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과 친구의 차이는 무엇인가? 사실, 김용소설에는 사랑과 중오, 적과 친구, 또는 정과 사 이런 상반되는 개념들이 미묘하게 맛물려 있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독고구패는 맛수가 없어 구패라는 어찌보면 어주 오만한 이름을 별호를 갖게 되지요. 맛수가 없다... 그건 적이 없다는 말이되죠. 어떻게 보면 아주 부러워 할만한 처지 같지만 적이 없는 그는 친구도 없습니다. 그렇기에 신령한 새 한마리만을 친구로 여기고 인적 없는 곳에서 평생을 보낸 것이겠지요.
동방불패는 어떤가요? 그도 규화보전을 익히고 그 시대의 무적이 되었지만 그 값으로 그는 그와 함께하던 친구들을 떠나보내게 되며 결국 그와 어렸을 때 부터 지기였으며 그에게 가장 충성하던 동백웅을 죽이게 됩니다. 동방불패에 이어 최고의 자리에 오른 임아행도 얼마되지 않아 어이없이 죽게 됩니다.
하지만 행복하게 죽은 무림인들을 보면 아무리 증오하는 사이 일지라도 맛수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음... 홍칠공과 구양봉이지요. 그들은 수많은 싸움을 했지만 우열을 가리지 못하고 죽습니다. 그들은 평생을 서로 죽이지 못해 시비를 걸고 속임수를 쓰고 고생스런 생을 보내지만 그들처럼 인생을 재미있게 살고 멋있게 죽은 사람도 없울겁니다.
소원산의 인생은 모용박의 음모 때문에 처를 잃고 평생을 원한에 사무쳐 살게되지요. 하지만 그런 고난을 겪은 후엔 무명승의 가르침을 받게되죠 이건 내 생각이지만 그들도 홍칠공과 구양봉의 경우처럼 서로에게 있어 유일한 친구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이런 생각을 해보신 적이 있나요? 로미오와 줄리엣이 서로를 미치도록 사랑한 건 집안이 서로 증오하는 원수지간이었기 때문이라는... 반대의 경우도 있죠. 이막수는 육전원을 너무나 사랑한 여자죠. 하지만 육전원이 다른 여자와 결혼한 후론 사랑이 증오로 변해 이막수를 살인마가 되게하죠.
<의천도룡기>에서는 아예 이런 일들이 줄줄이 일어나죠. 우선 장무기란 인물 자체가 서로 원수지간이라고 할수있는 무당파와 천웅교의 사람둘이 서로 사랑에 빠지게 되어 태어나죠. 더욱이 장취산은 장삼봉이 특별히 사랑하는 제자였고 은소소는 천응교주의 사랑하는 딸이었는데 말입니다. 은리는 자신의 손등에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남긴 장무기를 사랑하게 되고 마교를 죽도록 증오하는 멸절사태의 수제자 기효부는 마교의 광명우사 양소를 사랑하게 되지요. 또 양불회는 자기 아버지를 증오하던 사람과의 결혼을 결심하지요.
장무기와 조민의 사랑은 어떻습니까? 조민은 몽고인이고 장무기는 원나라와 맛서 싸우던 명교의 교주이지요. 그뿐 이니라 그의 외조부, 삼촌, 의부, 모두 명교 사람이지요. 명교를 재처두고서라도 장삼봉은 의거를 일으켰던 문천상을 존경하는 애국자였으니 장무기의 주위엔 순전 몽고를 증오하던 사람들만 있던 샘이지요. 그런데 그런데 결국 그가 사랑한 사람은 조민이라니... 참 이상하지요?
: 간단하게 독고구패에 대한 생각을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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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공의 서열에서 따지자면 이 독고구패는 제일이자 천하제일검(天下第一劍)이라 할 수 있겠다.
: 그는 이미 40세 전후반에 '강호에 적수가 없다'는 칭호를 달 정도로 막강한 실력을 지녔다. 그 후 신조혈(神鳥穴:신조동굴이라는 의미. 독고구패가 은거했던 곳.)으로 은거해 들어와 신조와 함께 쓸쓸한 말년을 보내버렸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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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이미 목검승철검(木劍勝鐵劍:목검으로 철검을 이긴다)의 경지를 뛰어넘어 무검승유검(無劍勝有劍:검없이 검을 이긴다.)의 경지에 들어섰다. 그래서 그는 검 없이도 검을 사용하는 '무검(無劍)의 경지에 이르렀다 한다. 이 무검의 경지에서 더 나아가면 심검(心劍)의 경지에 이른다 하는데, 이 심검은 마음만 먹으면 검이 생성되어 상대를 공격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독고구패의 적수는 없었다 하겠다.
: 김용소설 안의 등장인물 중에서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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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홍콩무협만화를 보다 보면 이 독고구패의 경지까지 이른 사람들이 몇몇 나온다. 그러나 그들은 대부분 주인공들이 아니다. 인기있는 무협만화 '풍운'을 보면 '무명'이라는 검사는 일찍이 천하 제일검이 되어 무검의 경지에 도달했다. 그러나 그의 무검은 독고구패의 무검의 의미와 조금 다르다 하겠다.
: 그는 만물을 기로써 검으로 화하게 하여 공격하거나 기로써 무검을 만든다. 그런데도 그의 상대들은 하나같이 그의 무검을 막아내 버린다. 무검의 경지에 이르면 적수가 없을 것이다. 안보이는 검을 이겨 낼 수 있을 상대는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서 보면 다른이들은 이 무검의 경지에 들지 못했는데도, 무명을 꺾는 이유는 뭘까. 김용소설에는 이런 허구적인 요소가 없기 때문에 오히려 김용소설이 더 맘에 든다. 만화 '풍운'에서는 무검이 한낱 유검 다음 정도의 경지로만 나오기 때문에 '무검'이라는 의미가 별로 신선하지 않다. 그러나 김용소설에서는 '무검'에 도달한 사람은 독고구패 1인뿐으로 그 무검이라는 의미 자체가 신선했음에도 무협만화에서는 변질 된 것 같아 조금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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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고구패는 절정절의의 고수로써 그를 대적할 상대는 없었다. 아마 천룡팔부의 최강의 고수인 무명승도 그를 대적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의 독고구검에는 이런 구결이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 '초식이 없다면 막을 수 없다'
: 하지만 독고구패는 천하최강자가 되었지만 결국 그는 검사로서, 무인으로써 고독해 지고 만다. 그래서 자신을 꺾을 사람을 기다리며 이름을 구패(求敗)라 지은 것이라 한다.
: 절정절의의 무공을 가진 사람도 인간적, 정신적 고독에서는 벗어나지 못했음이 약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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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서가 없어진거 같아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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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봉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