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월산 정상 일대 숲은 각종 야생화와 산나물이 지천으로 깔려있다. |
|
원추리꽃(왼쪽)과 섬초롱꽃. |
일월산(해발 1천219m)은 경북 내륙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남하하던 낙동정맥이 통고산을 넘어서서 남쪽 영양 땅으로
곁가지를 내린 후 우뚝 솟았다. 산세가 웅장하고 높은 산이면서도 모난 데 없이 덩치 큰 육산(肉山)의 모습으로 유순한
능선을 지녔다. 일월산에는 산나물이 많이 난다. 맛과 향이 뛰어나 해마다 봄이면 영양군에서는 ‘일월산 산나물축제’를 연다.
동으로는 동해가 바라다 보이고, 해와 달이 솟아오르는 것을 제일 먼저 볼 수 있다고 해서 일월산이라 불린다.
주봉인 일자봉(日子峰·1천219m)과 바로 옆 월자봉(月子峰·1천205m) 두 봉우리의 첫 글자를 따서 일월산이라 부른다.
정상 가까이에는 방송국 중계소가 있어 차량으로도 정상 부근까지 오를 수 있다. 때문에 일출 명소로도 각광받고 있다.
첩첩산중의 산허리를 감아 도는 31번국도를 따라 봉화터널을 지나고, 영양터널을 지나자 오른쪽으로 일월산이 보인다.
덩치가 큰 탓도 있겠지만 중턱부터는 구름에 가려 한눈에 넣을 수가 없다.
영양하고도 북쪽 끝 지점에 있어 오지 가운데 오지인 용화리. 들머리는 바로 그 용화2리 윗대티마을이다.
마을 입구에 ‘대티골’ ‘토속신앙 본거지 총본산 무속인 전문 기도도량 천문사’를 알리는 이정표가 있다.
무속인 기도도량인 일월산은 예부터 접신(接神)의 장소로 유명하다. 지금도 음력 그믐이면 전국에서 무속인들이
찾아와 기도를 올린다고 한다.
|
일월산 일자봉 정상(위)과 데크를 깔아 조성한 해돋이광장. |
이정표 왼쪽으로 시멘트 포장길을 따라 1㎞ 남짓 가니 윗대티마을 입구에 장승이 서 있고, 대형버스 몇 대를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이 나온다. 주차장에서 하천을 따라 상류 방향으로 몇 m 진행하면 곧바로 작은 다리가 나온다. 다리 너머에
주택 한 채가 있는데 울타리가 따로 없다. 뒤로는 일월산이 울타리고, 하천을 넘는 다리가 대문인 집이다. 다리 대문을
들어서면 정면으로 집과 산의 경계 지점에 ‘일월산 정상’이라고 적힌 표지판이 있고, 알록달록 리본들이 주렁주렁 걸려
있다.
여기가 바로 접산(接山)하는 지점!
막연히 오지의 산일 거라 여기고 들어선 들머리는 참나무와 아름드리 금강송이 하늘을 뒤덮고 자라는 가운데 비교적 길이
잘 나 있다. 등산로 주변으로 보이는 소나무들은 일제강점기와 광복 후에 행해진 송진 채취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반쯤 벗겨진 밑둥치에 험한 상처를 가졌지만, 높이를 가늠키 어려운 거목으로 자란 소나무들. 새삼 강인한 생명력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숲은 인간을 받아들여 먹거리와 땔감, 집을 지을 재목을 아낌없이 내줬다. 물질적으로만 하염없이 퍼주는 것이 아니라
토속신앙의 중심으로 정신적인 지주가 되어주기도 했다. 또 거대한 숲 그늘 아래에는 다양한 식물을 키워낸다. 비슷해
보이지만 같은 종이 없을 만큼 많은 종류의 버섯류, 산나물, 야생화를 키워내는 어머니 역할을 하고 있다.
된비알을 50분가량 오르면 숲 사이로 봉긋한 바위가 한 덩이 솟아 있다. 산 아래에서 봤던 구름의 경계지점인 듯 사방을
둘러봐도 구름, 안개 속의 하얀 어둠뿐이다. 숲은 곧 너덜길로 바뀐다. 천문사 방향에서 올라온 길과 만나는 삼거리까지는
30분을 더 간다. 삼거리에는 ‘선녀탕 2.8㎞, 윗대티 2.7㎞, 해발 1,085m’라 적힌 이정표가 있다.
숲 속도 숲 속이지만 하늘에서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진다. 머리 위에 한 무더기의 먹장구름이 떠 있다. 금방이라도
한 줄기 소나기를 퍼부을 기세다.
삼거리를 지나 일자봉 정상까지는 천상화원이 따로 없다. 일자봉이 가까워지자 초롱꽃, 막 피어나는 원추리, 쥐오줌풀이
흐드러지게 피었고 투구꽃, 동자꽃, 모싯대가 다음 계절을 준비하며 초원을 이루고 있다.
모퉁이를 돌아나가자 갑자기 시야가 탁 트인다. 일자봉 정상 일대에 해맞이광장을 만들어 둔 것이다. 계단식 데크
상단에 일월산이란 표지석이 있다. 일월산의 최고봉은 몇 m 위에 있지만 군사시설지역이라 이곳이 우리가 오를 수
있는 최고봉이다.
해발 1천219m 높이에 설치된 해맞이광장에 짐을 풀어놓고 잠시 잠깐이라도 시야가 트이길 기다려본다.
구름 사이로 한 번은 열리겠지….
한참을 한곳만 응시하다 보니 눈에서 헛것이 보이기 시작한다. 멀리 풍력발전소가 보였다가, 넘실거리는 동해가 보였다가….
꿈결인 듯 헛것을 보고 정신을 차리니 바람결에 안개비가 내린다.
여기에서 월자봉으로 가기 위해서는 왼쪽이나 오른쪽의 우회 길을 따라야 한다. 군사시설과 통신시설이 자리하고 있어
주능선을 따르지 못하기 때문이다. 왼쪽 유순한 숲길을 따라 20분을 내려서면 ‘쿵쿵목이 해발 1,160m, 윗노루목이 2.8㎞,
방아목 3.5㎞, 월자봉 1.6㎞, 윗대티 3.5㎞’라 적힌 이정표와 안내표지가 있다.
쿵쿵목이에서 남서쪽 능선은 천화사로 향하고, 북서쪽 숲길을 따라야 월자봉으로 갈 수 있다. 안부로 한 번 내려서서는
다시 부드러운 오르막길이다. 참나무 숲길이 호젓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길을 따라 20분을 오르면 방송사의 통신시설 앞
시멘트 포장길이 나타난다.
방송사 통신시설 정문으로 향하니 곧 왼쪽으로 찰당골로 이어지는 능선이 갈리는데 바로 아래가 ‘황씨 부인당’으로 가는
갈림길이다. 황씨 부인당은 일월산 자락에 살던 황씨 처녀의 전설이 어린 곳이다. 신랑의 어리석은 오해로 첫날밤을
치르지도 못하고 버림받은 여인이 평생 정절을 지키며 살다가 한을 품고 죽었다는 이야기다.
황씨 부인이 죽은 곳에 당집을 짓고 기도로 영혼을 위로하였다고 하며, 지금도 일월산 산신의 신내림을 받으려는
무속인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황씨 부인당은 일월산의 대표적인 상징물로 자리 잡았다.
통신시설 정문 앞 돌탑 몇 기가 세워져 있는 곳이 월자봉 오르는 갈림길인데, 월자봉까지 ‘300m’의 이정표가 서 있다.
10분 남짓하면 오를 수 있다. 일자봉에서는 일출을, 월자봉에서는 월출을 보기에 좋다지만 동남쪽 통신시설 방향으로는
숲이 가로막고 있어 월출 감상은 쉽지 않을 것 같다.
삼거리로 돌아와 왼쪽으로 철책을 따라 내려가면 윗대티마을로 내려가는 갈림길이 있다. 비가 온 뒤라 경사진 바닥이
미끄럽다. 5분 정도 내려왔을까. 등산로 왼쪽에 있는 바위를 무심코 쳐다봤더니 영락없는 고릴라를 닮았다. 바위를
가리키자 일행 모두 고릴라가 떠오른단다.
그래, 우리끼리 ‘고릴라바위’라고 이름 붙여보자.
고릴라바위를 지나고 15분 정도 능선을 따르다가 ‘월자봉 800m’로 표시된 이정표를 만나면 능선이 오른쪽으로 크게
휘어지며 등산로는 다소 넓어진다. 큰골 이정표를 지나면 바로 계곡을 만나는데, 상류라 수량이 그렇게 많지 않지만
주변에 고운 색깔의 이끼가 많다. 계곡을 몇 번 가로지르며 내려와 30분이면 ‘일월정사’를 지나 고추밭뿐인 윗대티마을
주차장에 닿는다.
대구시산악연맹 이사 apeloil@hanmail.net
◇ 일월산
일월산은 경북에서도 오지 중의 오지로 알려진 영양군과 봉화군의 경계에 있다. 1천200m가 넘는 산이지만 능선은
유순하기 그지없다. 푸른 금강송이 자라고 있어 삼림욕장으로 그만이다. 해마다 봄이면 산나물축제를 열 만큼
자생식물이 넘쳐난다. 여유가 생긴다면 일월산 최고봉인 일자봉에서 동해에서 떠오르는 일출산행을 겸해도 좋다.
천문사나 윗대티마을에서 올라 다시 윗대티마을로의 원점회귀를 해도 좋고, 반대편 찰당골로 종주산행을 해도
하루산행으로 충분하다. 능선에는 식수가 없으므로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고, 주차장을 기점으로 원점회귀
산행으로 계획한다면 약 9.5㎞로 4시간30분이면 되니 당일 산행으로는 여유롭다.
산행을 마치고 청송, 영양, 봉화, 영월을 잇는 ‘외씨버선길’ 일부구간인 대티골에서 일월산 자생화공원까지 도보로
이동하는 것도 권할 만하다.
◇ 가는길
중앙고속도로 영주IC를 나와 36번 국도를 따라 영주를 지나 봉화군 노루재(터널) 오르기 전에 31번 국도를 따른다.
봉화터널과 영양터널을 차례로 지나면 오른쪽으로 윗대티마을 입구가 나온다. 입구 왼쪽 건너 천문사를 지나면 넓은
주차장이 나온다. △내비게이션= 경북 영양군 일월면 용화리 445-4번지(천문사)
◇ 볼거리
△일월산 자생화공원<사진>= 들머리 대티골에서 1㎞ 남짓한 거리에 일월산 자생화공원이 있다. 1939년부터 일제가
광물 수탈을 목적으로 금, 은, 동, 아연 등 지하자원을 채굴하여 제련소를 운영하던 일월광산이 있던 자리다.
폐광 이후 전국 최대 규모의 야생화 공원이 조성됐다.
일월산 일대에서 자생하는 수생·수변식물과 각종 야생화를 심어 만들었으며, 편의시설과 휴식공간 등을 갖추고 있다.
자생화공원은 폐광지역의 화학성·독성 물질로 오염된 토양과 방치된 국토를 되살려 살아 있는 땅으로 만든 생태환경교육의
산교육장으로 각광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