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형 & 명환 :
백학은 요즈음 조선일보의 주말걷기 란에 나오는 서울 주변의 낮은 산들을 걸어서 구경하는 코스를
다니고 있어. 아래는 서대문역에서 사직공원쪽으로 넘어 갔다가 경복궁역으로 오는 길을 걸어 본
것이야.
11월 15일이나 22일에 같이 갈 수 있겠니? 코스는 내가 몇개 준비를 해 보께. 백학
세계 곳곳에 계시는 벗 님들께 :
11월 8일, 아침에 비가 조금씩 내리지만 걷기운동은 가능 할 것 같아 우산을 들고 나섰습니다.
등산은 비가 오면 할 수 없어도, 걷기는 많이 내리지 만 않으면 할 수 있으니 이 얼마나 좋습니까?
5 호선 서대문역에 내려 강북삼성병원으로 갔습니다. 응급실로 들어가니 입구 오른쪽에 2 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고 김구선생 기념실 이라고 표지판은 붙어 있었지만 셔터가 내리어져 있어
안내에 물어보니 일요일에는 개방하지 않는다고 하네요. 건물 밖으로 나와 경교장 건물 사진만
찍었습니다. 전에 다른 일로 왔을 때는 이 건물이 경교장 인줄 모르고 지나쳤는데 이제 와 보니
바로 이 건물이 경교장 이었군요. 그렇습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맞습니다.
삼성병원을 나와 영안실을 왼쪽으로 하고 나지막한 오르막 길을 올라 갔습니다. 오른 편으로 작은
공원이 있고 서울 성곽의 일부가 일반 가정집의 축대로 쓰이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공원이 깨끗
하게 관리가 되어있어 그나마 보기가 나쁘지는 않더군요.
조금 더 가니 홍난파님이 말년에 살던 집이 기념관으로 잘 보존되어 있었습니다. 안내판을 보니
원래 이 집은 독일인 선교사가 서양식으로 지은 집으로 홍난파님은 말년 6년을 이 집에서 살면서
많은 작품을 남겼다고 합니다. 집은 작지만 담쟁이가 고운 단풍색으로 집 벽을 덮고 있어 참
예뻤습니다. 뒤 편에 서 있는 아파트가 조금만 더 떠러져 있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그래도 집을 없애버리지 않은 것 만이라도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집을 배경으로 하고 마당에 있는
흉상도 사진에 담았습니다.
사직공원으로 가기 위해 좁은 골목길을 올라가니 큰 은행나무가 있고 그 아래 안내판에 이 곳이
권율도원수 집터라고 써 있더군요. 은행나무는 420년 되었다고 하니 이 나무는 도원수님의 자라는
모습을 보았을 것 같습니다.
집터를 지나 조금 더 가니 성곽이 잘리고 길이 나 있었고 바로 그 지점에서 인왕산으로 가는 성벽이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다음에는 이 코스로 인왕산을 올라 가 보아야 하겠습니다. 앞 쉼터에 중년 부부
한 커플이 인왕산 올라가는 것은 포기하였는지 간이의자에 안자 김밥을 먹고 있었습니다. 비 내리는데
등산은 어렵겠지요.
사직공원을 향해 내리막길을 가다 보니 단군성전이 있었습니다. 안내판을 보니 1968년에 이숙봉여사
라는 분이 처음 건립하고1990년 쌍용 김석원회장이 재 단장 하였다고 되어있었습니다. 안내판에
“종교와 이념을 초월하여 國祖崇慕의 뜻을 기리며 …” 라고 되어 있는데, 근래에 단군을 우상이라고
하여 훼손하는 경우가 주기적으로 일어 나는 현실을 생각나게 하더군요.
다시 완만한 경사 길을 따라 올라가니 황학정 이라고 하는 국궁연습장이 있었습니다. 원래 경희궁의
북단에 있었는데 1894년 갑오경장으로 활이 조선군 무기체제에서 제외되었지만, 상무정신 계승이라는
목적을 위해 이곳으로 이전하고 고종 자신도 궁술연습을 하기 위해 자주 이곳을 찾았다고 합니다. 저
멀리 관혁이 보이는데 언젠가 이곳에서 화살을 날려보고 싶습니다. 황학정 건물 안에 고종의 초상이
모셔져 있었습니다.
황학정 옆으로 인왕산을 오르는 길이 있었지만, 인왕산 등정은 후일로 미루고 아래로 내려가
社稷壇으로 갔습니다. 태조가 수도를 한양으로 옮길 때 동쪽에는 종묘를 두고 이곳 서쪽에는 사직단을
두었다고 하네요. 담장 안을 들여다 보면 건물은 없어지고 동쪽에는 토지신 을 모시는 社壇 그리고
서쪽에는 곡식신을 모시는 稷壇이 설치되었던 자리의 주춧돌만 남아 있습니다.
광화문을 바라보며 천천히 걸어 가 경복궁역 에서 지하철 3 호선 전철을 타고 돌아왔습니다.
백학 드림
정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