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도 상황봉 산행기
국토의 땅 끝 아래에 위치한 완도 상황봉을 오르기 위해 교대역으로 나갔다. 지난번 댓글로 산행 신청을 한 후 무리일 듯 하여 취소할까 하다 오랜만에 바닷바람을 쏘일 기회다 싶어 나섰다. 4월 25일부터 여는 도봉산 스케치전 준비를 위해 그림을 그리러 주말마다 산을 올랐던 터라 계속 산행을 하다 탈이 나지 않을지 걱정스러웠다.
조금 일찍 출발 장소에 도착하니 먼저 온 회원들이 즐거운 표정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완도 섬의 가장 높은 산에 올라 해돋이를 보고 그 지역의 문화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마음이 동한 듯, 회원들이 성황을 이루어서 만차가 되었다.
차에 오르면서 인사를 하고 자리를 잡자마자 잠을 청했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새벽에 산에 오르는 것이 여간 고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백두대간과 낙동정맥 종주 때 가장 힘든 일 중 하나가 바로 그 점이었다.
새벽 3시 38분 대구리 기점에 도착했다. 근처에 최경주 광장 표지석이 보였다. 들머리를 찾지 못해 두리번거리다 한 가정집 주인이 들머리를 알려준 지점으로 이동하니 등산로가 나타났다. 입간판에 그려진 지도를 확인하고 산행을 시작했다. 오랜만에 쏘이는 밤공기가 마치 옹달샘 물처럼 깨끗하게 느껴졌다.
앞에서 조금 오르다 보니 우측 능선 너머로 마을 불빛이 보였다. 뒤를 돌아보니 길게 행렬을 이루며 오는 회원들의 헤드랜턴 불빛이 별빛같았다. 다시 시원스레 시선이 트인 바위에 올라서니 잠잠한 바다에 점점이 놓인 섬들에 켜진 가로등 불빛이 보였다. 맑은 하늘엔 별들이 총총히 빛나고 그 별 들 사이로 지나는 비행기 불빛도 보였다.
후미 일행이 도착할 때까지 잠시 쉬다 다시 깜깜한 산길을 올랐다. 한참 가다보니 일행과 거리가 멀어진 것 같았다. 하늘을 올려보니 아직 잎이 피지 않은 앙상한 나무줄기가 하늘에 닿을 것처럼 솟구쳐 보이고 그 너머로 별이 총총히 보였다.
5시 7분 상황봉이 0.8km 남은 이정표를 지났다. 앞에 가로 놓인 산 능성이 실루엣으로 보이고 그 위로 북두칠성과 카시오페아 별자리가 좌우로 보였다. 정상부에 다가갈수록 길이 점차 가팔라졌다.
5시 22분 앞에 보이던 봉우리에 올랐다. 절벽처럼 높은 암릉에 매어 있는 로프를 잡고 정상으로 올라서니 주변이 시원스레 트여보였다. 거기에 마을 어귀에 세워놓은 장승처럼 보이던 심봉(598) 정상석이 놓여 있었다.
다시 로프를 잡고 내려와 상황봉으로 향했다. 능선길이어서 주변이 모두 트여보였다. 바다 멀리 동쪽 하늘이 희미하게 밝아지고 있었다.
5시 33분 상황봉에 올랐다. 밤공기가 그리 차갑지 않았지만 멈춰서 땀이 식다보니 조금 한기가 느껴져 웃옷을 입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고요한 밤바다 사이로 크고작은 섬들이 잠을 자다 뒤척거리듯 가로등 불빛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점차 새벽이 희미하게 밝아오면서 해가 솟아오르는 방향에는 수평선 너머 하늘이 붉은 빛깔로 조금씩 물들기 시작했다.
앞에 바라보이는 풍경이 바로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이다. 이 공원은 흑산·홍도지구, 비금·도초지구, 조도지구, 소안·청산지구, 거문·백도지구, 나로도지구, 금오도지구, 팔영산지구로 구성되는데, 총면적은 2,039.1㎢이고 육지가 약 17%, 해양이 약 83%를 차지한다. 1981년 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으며 금오도, 홍도, 도초도, 우미도 등 약 2,300여 개의 섬이 있다.
한참동안 바다를 바라보는 동안 해가 솟아오르려는 듯 점차 붉은 빛깔이 짙어지고 있었다. 심봉쪽에서 일행들이 다가와 설레는 표정으로 해가 솟아오르기를 기다렸다. 6시 17분 해가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깜깜한 어둠을 가르고 바다에서 솟아오르는 해의 기운이 상서롭게 느껴졌다. 일행이 저마다 그 광경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사진을 찍었다.
해가 완전히 솟은 후 일행들이 각자 준비해온 음식을 꺼내어 아침 식사를 했다. 나는 일출 풍경을 그리느라 먹을 여가가 나지 않았다. 차에서 내리기전 출발 때 나누어준 떡과 과일을 미리 먹어두어서 별로 시장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일행이 식사를 하는 동안 금세 날이 훤히 밝았다. 산과 바다 그리고 해안가에 놓인 건물에 칠해진 색깔들이 모두 선명히 나타났다.
7시 5분 능선코스와 해안으로 나가는 코스를 각자 선택한 회원들이 팀을 이루어 출발했다. 나는 능선 코스를 택해 7시 30분 제2전망대에 도착했다. 명칭 그대로 주변이 시원스레 조망되었다. 앞쪽에 선분홍색으로 핀 진달래가 완만하게 멀리 뻗쳐나가는 능선의 풍경을 수놓고 있었다.
다시 길을 나서 내리막길을 걷다 7시 39분 임도에 도착했다. 능선 종주코스의 맨 마지막 봉우리인 숙승봉이 5.6km 남아 있었다. 임도를 지나 다시 숲길로 들어서 봉우리를 넘어가니 숯가마 터가 나타났다. 옆에 세워진 표지판에 이 섬에 자생한 붉가시나무를 원료로 하여 숯을 구웠다고 쓰여 있었다. 높게 솟은 숲 아래쪽에 붉게 핀 동백꽃이 점점이 나타났다.
7시 51분 상황봉을 2km 지나고 백운봉이 1.5km 남은 이정표에 당도할 즈음 사무총장에게서 전화가 결려왔다. 능선 코스로 나선 회원들이 아까 지난 임도에서 도로로 내려간다고 했다. 그들이 지름길로 내려가면 내가 하산할 때까지 기다리게 될 것 같아 빠른 걸음으로 걸었다.
8시 17분 업진봉(544m)에 도착했다. 앞쪽에 숙승봉이 솟아 있고 그 뒤로 긴 해안과 마을들이 펼쳐보였다. 산과 바다가 멋지게 어우러져 보여 잠시 스케치를 하고 서둘러 걸어갔다. 숙승봉에 다가가다 보니 정상부가 절벽을 이루고 있어 올라갈 수 없을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가파른 경사지 위쪽에 스테인리스 사다리가 설치되어 있었다.
8시 53분 마지막 봉우리인 숙승봉(461m)에 도착했다. 전망대처럼 솟은 봉우리이지만 바라보이는 경관은 아까 지난 업장봉보다 덜해보였다. 하신 지점에 놓인 저수지에 파란 하늘이 비춰 군청색을 띠고 있었다. 일행이 기다릴지 몰라 다시 사무총장에게 그 곳을 지난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서둘러 종착지를 향해 내려섰다.
경사가 가파른 내리막길을 걸어 9시 19분 종착지인 저수지 앞에 도착했다. 사무총장에게 상황을 알리니 이쪽으로 몇 사람이 더 가고 있다고 했다. 들머리 입구 그늘에서 앉아 기다리다 보니 김인현 재무가 다가오다 뒤에 몇 명이 더 오고 있다고 하면서 버스 기사에게 전화를 걸어 이쪽으로 와달라고 했다. 그와 함께 완도 청소년수련관 주차장으로 향했다. 둑 위의 징검다리로 개울을 건너다보니 개울가에 벚꽃이 활짝 피어 주변에 화사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잠시 후 백원철, 정철수, 안경희, 최종수 회원이 모두 내려와서 함께 버스를 타고 다른 일행이 내려오는 대야리로 이동했다. 그 곳에 도착하니 막 일행들이 내려오고 있었다. 잠시 후 일행을 모두 태우고 장보고 기념관으로 출발했다.
10시 34분 장보고 기념관에 도착하니 박용목 전남건축사회 회장과 완도군청 민원봉사과장 등이 기다리고 있었다. 휴일인데도 지역 손님으로 반갑게 맞아주며 전시관람 등 여러 가지 편의를 제공해주어 감사했다. 통일신라시대 말기에 활약한 장보고는 20대에 중국에 건너가 무령군 소장을 지낸 후 신라 사람들을 괴롭히는 해적들을 물리치며 세력을 확장해 이 곳 완도에 청해진을 건설하고 당시 국제적인 해상 무역을 장악했던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청해진에서는 목책 등 유물들이 발굴되었다.
장보고 기념관을 나와 전망대로 이동해 완도 풍광을 돌아본 후 완도항의 식당으로 이동해 점심을 먹었다. 전복과 회 등이 모두 싱싱해 회원 들 모두 만족스러워 했다. 전남건축사회 박회장은 거기까지 참석해 건배사와 기념품등을 주며 환대했다.
식당을 나와 신지도 명사십리 해안을 찾아갔다. 전국에 명사십리로 불리는 유명한 백사장이 많지만 이곳은 유별나게 맑고 깨끗한 느낌이 들었다. 그 너른 백사장과 푸른 바다가 가슴속을 시원하게 해 주는 것 같았다.
2시 50분 다시 몽돌 해변으로 유명한 정도리 구계동(명승 제3호)에 당도해 해안을 돌아보고 귀경길에 올랐다. 산행과 바다 일출, 싱싱한 해산물 먹거리, 시원한 명사십리와 경승 풍경 등을 두루 만끽한 일정을 마치고 3시 15분 서울로 향했다. 귀가하는 회원들의 얼굴에 즐거움이 가득해 보였다.
(20170408)
첫댓글 멋진그림.사진. 글 감사 합니다.
행사 주관하느라 집행부 임원님들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정말 바쁘게 움직이시네요 어디서 그런 열정이...부럽습니다
좋은 계절, 맑은 날씨에 해상국립공원의 명성다운 멋진 풍광을 둘러본 시간이었습니다. 하루 일정으로 그렇게 여러곳을 돌아본 것이 알찬 느낌입니다. 늘 건강하고 안전한 산행길 되시기 바랍니다.니다.
멋진 산행기 열심히 열독하고 감사함니다 다시금 회상에 젖게 하네요
행사 진행하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늘 건강하고 안전한 산행 되시기 바랍니다.~
산행 다녀와서 건축사님 후기 읽는게 또하나의 재미입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지난 기에 너무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좋은 곳에 함께 산행을 하여 즐거웠습니다. 늘 건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