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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서울우리예술가곡협회 원문보기 글쓴이: 김정묵
가곡 ‘그리운 금강산’ 작곡가 최영섭선생님(86)께서는 좋아하는 합창곡으로 찬송가 ‘내 주를 가까이 하게 함은’과 아돌프 샤를 아당의 성가 ‘오 거룩한 밤’을 좋아 하신다. 또한 선생님께서는 베토벤과 홍난파님을 제일 존경하신다.
‘그리운 금강산’은 우리 민족의 통일 염원을 담은 국민 합창곡이다. 작곡가 최선생님께서 1962년 한상억 시에 곡을 붙이셨다.
당시 KBS가 위촉해 곡을 만들었고, 85년 남북예술단 교환 공연 당시 소프라노 이규도님이 평양 모란극장에서 이 곡을 열창한 뒤, 전 국민이 사랑하는 노래로 자리매김하게 되었습니다. 선생님의 고향 강화와 인천에 최영섭선생님의 노래비가 있다.
선생님께서는 “나의 조국 대한민국이 분단되지 않았더라면 내 대표곡 ‘그리운 금강산’은 없었을 겁니다. 아이러니한 현실이지요."
이화여고 음악교사 시절 선배 교사가 최영섭선생님에게 ‘어이 금강산 요새 어찌 지내나’라고 했다는 것만으로도 ‘그리운 금강산’이 선생님의 삶에 강렬하게 작용했다는 것이다. 그 가운데 ‘추억’ ‘모란이 피기까지’ ‘목계장터’ ‘낙엽을 밟으며’가 선생님께서 아끼는 곡이다. 유명 시인님들의 시에 붙인 곡이다. 하나님께 바치는 제물과 같은 것입니다. ‘영광의 주 여호와’ ‘순교자의 흘린 피로’ 등 40여곡에 이릅니다. 이는 하나님 영광을 위해 드린 기도인거죠.” 당시 화도에는 소학교(초등학교)가 없었다. 취학을 위해선 길상면으로 이사를 해야 했다.
길상감리교회 주일학교를 통해 음악을 알게 되었다. 오르간을 처음 보고 발로 바람을 집어넣고 손을 대서 소리를 내었다. 그 때 반드시 풍금(오르간) 잘 치는 사람이 되리라 다짐했다고 한다. 자당께서 하나님 영광을 위한 음악가가 되라고 하셨다. 98년 정부가 준 '장한 예술가의 어머니상'을 수상하셨죠.
제가 서울 경복중학(당시 6년제) 시절 피아니스트를 목표로 열심히 연주했어요. 구연소(전 숙명여대 음대 교수) 선배에게 레슨을 받았죠. 그분이 어느 날 자기 두 손을 펼치더니 저보고도 펼쳐보라 해요. 그리고 비교해 보래요. 제가 그 선배보다 손가락이 2㎝쯤 짧아요.
" 손으로 모차르트, 베토벤 곡을 칠 수 있으나 쇼팽, 드뷔시, 차이콥스키 곡은 안 된다"는 거예요. 작곡 공부를 권하더군요. 받아들이고 그의 추천을 받아 임동혁 (전 이화여대 작곡과 교수) 선생에게 찾아갔어요.
그런데 1회 레슨비가 쌀 한가마니 값이었어요. 될 성 싶은가 시험하려고 그런 거죠. 낙담하여 어머니에게 얘기했더니 '무슨 소리냐. 노래로 하나님 찬양할 사람인데 우리가 굶더라도 그 돈 내야지. 너는 오직 음악만 생각해라' 하셨어요. 강화서 포목점을 하실 때죠. 엄청난 돈이 드는 건 그 때나 지금이나 비슷합니다." '작곡과 양금(피아노)을 위한 작품 발표회'를 열면서 빛을 발했다. 작곡가 나운영님은 최선생님을 가리켜 '중학생이 피아노곡과 가곡 12곡을 발표한 것은 전무후무한 일'이라며 상찬했다.
아들은 인천 내리교회 성가대 지휘를 하며 하나님을 섬겼다. '비목'의 작곡가 장일남님이 인천 성광고 음악교사를 하면서 그 성가대 반주를 맡았다. 두 분은 한국 가곡계 양대 거두가 되었다. 유명해지고 수입도 늘자 피아노회사의 중역 초빙에 응했던 것이다.
하지만 회사 부도로 차압을 당했고 와중에 카지노를 알게 되면서 완전히 망해버렸다. 정신을 차리고 제자리로 오는 데 15년이 걸렸다고 한다.
서울 정동교회 지휘자로 15년을 하지 않았더라면 헤어 나올 수 없었던 욥의 고통과 같은 시간이었다. '그리운 금강산'의 가사 '누구의 주재(主宰)런가'가로 하나님을 찬양했던 최영섭.
그런데 그 주재가 잘못 인쇄되면서 한동안 '주제'로 통용됐듯 선생님도 한동안 뒤틀린 삶을 살았다. 플라시도 도밍고, 호세 카레라스,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그리운 금강산'을 함께 부를 때 선생님은 마음 깊은데서 우러나오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그리운 금강산'과 작곡가 최영섭선생님은 통일의 상징이시다. 남북이 '그리운 금강산'을 합창하며 껴안는 날이 빨리 다가오기를 기대한다. "내가 믿는 여호와 하나님. 우리나라를 굽어 살피소서. 지구상 어느 민족보다 뜨겁게 기도하는 민족입니다. 남북이 화음을 맞추어 통일의 염원을 꼭 이룰 수 있도록 기도 드립니다." 플라시도 도밍고 내한 공연 때 소프라노 홍혜경님이 부른 민족의 노래 <그리운 금강산>을 감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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