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소개
감염의 시대에 묻는 방역의 정치와 연대의 길
포스트 코로나 뉴 노멀을 찾으려는 각자도생을 넘어
나를 지키는 우리를 살리고 세계를 바꾸려
세계 시민이 던지는 9가지 질문
감염의 시대 - 평범한 시민들의 일상을 뒤바꾼 코로나19와 팬데믹들
아무도 살아본 적 없는 감염의 시대다. 시시각각 바뀌는 여러 통계와 낯선 용어로 다가온 ‘코로나19’는 인종, 국적, 계층, 종교, 성별에 관계없이 우리가 ‘하나로 이어진 세계’에서 살아간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웠다. 정부와 전문가, 보건 당국과 의료진의 희생과 헌신 덕분에 봉쇄와 거리 두기가 풀리면서 일상이 회복되고 있지만, 위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바이러스하고 공존하는 삶이 ‘뉴 노멀’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바이러스보다 더 무서운 혐오와 차별, 불평등과 배타주의, 기후 변화와 생태 위기, 대량 실업과 공황, 가짜 뉴스라는 ‘멀티플 팬데믹’이 세계를 덮치고 있기 때문이다.
《멀티플 팬데믹》은 넘쳐나는 포스트 코로나 담론 속에서 코로나 19와 팬데믹‘들’에 맞서 세계 시민의 관점에서 답하려는 시도다. 세계시민교육을 통해 지구촌의 평화와 지속가능성에 기여한다는 사명 아래 한국에 세워진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국제이해교육원(APCEIU)이 기획하고 의학, 정치학, 사회학, 철학, 언론학, 교육학 등 여러 분야 전문가가 쓴 글을 모았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불거진 ‘멀티플 팬데믹’을 더 늦기 전에 세계 시민의 눈으로 차분히 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높은 시민 의식과 민주주의에 바탕한 세계 시민들의 연대와 협력만이 위기를 이겨내고 더 나은 일상을 여는 열쇠이며, 세계시민교육은 연대와 협력을 촉진하는 중요한 계기라고 믿기 때문이다.
📝 저자 소개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국제이해교육원 (기획)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국제이해교육원(APCEIU) 한국에 위치한 유네스코 산하 국제기구다. 세계시민교육을 통해 지구촌 평화와 지속가능성에 기여하는 것이 사명이다. 모두가 세상에 대한 지식을 갖추고 사회관계 속에서 공감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전세계 유네스코 회원국과 함께 정책 개발, 국제회의, 자료 개발, 연수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 목차
머리말 멀티플 팬데믹 시대, 어떻게 연대하고 협력할까? _임현묵
1부 감염
1장 바이러스 감염병이란 무엇일까? _기모란
2장 코로나19의 과학과 정치는 어떻게 만날까? _김창엽
2부 방역
3장 ‘케이 방역’은 어떤 민주주의를 보여주고 있을까? _김의영
4장 싸우는 방역은 함께 돌보는 면역으로 바뀔 수 있을까? _백영경
5장 낙인, 혐오, 배제라는 팬데믹은 극복할 수 없을까? _최종렬
6장 미디어는 어떤 감염병에 걸려 있을까? _유현재
3부 연대
7장 멀티플 팬데믹 시대, 교육은 무엇을 해야 할까? _박순용
8장 국제적 보건 의료와 세계시민주의는 어떻게 결합할까? _손철성
9장 위험 세계에는 어떤 글로벌 보건 거버넌스가 어울릴까? _조한승
참고 자료
📖 책 속으로
안 좋은 일은 겹쳐서 온다는 말이 있다. 지금이 딱 그렇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온 세계를 휩쓸면서 경제적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많은 사람이 생계를 걱정해야 할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경제 팬데믹을 불러온 셈이다. 이 틈에 인종주의, 배타주의, 차별과 혐오가 곳곳에서 고개를 들고 있다. 사회 심리적 팬데믹이라고 할까. 여기에 기후 위기와 생태 위기도 심상치 않다. 그야말로 ‘멀티플 팬데믹’이다. - 11쪽
신종 감염병은 우리가 모르는 질병인 만큼 불확실성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의사 결정은 그때까지 밝혀진 내용을 기준으로 하되,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면 정책이 바뀔 수 있다는 점을 의사 결정자와 이해관계자 모두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예방과 대비에 필요한 계획을 수립해 시행하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지만 준비가 부족하면 위기 상황이 초래될 수도 있다. 보건 의료인과 주무 부처는 물론 관련 부처의 관계자, 일반 국민이 감염병의 특성과 감염병이 미치는 영향을 정확히 알고, 감염병 위기 상황은 병원체와 숙주에 관련된 생물학적 요인말고도 다양한 생태학적 요인과 물리 환경 요인, 사회 환경, 정치적이고 경제적인 여건 등에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평상시에 감염병 예방과 대비에 지속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데 동의할 수 있다. - 49쪽
효과적인 방역을 위해서라도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세정(世情)을 이해하고 사회 곳곳에 생겨나는 돌봄의 공백을 메워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이제 코로나 사태가 끝나고 나면 기후 위기의 해결을 비롯해 삶의 방식에서 근본적인 변화를 수반하는 체제 변화까지 이야기해야 한다. 그래도 당장은 체제 밖으로 내몰린 사람들, 국가가 감당하지 못하는 사회의 구멍들을 찾아 메우는 데 몸을 아끼지 않은 사람들 덕에 이나마 버티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내 안전이 불안할수록 쉬운 비난과 선동에 나를 맡기기보다는 돌봄과 연대가 필요한 곳을 지원해서 사회적 면역을 강화하는 편이 나를 지키는 데도 훨씬 이롭다는 점을 함께 기억하자. - 126~127쪽
포스트 코로나 사회는 누구나 대면 상호 작용의 당사자가 돼 시선을 호혜적으로 주고받을 수 있는 감각의 공동체여야 한다. 내가 타자를 바라보고 있고, 타자도 내가 자기를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 상태에 바탕해 나를 바라보고, 나도 그 사람이 나를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 때, 비로소 ‘사회적 삶’은 시작된다. 사회적 삶은 초국적 기구, 국민국가, 지방 정부 같은 거대 조직의 작동만으로 가능하지 않다. 대면 상호 작용을 통해 인간으로서 서로 주고받는 작은 의례의 연쇄가 없다면 아무리 제도를 잘 갖춰도 사회적 삶은 제대로 실현되지 않는다. 작은 의례를 주고받으면서 서로 접촉하고 있다는 느낌이야말로 우리 모두 같은 사회 속에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보증하는 원초 감정이다. 이 원초 감정에 기대어 우리가 상대를 연대의 손을 내밀 당사자로 바라보면 상대도 똑같은 원초적 연대 감정에 기대어 연대의 손을 내민다. 이런 희망을 품어야 당사자인 우리가 모두 좋은 사회적 삶을 함께 만들 꿈을 꿀 수 있다. - 149~150쪽
“당신은 어느 국가 출신 환자인가요?” 코로나19에 걸린 환자에게 이렇게 물어도 될까? 혹시 이렇게 묻는 일 자체가 잘못되지 않았을까? 그 환자가 한국이 아니라 다른 나라 사람이라면 어떻게 하려고 그런 질문을 던진 걸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세계 각국이 입국 절차를 강화하면서 발열 검사를 해 체온이 높으면 자국민은 일단 입국시킨 뒤 격리 검사와 치료에 들어가지만 외국인은 아예 입국을 금지하고 되돌려 보내는 나라도 생기고 있다. 코로나19 환자 또는 환자일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국적에 따라 차별해도 괜찮을까? - 220쪽
🖋 출판사 서평
코로나와 부정의 - 차별과 혐오를 넘어설 방역의 정치와 연대의 윤리
감염은 방역으로 막아야 하지만, 전지구적 감염병은 방역만으로 이겨낼 수 없다. 복잡하면서도 하나로 이어진 오늘날의 세계에서는 연대가 필수다. 코로나와 부정의에는 감염의 과학과 방역의 정치와 연대의 윤리로 맞서야 한다.
감염은 급작스럽게 시작되지만 우리는 감염병을 연구하고 대비한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예방의학과 교수는 먼저 바이러스 감염병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지금까지 밝혀진 코로나 바이러스의 실체를 살펴보고, 신종 감염병에 맞설 7가지 대비 전략을 제시한다. 김창엽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는 감염병이 ‘사회적인 것’인 이유를 설명한 뒤 공공성에 기초해 일국적 차원과 국제적 차원에서 코로나19의 과학과 정치가 맺는 관계를 살펴본다.
방역은 기술적 차원을 뛰어넘어 민주주의의 의미와 공동체의 가치에 중요한 문제로 떠오른다. 김의영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시민 참여와 시민성을 중심으로 ‘케이 방역’의 현실과 미래를 점검한다. 백영경 제주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성공한 방역 뒤에 가려진 차별과 혐오의 실상을 되짚어가며 싸우는 방역이 함께 돌보는 면역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종렬 계명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우리 모두 감염과 연대의 당사자라는 자각 아래에서 낙인과 혐오와 배제라는 팬데믹을 극복할 수 있다고 역설한다. 유현재 서강대학교 지식융합미디어학부 교수는 ‘심리적 방역’의 관점에서 미디어가 위기를 왜곡하고 증폭한 ‘미디어 팬데믹’의 5개 유형을 분석하고 시민이 미디어 백신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감염을 막을 방역은 연대로 완성된다. 박순용 연세대학교 교육학과 교수는 멀티플 팬데믹 시대에 교육 분야의 부정의를 대표하는 정보 격차를 해소하고 세계시민교육을 해야 할 이유를 돌아본다. 손철성 경북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는 국제적 연대와 협력이 세계 시민의 도덕적 의무인 이유를 알려준다. 조한승 단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전례 없는 위기를 맞아 신음하는 위험 세계에 어울리는 글로벌 보건 거버넌스의 구성 요소와 실현 가능성을 전망한다.
돌봄과 연대 - 나를 지키는 우리를 살리고 세계를 바꾸는 세계 시민의 뉴 노멀
아무도 포스트 코로나의 일상을 모른다. 다만 《멀티플 팬데믹》을 함께 쓴 지은이들은 ‘나’를 지키고 ‘우리’를 살리고 ‘세계’를 바꾸려는 세계 시민들에게 꼭 필요한 두 단어를 제시한다. 바로 ‘돌봄’과 ‘연대’다. 코로나와 부정의를 넘어, 감염 위험에 대비하고 효과적 방역에 성공해 더 좋은 삶으로 함께 나아가려면, 이제 돌봄과 연대라는 가치를 ‘뉴 노멀’로 삼아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살아가려면 돌봄과 연대의 가치를 아는 세계 시민이 돼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