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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은 학교 구성원들에게 이별의 달입니다. 새 학년이 눈앞에 선명해지는 달이기도 하지요. 동료 교사들과, 평생을 교직에 계시다가 퇴직하시는 선배 교사들과 이별의 인사를 주고받으며 마지막 남은 아이들과의 이별도 준비합니다. 매년 써왔던 마지막 엽서를 올해도 진행할지 고민이 됩니다. 아이들을 보내며 성적표에 담아둔 말들, 장점 찾기에 참여해 아이들의 장점을 찾아주며 하고 싶었던 말들을 선물했다 생각했는데 엽서에 쓸 말이 남아있을까 생각을 해보게 되었죠. 몇 날 며칠 고민하다가 문득 아직 아이들에게 미처 해주지 못한 말이 생각났습니다. 헤어지는 날, 아이들에게 말하려다 끝내 말하지 못하고 울먹이곤 했던 기억이 있어서 올해는 엽서에 담아 전하기로 합니다.
“네가 우리반이어서 선생님이 최고의 해를 보낼 수 있었어. 이제 교실이 아닌 곳에서 서로 생활하겠지만, 선생님은 언제 어디서나 너의 편이 될게.”
너희가 아닌 ‘너’에게 이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엽서 쓰기를 늦게 시작한 탓에 며칠이 걸려도 작업의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올해는 이상하게도 한 번에 5장 이상을 쓰기가 쉽지 않았어요. 손목이 시큰거리고 펜을 눌러 잡은 중지가 아파서 아침 저녁으로 나누어 써야 했습니다. 적지않은 나이를 새삼 실감하며 시간을 쪼개어 종업식날 아침까지 엽서를 썼습니다. 두 명을 남겨두고 잠들었는데 바쁜 아침에 쓰다 보니 평소보다 늦게 출근을 했습니다. 매일 불을 켜둔 환한 교실에서 아이들을 맞았는데 오늘은 일찍 등교한 누군가 불을 켜두길 바라는 마음을 안고 출근합니다. 행동 패턴은 습관이라고, 종업식 날마다 평소보다 늦게 출근하는 나의 모습을 봅니다. 그 행동 속에 숨겨진 나의 마음도 알아차립니다. 이별을 미루고 싶다....
그날은 교실에 들어서면서부터 눈물을 참느라 혼났습니다. 아이들의 얼굴만 봐도 울컥 눈물이 나고, 벌써 눈가가 촉촉해진 분홍이와 몇몇 여자아이들을 보면 더 눈물이 났지요. 종업일은 5교시가 예정되어 있어 하루 종일 눈물 속에서 보낼 수는 없기에 조금 더 참아보기로 합니다. 후배들에게 물려줄 책상을 정리하고 교실을 깔끔하게 만들며 마음을 가다듬고 마지막 서클을 진행했습니다.
서클 속에서 함께 우리 반에서 가장 좋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웃음 짓기도 하고, 속상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친구간의 오해와 안 좋은 기억들을 풀며 마음의 먼지를 털기도 했어요. 올해 함께한 친구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와 우리가 함께한 시간들을 ‘다섯 글자’로 표현하며 서로에게 마음의 인사를 고했습니다. 마지막 소감에서 ‘좋았어요.’가 아닌 ‘진심어린’ 소감을 나누는 모습을 지켜보며 ‘아이들도 오늘이 마지막 서클인 것을 알고 있구나.’ 하는 찡함과 어느덧 성장한 아이들을 지켜보는 뿌듯함이 있었습니다. 우리편 7기가 될 후배들에게 응원과 격려의 편지를 쓰고 마지막 시간, 그동안 써왔던 엽서를 나누어주며 아이들을 한 번씩 안아줍니다. 학년이 끝남과 동시에 전학이 예정되어 있던 연두는 놀이공원에서 엄마 손을 놓쳐버린 아이처럼 서러운 큰 울음을 터트렸습니다. 여학생들의 눈시울이 붉어지며 순식간에 교실은 눈물바다가 되었고, 남학생들은 눈물을 들키지 않으려고 모여서 ‘울지마세요.’를 연발했어요. 아이들을 보내고도 눈물이 멈추지 않아 연신 눈물을 닦고 있는데 두 분의 어머님이 교실을 찾아주셨습니다. 수업을 마치고 쉬이 자리를 뜨지 못하고 나라를 잃은 것처럼 큰 소리로 울고 있는 연두와 노랑이, 분홍이와 함께 있다보니 눈물이 멈추지 않아서 방문해주신 어머님들께 감사하다는 말 대신 손을 꼭 맞잡았습니다.
그렇게 아이들이 떠나간 텅 빈 교실에서 이사를 준비합니다. 올해를 마지막으로 인근 학교로 발령이 났거든요. 4번의 해가 바뀌는 동안 귀하고 소중한 인연을 만들어준 학교에 감사합니다. 교육은 존재와 존재의 만남이며 그 안에서 삶과 삶이 만나 서로의 삶을 성장시킨다고 하지요. (서동욱, 생활교육으로 세우는 회복적 학교, 피스빌딩) 그동안 아이들과 더불어 성장해 온 시간들에 감사합니다.
4년 동안 지녔던 짐들이 많아 쓰레기 봉투가 가득 찼습니다. 들어보니 제법 무겁습니다. 어떻게 버릴지 고민하고 있는데 복도 창문 위로 키가 큰 남학생 두 명이 서성대더니 교실 문을 두드립니다. 4년 전 함께 생활했던 (이)영우와 (최)영우입니다. 이제 고등학생이 된다며 선생님이 생각나 인사차 들렀다고 합니다. 함께 쓰레기를 버리고 근처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습니다. 오늘 떠나보낸 아이들도 언젠가 영우와 영우처럼 훌쩍 자란 모습이 되겠지요? 마지막 날까지 선물 같은 아이들과 선물 같은 추억을 가득 안겨준 학교에게 작별을 고합니다. 새로운 학교에서 써내려갈 이야기와 함께 이제 새로운 학교에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