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클 합창단 근황 511번째 글입니다. 공연 95일전이고, 연습 횟수로는 공연 전 17번째,
그러니까 16회의 연습을 남겨둔 날입니다. 오늘은 2월 두번째 연습일인데, 2월 연습은
이제 2번밖에 남아 있지 않고, 그 마지막 연습날에 뮤클 합창단의 사활을 걸고 있음은 앞
선 후기에서 밝힌 바 있습니다. 지금 상황으로 보면 이번 주에 설 명절 연휴가 끼어 있어
조금 어수선한 편인데, 의외로 오늘 상당히 긍정적인 조짐이 나타나 그나마 마음이 조금
놓입니다. 그 조짐은 언제나 그렇던 것처럼 참가 인원 문제입니다. 오늘 참가 인원은 소
프라노 5, 앨토7, 테너 4, 베이스 4이었습니다. 전 파트가 4명 이상씩이고, 모두 합해서
모두 20명입니다. 소프라노의 수가 조금 부족하기는 한데, 지금 나오기로 예정된 사람을
다 더하면 9명이 된다네요. 앨토도 8명 정도 확보되는 모양이고 남성팀은 다 합하면 11
명쯤 됩니다. 그러면 모두 28명이니까 여기에 몇 명만 객원으로 합하면 공연할 인원으로
는 충분할 듯 합니다. 결과는 2월말에 얼마나 모이느냐에 달려 있지만 아무튼 저번 주의
위기 상황만 비하여 본다면 일취월장의 경지가 아닐 수 없습니다. 확실히 뮤클 합창단에
게는 저력이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되네요.
그런데 근래에 와서 거의 드물 정도였던 20명대의 인원이 모임에도 불구하고 연습의 내
용을 보면 조금 걱정스럽습니다. 사실 공연 날짜는 95일후로 다가왔고, 연습 횟수로도 1
6번 정보 밖에 남아 있지 않은, 그러니까 거의 공연이 임박해 있다고도 할 수 있는 상황인
데, 최근들어 새로 영입된 단원들이 부쩍 많아졌고, 기존 단원들도 사태를 너무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는 탓인지 오늘의 연습상황은 다소 불안정했습니다. 연습은 처음에 발성으로
부터 시작해서 박쥐 합창곡의 [왈츠1번], [2번], 미사곡의 <쌍투스>부터 <도나 노비스 파
쳄>까지 불러 본 것인데, 발성 때부터 시작해서 결과는 썩 좋지 못했습니다. 통상 발성을
할 때는 좋은 평가가 나왔었는데, 이상하게도 오늘은 그렇지 않더군요, 아무래도 발성부
터 목을 지나치게 누르는 듯한 경향이 너무나 강했나 봅니다.
그런데 박쥐 합창곡 연습에 들어가면서 문제는 좀더 심각해졌습니다. 오늘따라 지휘자는
왈츠곡 연습을 상당히 심도 있게 해 나갔는데, 그러다 보니 여기저기서 문제가 불거졌습
니다. 지휘자는 무엇보다도 경쾌하고 즐거운 왈츠 분위기를 내기 위하여 노심초사하고
있었는데, 우리가 그에 호응하지 못한 이유는 대부분의 단원들이 아직 정확한 음정과 박
자를 잡고 있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지금 MR이 각자에게 배포되어 있고 각자 마음만 먹
으면 엄밀한 예술적 효과 이전에 정확한 음정과 박자 정도는 어느 선까지 충분히 장악할
수 있을 듯 한데, 노래를 부르기 위한 그런 기본적인 여건도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이니
지휘자가 추구하는 그런 경지는 도무지 올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따로 시간을 낼 수 없다면 전체 연습 전이나 중간중간에 정확한 음정과 박자 연습은 충분
할 정도로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음정 박자가 제대로 정비되어 있지 않으면 아
예 음악을 할 수 없는데, 지금의 형국은 부분부분 빵땜하듯이 음정 박자를 맞추어 가며
곡을 만들려 하니 연습을 끌어가는 사람이나 연습에 임하는 사람이나 고달프기만 합니
다. 이제 와서야 지휘자는 정확한 음정과 박자가 얼마나 중요한지 장황하게 설명을 하기
시작하는데, 지휘자가 직접 저런 것을 언급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에서 우리 단원들의 책
임이 큽니다. 그 중에서도 각 파트의 수석들은 새삼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게 되네요. 나
개인적인 경우로 보자면 집에서 뭐 별 하는 일도 없는데 왜 그대도록 연습에 소홀히 했는
지 매번 반복하는 반성을 해 봅니다.
그래도 박쥐 합창은 곡이 그렇게 난해하지 않아서 조금만 연습하면 되겠다는 자신감을
갖게 합니다. 지휘자는 꼭 거창하게 시간을 내지 않더라도 틈틈이 시간을 내어 곡의 음정
과 박자를 익히는 습관을 들이라고 신신당부를 했습니다. 처음에는 1번부터 4번까지 다
연습하려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은 지금까지 말한 여러 사정 때문이었을 겁니다.
모쪼록 빠른 시간에 정상화될 수 있기를 간절하게 바래 봅니다.
1부는 박쥐 합창 연습을 하고 2부는 미사곡 연습을 했는데, 미사곡은 저번에 연습한 <크
레도> 이후인 <쌍투스>부터 <베네딕투스> 그리고 <도나 노비스 파쳄> 부분입니다. 저번
주에도 이야기한 바 이지만 이 부분은 자칫하면 놓치기 쉬운 부분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다른 부분들보다도 더 낯설게 다가올 수 있는 부분입니다. 오랫동안 악보를 놓고 있었던
상황에서 마치 처음 악보를 보듯 불러 나갔는데, 저번에 한번 씩은 다 불러 본 곡이기 때
문에 완전히 엉터리로 부르지는 않았지만 연습을 꾸준히 해 오지 않았다는 표시는 바로
나타나더군요. 지휘자도 말했지만 뻔히 아는 부분 같은데도 그냥 음을 뭉개고 지나가는
듯한 부분도 종종 나타났습니다. 아! 일 순간 긴장의 끈을 놓으면 이렇게 되는구나!! 그때
당시 그냥 무심코 불러내었던 부분도 새롭게 불러 보니 영 낯설기만 하고, 음정을 완전히
장악했다고 여겼던 부분도 그렇게 만만치 않다는 것이 드러나더군요.
하기야 지금 예전에 우리가 공연했던 작품들의 악보를 꺼내들고 한번 불러 보면 전혀 불
러지지 않는 것을 여러번 경험했습니다. 그러니 그토록 오랫동안 연습의 손을 놓고 있었
으니 안불러지는 것이 당연한 것이겠죠. 특히 마지막 <도나 노비스 파체>을 부를 때는 완
전히 총체적 난국이라는 극단적인 혼란 상태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이 정도는 아닌데 왜
이리 되었지? 우리들도 어처구니가 없어 실소만 흘리고 있는데, 지휘자도 어이가 없다는
듯이 ‘전혀 평화스럽지가 않다’며 헛 웃음만 날립니다. 오늘 처음 온 신입단원들에게 우
리의 이런 모습만 보인 채 난다면 나중에 다시 오지도 않을지 모르겠다면 마지막으로 ,키
리에>를 불러 보자고 합니다.
마지막 <키리에>를 다 불렀을 때는 시간이 이미 10시에 임박해 있어서 서둘러 연습실을
빠져나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오늘의 연습은 연습 내용으로 보면 그렇게 알찬 연습이라
고는 할 수 없는데, 그래도 우리의 평소 연습상황이 전체 연습에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는 충분히 알 수 있었고, 이제는 정말 제대로 된 전체 연습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인원은
확보 되었으니, 우리의 노력 여하에 따라 이때까지의 어떤 공연보다 더 좋은 공연도 할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을 확보할 수 있었음은 불행중 다행이라고 하겠습니다.
저번 주만 하여도 이번 공연을 접을 뿐 만 아니라 합창단을 해산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노심초사했더랬는데, 오늘은 이번 공연을 훌륭하게 치러 낼 뿐 아니라 앞으로 더더욱 좋
은 공연을 이어 갈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에 부풀게 합니다. 비록 오늘의 연습 상황은 다
소 불안정 했지만 그것이 지휘자의 기량 부족이나 단원들의 실력 부족이 아니라 단지 우
리가 평소 가지고 있던 그 치열한 진정성이 제대로 발휘되지 않을 따름일진저, 지금이 바
로 우리 앞길을 활짝 열어나갈 분기점임을 인식하고 더더욱 개인 연습에 매진할 것을 다
짐하며 오늘의 연습일지를 닫습니다. 이렇게 길은 닫힌 듯 하더니 다시 열리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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