명재와 양동현이 만들어낸 합작)
전반 종료 직전, 김태환이 반대편으로 올려준 긴 크로스를 김승준이 받아 이명재에게 연결하였고, 그는 곧바로 자신의 날카로운 왼발 크로스로 전북의 파포스트 쪽으로 연결하였고, 김신욱은 포스트 플레이로 수비와 골키퍼의 시선을 빼앗았고, 양동현은 힘으로 밀어부쳐 조성환을 떨쳐내고 다이빙 헤딩으로 시즌 7호골을 성공시켰다. 제주전에 이어 울산은 2경기 연속 선제골을 기록하였다.
최근 울산의 젊은 레프트백인 이명재와 스트라이커 양동현의 폼은 울산 선수들 중에서 가장 최절정이라 해도 무방하다. 양동현은 전북전 포함하여 리그 15경기에 출전하여 7골을 기록하여 리그 득점왕 경쟁을 겨루고 있는 한 명이다. 김신욱이 침체로 득점포 가동을 하지 못하고 있는 와중, 그의 선전은 울산에 그나마 힘이 되는 부분이며, 양동현 자신에게도 2011년 시즌 기록(11골)을 갱신하는 데 도전하는 듯 하다.
이명재는 국가대표의 호출까지 받은 정동호에 의해 비록 로테이션 멤버로 활약하고 있으나, 지난시즌과 달리 경기에 출전할 때마다 공격적인 오버래핑과 날카로운 왼발 크로스를 보여주면서 무시못할 존재감을 피력하고 있다. 그리고 이번 경기까지 포함하여 6경기에 벌써 2개의 도움까지 기록하는 등 수치상으로는 오히여 정동호나 임창우를 웃도는 모습이다.
결국 판을 바꾸는 것은 전북의 F4
(전북의 F4는 자신들의 능력으로 결국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려놓았다.)
전반 종료 직전에 실점을 한 전북은, 매섭게 몰아부치기 시작했다. 가장 위협적인 모습을 보였던 이는 F4 중 이동국과 레오나르도였다. 레오나르도는 F4 중 가장 많은 슈팅(5개, 유효슈팅은 3개)을 기록하면서 김승규를 쉴새없이 괴롭혔고, 이동국은 위협적인 쇄도와 번뜩이는 터닝슛으로 울산의 골문을 조준하였다. 그리고 후반전이 시작하면서도 에닝요와 에두까지 가세하여 울산의 수비를 무너뜨리기 위해 고군분투하였다.
57분, 레오나르도는 상대 선수의 키를 넘기는 로빙 패스로 이동국에게 연결하였고, 이동국은 반대편에 있는 에닝요에게 패스했다. 이 때, 에두는 세컨볼을 따기 위한 일종의 예비동작을 취하고 있었다. 에닝요는 중앙에 달려들어오는 레오나르도에게 깔아주는 패스를 하였고, 레오나르도는 강력한 오른발 중거리슛으로 울산의 골문을 위협했다. 김승규가 동물적인 감각으로 선방했지만, 에두가 쇄도하는 것까진 예측할 수 없었다.
이 장면에서 김영삼이 에두를 놓치지 않고 끝까지 따라가서 수비했더라면, 실점을 안할 수도 있었던 장면이었다고 할 수 있겠지만, 확실히 전북이 이기기 위해서는 F4(이동국-에두-에닝요-레오나르도)가 직접 득점에 가담해야한다는 공식이 또 한 번 증명되었다.
인생사 새옹지마 : 교체카드의 나비효과
(이 경기의 승부를 갈라놓은 건 어쩌면 교체카드로 판가름 난 것이 아니었나 싶다)
인생사 새옹지마(人生史 塞翁之馬) 라는 말이 있다. 사람의 앞일은 예측할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한데, 이 경기가 딱 이 고사성어에 적합했었다.
전반 35분, 김승규가 국가대표 차출로 인하여 이희성이 간만에 선발출장하였으나, 이동국과 충돌하여 팔부상을 입고 교체할 수 밖에 없던 상황이었다. 불가피하게 울산은 김승규를 투입하면서 첫번째 교체카드를 사용하였다. 이희성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김승규가 투입된 이후, 전북의 숱한 슈팅을 대부분 김승규가 막아냈다. 고비 때마다 김승규의 신들린 선방은 전북의 화력을 무색케 하였다.
하지만 첫번째 교체카드를 골키퍼 투입에 사용해버리면서 울산은 후반전에 사용할 수 있는 카드가 딱 두 장이었고, 다소 신중하게 사용해야만 했던 상황이었다. 여기서 69분, 울산은 두번째 교체카드를 꺼내들었는데, 김치곤을 빼고 그 자리에 김근환을 투입시켰다. 김근환을 투입시킨 것이 아니라, 왜 김치곤을 빼야만 했냐는 점이다.
김치곤이 두 달여 만에 부상복귀 후 치른 경기이기에 섣불리 90분 풀타임 소화하는 데 무리가 있다고 윤정환은 판단했을 것이고, 최소 승점 1점을 벌어놓겠다는 계산까지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때 빼야만 했던 선수는 김치곤이 아니라 중원에서 활로를 만들어주지 못하고 불필요한 움직임을 보였던 하성민이어야만 했다. 애초에 마스다를 투입시키려다가 말았던 점을 봤듯이, 울산은 분명 중원에서 경기를 풀어나가지 못했던 상황이다.
차라리 김치곤과 김근환을 센터백으로 두어 커맨더-파이터형으로 역할을 분배하고, 멀티 플레이어 능력이 되는 유준수를 중원으로 끌어올리는 방법도 분명 있었다. 그럼에도 윤정환은 여기서 돌이킬 수 없는 실책(?)을 범하면서 뜻하지 않게 역전패라는 나비효과를 불러 일으켰다.
반면, 전북은 시종일관 사이드백(특히 이재명의 불안함)이 울산의 윙어들에게 먹혀서 공격전개는 커녕 수비하는 데에도 상당히 버거운 모습을 보여왔다. 하지만 최강희는 약점이 그대로 노출되었음에도 교체하여 보강하기 보다는 때를 기다리면서 교체 타이밍을 늦게 가져가기로 했다. 결국 구멍이었던 이재명이 승부를 뒤집어놓을 때까지 권순태의 선방에 의존하였고, 승부를 뒤집은 뒤에 전북은 재빨리 약점보완격으로 교체를 단행했다.
김태환 vs 이재명
이 경기의 승부처는 김태환과 이재명의 대결이었고, 이 대결에서 울산은 승리를 굳힐 수도 있었다. 이주용 대신 선발로 기용된 이재명은 시작 휘슬이 울려펴진 이후, 시종일관 김태환을 상대로 막아내는 횟수보다 돌파를 허용하는 횟수가 많았고, 김태환에게 위협적인 장면까지 그대로 허용하면서 위기를 자초한 원흉격이었다. 실제로 울산이 위협적인 찬스를 만들어냈던 부분도 김태환이 위치한 오른쪽 측면에서 많이 이뤄졌었다.
하지만 99%를 달성했어도 1%를 마저 채우지 못하면, 100%가 될 수 없듯, 김태환은 이재명과의 1대1 대결에서 매번 이겼음에도 승부를 결정짓지 못하는 1% 아쉬움을 보여주었다. 혹은 김태환이 김신욱이나 기타 동료 선수들에게 연결하는 킬패스가 그들의 실수로 허공으로 날아가는 모습을 보이면서 울산은 스스로 밥상을 걷어차버렸다. 두고두고 후회할 장면들만 연출하였다.
(시종일관 불안한 모습을 보였던 이재명, 결승골을 기록하면서 역적에서 영웅이 되었다)
76분, 김승규의 볼처리 미스로 인해 전북이 얻은 코너킥에서 에닝요는 니어 포스트 쪽으로 올렸고, 이재명은 정확하게 헤딩으로 울산의 골망을 흔들어 2대1 역전드라마를 만드는 영웅으로 변모하였다. 그 전까지 김태환 때문에 맥을 못추렸던 그였는데, 이 한 골로 인하여 그를 선발로 내세운 최강희의 안목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보였다.
75분간 왜 이주용이 선발로 나왔고, 이재명이 후보로 전락했는지 보여주었으나, 단 한 골로 인해 이재명은 김태환과의 1대1 대결에서 사실상 판정승을 거두었다. 반면, 김태환은 자신이 날려버린, 혹은 동료가 날려버린 결정적인 득점찬스를 생각하면 두고두고 땅을 칠 것이다.
A매치로 인하여 양 팀 다 각각 4명씩 결장해야만 했던 상황에서(물론 울산은 김승규가 교체투입되면서 3명 결장으로 봐야 맞을 것이다), 무승부를 기록할 것이라는 예측이 유력했는데 전북은 그러한 예측을 깨뜨리고 단독선두를 유지함과 동시에 3경기 무승의 사슬을 끊어냈다. 곧바로 다음 경기가 2위인 수원 원정이기 때문에 그 전에 앞서 귀중한 승리를 얻은 셈이다.
울산은 징크스를 꺨 수 있는 문턱까지 왔다가 도로 되돌아가버렸다. 무승을 깨고 2연승을 달리나 싶었으나, 이번 전북전까지 포함하여 후반에만 13실점을 기록하는 치욕을 맛보며 또다시 지키지 못하는 약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다행스러운 것은, 김치곤이 복귀하면서 수비라인이 안정화될 것이라는 점이고, 그렇기에 인천과의 홈경기가 낙관적일 수도 있다는 점이다.
원문 : http://blog.daum.net/manutdronaldo/65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