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심할 정도로 순수한 열정으로 록에 열광했던 네 명의 전사들의 생기발랄하고 포복절도할 3년간의 우정과 안쓰러운 사랑이야기를 기록하고 있는 소설이다. 1990년 제27회 분게이 문학상과 제105회 1991년 나오키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성장소설이지만, 뻔한 문법을 따르지 않아 독특한 재미와 감동을 선사한다.
대부분의 나오키 상 수상작이 그렇듯이, 이 소설 또한 독자들이 한눈 팔 기회를 주지 않는다. 모두 13개의 장으로 구성된 이 이야기는 주인공 후지와라 다케요시와 세 명의 친구들이 록 밴드를 결성하고, 아르바이트를 하여 번 돈으로 악기를 장만하고, 주변의 곱지 않은 시선을 무릅쓰고 연습에 몰두하며, 학교의 정식 서클로 등록도 하고, 공연도 하는 3년간의 이야기이다.
물론 그 가운데는 돌연히 찾아온 첫사랑의 애절한 에피소드도 있고, 깔깔거리며 웃다가 눈물까지 흘릴 만한 대목도 있다. 13개의 장은 각각 주인공들이 록에 미쳐 보냈던 고등학교 시절의 잊을 수 없는 13개의 에피소드의 세밀한 소묘인 셈이다.
사랑스런 노래들아, 부디 나를 지켜 주라!
검은 비로드 장막 같은 캄캄한 밤하늘을 커다란 면도칼로 내리 찢듯 벼락처럼 내리쳤다. 덴데케데케데케~~~~! 정수리부터 발끝까지 짜르르 전기가 흐르는 감전된 느낌. 일렉트릭 기타의 트레몰로 글리산도 주법이 내게 준 충격을 말하는 것이다. 라디오에서 벤처스의〈Pipeline〉이 흐르고 있었다. 베이스 소리에 따라 심장이 둑, 둑, 둑, 둑, 하고 요란하게 뛰고 있다. 왠지 사타구니가 움찔움찔한다.
- 본문 중에서
참으로 특이한 소설입니다. 성장기, 질풍노트의 시기를 그린 작품이라면 갈등, 아픔, 상실 따위의 성장통이 곳곳에 그려지게 마련일 텐데, 이 소설에서는 그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다만, 막할 정도로 촌스럽고 건강한 청춘이 있습니다. 줄거리도 단순하고 복선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이 작품이 통속소설의 혐의를 벗을 수 있었던 것은 포복절도의 일화로 능숙하게 묘사되는 캐릭터와 풍경, 그리고 전편에 흐르는 노스탤지어의 힘이겠지요. …… 킬킬 웃으며 읽다가 소설 끄트머리에서 첫쿤과 함께 눈물을 흘렸다면, 그것은 아마 당신이 한동안 잊고 지내던 순정 탓이겠지요. - 옮긴이의 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