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환매 가이드
“이상하다. 생각보다 떨어지는 것이 적네…”
가족끼리 여행을 가기 위해 1년 동안 적립식펀드에 매월 40만원씩 투자해 왔던 직장인 S씨(37). 자신이 가입한 펀드의 수익률이 좋다는 얘기를 듣고 부푼 마음으로 환매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생각만큼 많지 않은 수익금액에 실망을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S씨는 ‘받는 돈이 왜 그렇게 적냐’며 은행 직원에게 물었지만 “정확하게 계산이 돼서 나온 것이기 때문에 걱정 말라”는 대답만 돌아올 뿐이었습니다.
답답한 마음에 직원이 내준 환매신청확인서를 받아보았지만 환매신청일, 기준가적용일, 받게 될 금액 등의 내용이 간략하게 나와 있을 뿐이었습니다. S씨처럼 적립식펀드에 가입하고도 자신이 정확하게 얼마의 수익을 올렸는지 수수료로 얼마를 떼어가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적립식펀드에 투자한 돈이 어떤 과정을 거쳐 내 손으로 돌아올까? 이와 관련된 대부분의 내용은 펀드판매약관에 나와 있습니다. 하지만 약관을 꼼꼼히 일러주는 판매사는 흔치 않습니다. 약관을 꼼꼼히 살피지 않고 펀드에 가입한 일반인이 가지는 펀드환매에 대한 오해들을 살펴봅시다. 펀드의 종류가 다양한 만큼 일부 예외에 속하는 펀드도 있음을 밝힙니다.
투자자가 부담해야 되는 수수료는 크게 투자신탁수수료(판매+운용보수)와 환매수수료로 나뉩니다. 연간 2.5% 정도에 달하는 투자신탁수수료는 어떻게 빠져나가고 있을까?
1. 투자신탁수수료는 원금 기준이다?
투자신탁수수료는 납입금액(원금)을 기준으로 매겨지는 것이 아니라 매일매일 순자산(좌수*기준가)에 대해 부과됩니다. 쉽게 말해 원금과 수익금을 합한 평가금액에서 매일매일 수수료 만큼 떼어가는 것입니다. 수수료를 먼저 제하는 선취형 상품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펀드상품은 평가금액에서 매일매일 차감해 두었다가 3개월에 한번씩 관련회사로 인출됩니다.
2. 투자신탁수수료는 수익이 날 때만 내면 된다?
펀드를 운용하다 보면 손해가 날 경우도 있습니다. 만일 원금손실이 나더라도 투자신탁수수료는 이익이 날 때와 똑같이 매일 계산됩니다. 순자산이 0원이 되기 전까지는 투자신탁수수료를 내야 하는 것입니다.
3. 환매 당일 출금할 수 있다?
펀드에 오늘 돈을 넣겠다고 마음을 먹고 입금 신청을 해도 그 다음날이나 입금이 됩니다. 돈을 찾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입금할 때보다 절차가 더 복잡하고 오래 걸립니다. 종류에 따라 신청 당일에 출금이 되는 펀드도 간혹 있지만 열흘 이상 걸리는 펀드도 있습니다.
주식 50% 이상형은 오후 3시 이전에 환매신청하면 다음날 기준가격이 적용돼 4영업일(청구일 포함) 뒤에 출금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오후 3시가 넘으면 기준가격은 하루 더 뒤로 밀립니다. 다만 출금가능일은 마찬가지로 4영업일입니다.
주식 50% 미만형은 오후 5시 이전이면 신청일을 포함해 3영업일을 기준가격으로 삼아 4영업일에 출금이 가능합니다. 50% 이상형과 기준가 적용일은 다르지만 출금일가지 걸리는 시간은 같은 셈입니다. 다만 오후 5시 이후 환매를 신청하면 기준가 적용일이 신청일 포함, 4영업일이 되고 출금가능일은 5영업일이 됩니다. 현재 국내 펀드 중 환매소요기간이 가장 긴 편입니다.
채권형은 오후 5시 이전 청약분에 대해 3영업일에 당일 기준가로 출금이 가능하고, 오후 5시 이후 청약분의 경우 4영업일에 당일 기준가로 출금이 됩니다. MMF는 오후 5시 이전에 환매신청하면 다음날 가격으로, 오후 5시 이후에 환매신청하면 3영업일 기준가로 환매를 신청한 다음날 출금할 수 있습니다.
4. 환매수수료는 꼭 내야 한다?
만기 이전에 환매를 원할 경우 보통 환매수수료를 내게 됩니다. 펀드마다 정해진 기간이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3개월 이상 투자할 경우 환매수수료가 면제됩니다. 3개월 미만 투자금에 대해서는 환매할 경우 이익금의 70%를 환매수수료로 내는 것이 보통입니다. 대부분 환매수수료의 기준은 ‘이익금’입니다. 원금에 손실이 날 경우에는 환매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입니다.
그 밖에 상품에 따라 수익에 상관없이 환매청구금액의 일부를 환매수수료로 내야 하는 상품도 있고 일정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환매수수료를 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5. 투자신탁수수료만 내면 된다?
펀드의 운용과 유지에 대한 모든 비용은 펀드에서 충당됩니다. 펀드는 투자자들의 자금이 모인 것이므로 펀드유지에 드는 비용도 투자자의 부담이 되는 것으로 생각하면 됩니다. 이런 비용을 관리비용이라고 합니다. 대표적인 관리비용으로는 ‘주주총회 개최와 관련된 비용’, ‘회계감사비용’, ‘투자증권의 매매수수료’ 등을 들 수 있습니다.
6. 공표된 수익률만큼 받는다?
공표된 수익률은 거치식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적립식투자자의 경우 공표된 수익률과 다를 가능성이 큽니다. 자산운용사가 발표하는 펀드수익률은 특정기간 동안 자산운용에 대한 Track Record(수익률 기록)일 뿐입니다. 거치식투자의 경우 펀드수익률은 한꺼번에 목돈을 납입해 Track Record와 일치합니다. 하지만 적립식투자의 경우 투자기간이 분산돼 있어 통상 수익률에 차이가 납니다. 주가상승기에 적립식은 평균 매입단가가 높아져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낮아져 거치식을 기준으로 발표되는 수익률만큼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7. 같은 펀드의 수수료도 은행이 더 비싸다?
자산운용사와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은행의 판매수수료보다 증권사의 판매수수료가 쌀 것으로 오해하는 투자자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은행이나 증권사나 어느 곳에 가입해도 동일한 펀드상품에 대한 수수료는 같습니다. 같은 상품의 경우 약관이 같기 때문입니다. 다만 종류형 펀드(멀티클래스)는 같은 펀드상품이라도 투자기간과 투자금액에 따라 보수체계가 달라집니다.
8. 필요하면 언제든지 일부를 찾을 수 있다.
적립식으로 투자할 경우 투자금의 일부를 찾는 ‘부분환매’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습니다. 만기 이전 부분환매가 안 되는 상품에 가입한 투자자는 펀드 전체를 환매하거나 그대로 두는 수 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