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2장 제물론(齊物論) 10절
[본문]
정신과 마음을 통일하려고 수고를 하면서도 모든 것이 같음을 알지 못하는 것을 ‘아침에 세 개’라고 말한다. 무엇을 ‘아침에 세 개’라고 하는가?
옛날에 원숭이를 기르던 사람이 원숭이들에게 도토리를 주면서 “아침에 세 개 저녁에 네 개(朝三暮四)를 주겠다”고 하자 원숭이들은 모두 화를 냈다. 다시 “그러면 아침에 네 개 저녁에 세 개 주겠다”고 하자 원숭이들은 모두 기뻐하였다.
명분이나 사실에 있어 달라진 것이 없는데도 기뻐하고 화내는 반응을 보인 것도 역시 그 때문이다. 그래서 성인은 모든 시비를 조화시켜 균형된 자연에 몸을 쉬는데, 이것을 일컬어 ‘자기와 만물 양편에 다 통하는 것’이라 한다.
[해설]
장자는 “모든 것이 같음”을 ‘하늘의 균형됨(天均)’과 ‘양편에 다 통함(兩行)’이라고 말한다. ‘하늘의 균형됨’은 자연에 있어서는 차별이 없음을 나타낸다. 자연이 만들어내는 만물은 크기와 모양 등 다양하지만, 자연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같고 그들 사이에 가치 차이가 없다.
‘양편에 다 통함’이라고 할 때 양편은, 만물 중 하나인 자기(自己)와 만물이 서로 통하고 있음이다. 그리고 대소(大小)와 고저(高低) 등의 반대되는 것과 유무(有無)와 생사(生死) 등의 모순되는 것들 양편(是非)이 서로 통하고 있음이다. 이때 ‘통하고 있음’은 양편이 존재론과 인식론에서 공유(公有)하며, 가치론에서 공평(公平)함을 의미한다.
이렇게 양편이 공유하고 공평한 것은 그것이 하나가 되어서(爲一) 같기(同) 때문이다. 장자는 이러한 같음을 모르는 것을 조삼(朝三)이라고 말한다. 물론 이때의 조삼(朝三)은 ‘아침에 세 개’라는 의미이며, 조삼모사(朝三暮四)의 약자이다. 조삼모사는 ‘아침에 세 개 저녁에 네 개’라는 말이다. 그리고 이 조삼(朝三, 아침에 세 개)은 조삼모사(朝三暮四)와 조사모삼(朝四暮三, 아침에 네 개 저녁에 세 개)가 하루라는 긴 기간에서 보면 7개로 같은데도 이 같음을 모르는 어리석음을 지적하는 우화(寓話)이다.
장자는 노자의 『도덕경』중 어디에서 ‘모든 것이 같다’는 것을 발견했을까? 필자는 56장에서 발견했을 것으로 추정(推定)된다.
노자 『도덕경』 56장
[본문]
어떤 대상이든 한정형식으로 구분해서 이름 붙일 수 있어야 그 대상을 비로소 무엇이라 말할 수 있는데, 진실로 있는 것은 이름으로 불리어 분별되기 전의 상태이기 때문에 이것을 아는 사람은 말이 없다. 이름으로 분별해서 말하는 사람은 진실로 있는 것을 제대로 알지 못한 것이다. 진실로 있는 것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사물들을 분별하는 감각기관이라는 구멍을 막고 판단작용이라는 문을 닫아야 한다.
이렇게 하면 분별하는 예리함은 꺾이고, 공통부분을 보게 되어, 다툼의 원인이 되는 분열을 해소하여 통합한다. 감각기관을 통해 들어온 한정형식의 두드러진 빛깔을 다른 빛깔과 조화시켜 두드러지지 않게 하고, 티끌처럼 분별되지 않도록 같게 한다. 이것을 ‘현묘한 같음’이라고 한다.
그래서 가까이 할 수도 없고, 멀리 할 수도 없다. 이익이라 할 수 없고, 손해라 할 수도 없다. 귀하다 할 수 없고, 천하다 할 수 없다. 따라서 가깝고 멈, 이익과 손해, 귀하고 천함 등의 분별심에 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살면서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세상에서 가장 귀한 존재가 된다.
[해설]
노자는 『도덕경』 56장에서 ‘현묘한 같음(玄同)’을 말하고 있다. ‘현묘한 같음’은 현(玄)의 관점에서 보면 모든 것이 같게 보인다는 말이다. 현(玄)은 ‘검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래서 ‘검을 玄’이다. 여기서 검다는 것은 경계가 또렷하지 않아서 불분명하다는 의미이다. 경계가 또렷하다는 것은 감각기관에 포착되었을 때이다. 예를 들어 시각에 포착되면 모양과 색깔이 또렷해서 포착된 대상이 다른 것과 확실히 구분된다.
‘검을 현’은 흑색과 다르다, 흑색의 반대는 백색이지만, ‘검을 현’의 반대는 경계가 분명하다이다. 흑색과 백색은 뚜렷이 구분되지만, 검을 현은 어떤 색인지 전혀 구분이 되지 않는 상태이다. 구분이 되지 않기 때문에 모든 사물이 동일(同一)하게 검게 보인다. 그래서 노자는 『도덕경』 56장에서 감각기관의 문을 닫아야 ‘현묘한 같음(玄同)’을 볼 수 있다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현묘한 같음(玄同)’을 보기 위해서는 사물을 구분하는 어떠한 판단의 문도 닫아라고 말한다.
화이트헤드는 사물을 구분할 수 있는 것은 한정형식(限定形式) 때문이라고 말한다. 한정형식(限定形式)에서 한정(限定)은 다른 것과 구별할 수 있도록 제한해서 정한다는 의미이다. 형식(形式)은 제한해서 정할 때 가지는 형태와 방식이라는 의미이다. 형식은 영어로 말하면 폼(Form)이다. 이 형식인 폼이 사물에 진입하여 다른 사물과 구분짓는데 기여한다. 그래서 이 한정형식이 진입하기 전의 사물은 구분되기 전이기 때문에 모든 사물은 하나의 같은 것으로 보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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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삼모사의 등식 : 3+4 = 4+3 = 7
조삼모사의 등식의 적용
1) 나+만물 = 만물+나 = 천지
2) 높음+낮음 = 낮음+높음 = 높이
3) 긺+짦음 = 짦음+긺 = 길이
4) 유+무 = 무+유 = 상생(相生)
5) 시+비 = 비+시 = 조화(調和)
3. ‘조삼모사’의 등식을 우리의 삶에 적용하면?
1) 삶+죽음 = 죽음+삶 = 유기체
2) 젊음+늙음 = 늙음+젊음 = 일생
3) 고귀+비천 = 비천+고귀 = 품위
4) 1~5등+6~10등 = 6~10등+1~5등 = 등수
⋇. 참고
1. 노자 『도덕경』56장 : 현동(玄同)
1)한정형식(限定形式)
2)화기광(和其光)동기진(同其塵)
2. 복제양 돌리와 뫼비우스 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