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서 편지를 받는다는 것은 우리의 생활 속에서 작은 기쁨으로 자리잡고 있다. 편지에는 그것을 쓴 사람의 근황, 자그마한 생각의 파편들, 감정의 유연한 곡선 등이 투명하게 드러나 있다. 그래서 우리는 편지를 읽으며 편지의 필자가 어떠한 사람인지를 보다 명확한 윤곽으로 그려보게 되는 것이다.
신영복의 '더불어숲'은 저자가 발 딛은 세계의 곳곳에서 보고 느낀 것들을 편지글 형식으로 전달하고 있는 책이다. 이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우선 그의 정중한 경어체에서 일종의 흡인력을 느끼게 되었을 것이며, 그의 지식과 사고력이 가진 심오한 깊이, 그리고 그가 여백에 그려 넣은 의미 있는 삽화에 다시 한 번 푹 빠지게 되었을 것이다.
그는 이국의 풍경 속에 비친 자연과 인간을 통해서 우리가 잊고 있었던 사랑과 정의, 평화 등의 삶의 기본적 가치들을 하나씩 들추어낸다. 그 속에서 우리는 신영복이라는 따스하면서도 날카로운 비판 의식을 지닌 한 인간을 만나게 되는 동시에 나 자신과 나의 이웃들, 그리고 내가 속한 세계에 대한 눈뜸을 체험하게 된다. 이것은 '더불어숲'이 여느 예사로운 편지글이 아님을 이야기해준다. 저자가 편지글 속에서 여러 번 되풀이하는 '당신'이라는 호칭은 때로는 글을 읽는 이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저자 자신이기도 하며 모든 것을 초월한 절대자가 되기도 하는데, 이것은 우리가 발견하고 깨닫게 되는 가치들과 무관하지 않은 듯하다.
이렇듯 신영복의 '더불어숲'은 잔잔했던, 아니 감각적 풍토 속에서 무디어져버렸던 내면의 수면 위에 신선한 파문을 일으키는 돌멩이가 되어준다.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은 저자의 말에 그저 고개만 끄덕이는 수동적인 독자가 되기보다 자신의 맨눈으로 주변 환경의 여러 분야를 다시 한 번 냉철하고 깊이 있게 바라보는 자세를 취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 본다. 이제 타자(他者)의 렌즈가 아닌, 자신의 눈으로 본 세상을 편지로 써서 누군가에게 부쳐보자. 하나 하나의 곧고 당당한 나무들이 더불어 숲이 되어 서로 화답하는 세상, 그 곳이야말로 정말 즐거움이 넘치는 땅이 아닐까.
전세계 어느 길섶과 풀섶인들 사람들의 한과 혼, 피와 땀이 스며있지 않겠는가. 세상의 진면목을 늘 새롭게 보기 위해 고도의 지적·감각적 훈련을 거듭해야만 하는 문인·화가들이 국내·의를 순례하면서 거기서 느낀 삶의 웅지와 오욕, 민족의 좌절과 신명을 글과 그림으로 겸손하게 담아낸 책을 나란히 펴냈다. `산천을 닮은 사람들`(효형 출판)은 문인과 화가가 `2인1조`가 되어 백두 대간이 솟구쳐올린 우람한 명산들과 백두 대간에서 갈라져 나와 대천(大川)을 경계 짓는 정맥들을 둘러본 답사기이다. 지난해 4개 지방 신문에 연재된 내용을 책으로 묶은 것이다. 이 책에서 고은, 신경림, 안종관, 고형렬, 김남일, 김성동, 김용락, 이호철, 김용택, 송기숙, 박완서, 현기영 씨 등 `민족 문학` 계열의 무인들은 각자 백두×진부×설악×오대×태백×지리×무등×한라산 등과 한남 금북×낙동×금남 정맥 등을 오체투지하면서 문장을 남겼다. 그들과 동행한 김정헌, 임옥상, 민정기, 황재형, 이철수, 이종구, 박불똥, 손장섭, 김호석, 박문족, 운석남, 김인순, 강요배 씨 등 화가들은 20세기의 진경 산수의 그 산수(山水)를 닮은 사람들의 초상을 각기4∼5작품씩 그려났다.신영복 교수(성공 회대)의 `더불어 숲`(중앙M&B) 제2권도 나왔다. 감옥에서 20여년간 지도를 퍼놓고 제자리 걸음으로 세계 여행을 했던 그가 이제는 북남미, 유럽, 인도, 중국을 돌아본 흔적을 남긴 것이다. 이로써 23가극47개 유적지 및 역사 현장 답사기가 완간 됐다. 저자는 ``나무가 나무에게 말했습니다. 우리 더불어 숲이 되어 지키자``라는 말로 대미를 장식했다. 20세기 나무들의 헌신과 각성으로 21세기의 숲을 가꾸자는 저자의 속삭임이 웅변보다 크게 메아리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