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창단 20주년을 맞이하여 리하르트 바그너가 쓴 불후의 뮤직드라마인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제2막 전곡 콘첼탄테(연주회 형식의 오페라) 국내초연을 하게 된 것은 우리나라의 클래식 공연사에 하나의 커다란 기념비적인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올해 들어서 국내 초연된 마린스키 오페라극장 프로덕션의 “니벨룽의 반지” 전작 사이클 그리고 일본 간사이 오페라단의 “탄호이저”와 더불어 아직 걸음마 단계인 국내 바그너 공연사에 있어서 이정표 역할을 하게 될 이번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창단 20주년 기념연주회는 제2막 전곡 콘첼탄테 형식으로, 트리스탄 역의 리처드 데커와 이졸데 역의 프랜시스 진저, 마르케왕 역의 양희준 등 유럽과 미국무대 등지에서 전문 바그너 가수로 경력을 쌓아온 바그네리안 가수들이 출연하는 본격적인 바그너 콘첼탄테이다. 울산시향의 상임지휘자이자 피아니스트인 지휘자 이대욱의 지휘봉 아래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웅숭깊은 대편성 오케스트라의 장대한 앙상블을 들려줄 것이다.
“발퀴레” 제1막과 더불어 바그너의 악극 중 독립적인 콘첼탄테 형식으로 가장 애호되는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제2막은 에로스적인 격정의 절창으로 대편성 오케스트라는 물론 주역테너와 소프라노에게 초절적인 테크닉과 스테미너를 요구하는 난곡이다. 가수와 오케스트라에게 가혹할 만큼 연주하기 어려운 제2막을 국내 초연한다는 것은 그 만큼 진취적인 도전의식과 연주경험, 숙성된 음악적인 깊이와 연주력이 뒤따라야만 한다. 현재 브루크너 교향곡 사이클을 진행 중인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지난 2004년 3월 은발의 디바 귀네스 존스와의 협연으로 바그너의 “로엔그린”, “트리스탄과 이졸데”, “탄호이저”등 주요 유명 아리아와 전주곡들을 성공적으로 연주해 내어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으며 국내에서 바그너 작품연주와 확산에 선구적인 역할을 한바 있다.
특히 “트리스탄과 이졸데” 제2막은 타나토스적인 에로스와 신성(神性)이 합일(合一) 되는 황홀경의 경지를 표현한 격정적이고 반음계적인 화성과 극적인 드라마 전개로, 바그너의 음악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조차도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마약과도 같은 반음계적 화성이 주는 마성은 거부하기 힘든 것이 되었다. 바그너 자신이 쓴 드라마 대본자체는 19세기 로맨티시즘의 범주에 있지만 그 음악적 작곡기법과 혁신적인 실험성에서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20세기 현대음악의 포문을 여는 화두이자 시발점이 되었다.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제2막 내용은 낮과 밤이라는 고도로 함축된 상징적 의미의 대조와 동양적이며 기독교적인 신비주의가 미묘하게 혼합된 고도의 심리극을 그려내고 있다. 드라마상 내적의식의 흐름을 묘사하는 암시적이고 상징주의적인 수법은 상당수 근대문학인들에게 큰 영향을 준바있다. 제2막의 줄거리는 아일랜드 콘월의 성에서 젊은 왕녀인 이졸데가 트리스탄과의 밀회를 기다리는 것으로 시작된다. 마르케왕의 음험한 신하인 멜롯을 조심하라는 시녀 브랑게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이졸데는 횃불을 끄고 트리스탄만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트리스탄이 도착하여 열정적인 포옹을 나누면서 그들의 사랑을 결합시켜준 사랑의 미약을 찬미하는 노래를 부른다. 그들의 사랑을 만끽할 수 있는 밤은 황홀경에 빠지면서 영원한 밤의 상징으로 변해간다. 쿠르베날이 마르케 왕께서 돌아왔으니 몸을 숨기라고 외치면서 들어오자 그들의 황홀경은 갑자기 산산조각으로 깨어진다. 마르케 왕과 트리스탄이 마주치자 마르케왕은 자초지종을 말하라고 명령하지만 트리스탄은 아무런 변명도 할 수 없다. 트리스탄은 이졸데에게 자기를 따라서 죽을 수 있냐고 묻자 그 방법을 가르쳐 달라고 대답한다. 트리스탄이 멜롯을 배반자라고 비난하면서 검을 빼들어 공격하지만 칼을 놓쳐 쓰러지면서 치명적인 상처를 입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