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지혜롭게 사는 방법은 있는가. 성공한 삶은 어떤 것일까. 사람마다 살아가는 환경이 다르고 직면하는 일들이 다르므로 이것을 한마디로 정의하기가 어렵다. 대체로 사람들은 거대한 성공이나 참담한 실패 모두를 꺼린다. 그것보다는 큰 성공이나 큰 실패 없이 살아가는 것을 선호한다.
한마디로 순간 순간이 등따시고 배부르되 무병장수하는 것이 인생의 목표인 경우가 많다. 결국 큰 아쉬움이 남지 않는 삶은 중용의 도(道)를 지키며 살아가는 것이다. 말은 쉬운데 실제로 그렇게 살기가 매우 어렵다.
명리학에서는 가장 좋은 사주를 무병장수하는 사주, 또는 가늘고 길게 사는 것을 좋은 사주라고 평할 때가 많다. 자식을 둔 젊은 여자분들에게 자신의 아이들이 어떤 삶을 살기를 바라는지를 물어보면, 거의 대부분 자식이 재벌이나 고위공직에 오르는 것 보다는 적당한 재물을 가지고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을 선호한다. 어느 엄마도 자식이 훌륭하게 되기를 바라지만, 자식이 안중근 의사나 윤봉길 의사가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정약용을 존경하고 김구선생을 존경하고 안중근을 존경하지만 자신의 아들들이 이런 삶을 살기를 바라지 않는다. 명리학은 바로 이 세속의 부귀, 즉 각 개인의 원시적 욕망을 다루는 학문이므로 특히 그런 내면적인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된다. 이것이 삶이다.
대체로 명리학적 인생관에도 부합하면서 큰 패착없이 살 수 있는 삶은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삶이다. 욕망과 이성, 도전과 안전, 소유와 베품, 확장과 유지, 진보와 보수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삶을 사는 것이 모든 사람이 원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치우치지 않는 삶은 누구나 바라는 것이지만 현실에서는 매우 어렵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이카루스의 날개'도 이런 치우치지 않는 삶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말해주고 있다.
간단히 '이카루스의 날개.를 소개하면,
그리스의 남쪽 지중해 한 복판에 크레타섬이 있다. 면적은 대체로 제주도의 4배 정도 되는 크기다. 크레타 섬은 '미노스'라는 왕이 다스리고 있었다. 어느날 미노스 왕의 왕비가 황소와 사랑에 빠져 '미노타우로스'라는 사람의 몸뚱이에 황소의 머리와 꼬리를 가진 괴물을 낳았다.
미노타우로스는 성장하면서 사람들을 잡아먹거나 기타 난폭한 행동을 일삼아서 큰 골치거리였으므로 미노스 왕이 이 괴물을 가둬두기 위해 올림푸스의 대장장이 신(神)인 헤파이도스의 후손이자 유명한 건축가인 '다이달로스'에게 한번 들어가면 절대 빠져나올 수 없는 미궁(迷宮, 라비린토스)을 만들것을 지시했다. 다이달로소는 명장(名匠)이라는 뜻이다.
마침내 다이달로스가 미궁을 완성하자 미노스왕은 괴물 미노타우로스를 미궁에 가두어 놓고 그리스 본토에 있는 아테네 사람들을 잡아와서 먹잇감으로 주었다. 그런데, 아테네 사람들을 미노타우로스의 먹이로 제공하는 것이 발단이 되어 아테네의 영웅 '테세우스'가 미궁에 사는 괴물 미노타우로스를 죽이고 미노스왕의 딸 아리아드네의 도움으로 다시 미궁을 빠져나가게 되었다.
이에 화가 난 미노스 왕은 미궁을 건설한 다이달로스에게 테세우스 탈출의 책임을 물어 그와 그의 아들 '이카루스'를 미궁에 가두었다. 미궁에 갖힌 다이달로스는 바람결에 날아오는 새의 깃털을 모아서 날개를 만들고 밀랍을 이용해 그 날개를 몸에 붙여 마침내 미궁을 탈출했다. 미궁을 탈출하면서 다이달로스는 아들 이카루스에게 주의를 줬다.
"너무 높이 날면 태양 열에 밀랍이 녹으니 너무 높이 올라가지 말아라. 그리고 너무 낮게 날아도 바다 습기로 날개가 젖어 무거워지니 항상 하늘과 바다의 중간으로만 날아라"
축약하면, 너무 높게도 너무 낮게도 날지 말라는 당부다. 그러나 미궁에 갖혀 있다가 탈출한 이카루스는 아버지의 당부를 잊고 하늘 높이 계속 올라가면서 자유를 만끽했다. 그 결과 너무 높이 올라가서 태양의 열기에 밀랍이 녹아서 이카루스는 그리스 앞바다 '에게 해'에 빠져 죽었다.
이 신화가 주는 교훈은 너무 높게도 너무 낮게도 날지 말라는 것이다. 즉, 한쪽으로 치우치지 말라는 의미다. 사람들이 욕망을 다루는 자세를 일러주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너무 높게 날아도 문제지만 너무 낮게 날아도 문제다. 세상 일에도 너무 과도한 욕심을 내거나 너무 과도한 투자를 하면 문제가 될 때가 많다. 그렇다고 너무 안전위주로 현실에 만족하면서 살면 언젠가는 몰락하게 된다. 한번 성공한 것을 바탕으로 계속 욕망을 조절하지 못하고 자만심을 가지게 되면 반드시 실패를 경험한다. 또 너무 소극적으로 안전위주의 태도를 견지하면 변화에 시의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여 또한 망하게 된다.
너무 높게 나는 것도 위험하지만 너무 낮게 나는 것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다. 기업들을 보면 세계적으로 카메라 필름업체인 코닥의 몰락이나 휴대폰 제조사인 노키의 몰락을 보면 시대의 변화에 적절하게 도전하지 않은 결과가 어떤 것인지를 보여준다. 또 충분히 내실을 다지지 않고 무모하게 확장 위주의 투자를 일삼게 되면 그것도 곧 몰락의 길이 된다. 우리나라를 보면, 대우그룸의 몰락이나 IMF를 불러온 한보그룸의 몰락은 그러한 예가 될 수 있다.
요즘 선거철이 돌아 와서 매우 시끄럽고 뉴스가 온통 정치뉴스로 뒤덮고 있다. 정치인이나 정당의 흥망성쇠를 '이카루스의 날개'에 비추어 본다면, 아마 녹색정의당이나 심상정 의원이 아닐까 싶다. 녹색정의당과 심상정 의원은 늘 정치권에서 매운 고추맛을 내며 진보의 신선함을 선사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에 그 배경은 알 수 없지만 과도하게 보수편향적 노선을 취하면서 정치적으로 완전한 몰락의 길에 들어 섰다. 녹색정의당이나 심상정의원은 늘 민주당과 적절한 원심력과 구심력을 유지하면서 협력과 긴장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명리학 입장에서는 새로운 목표에 도전하지 않고 너무 현실안주적인 행동을 하는 것을 식신봉효(食神逢梟) 또는 도식(倒食)이라고 한다. 또, 너무 과도한 욕망에 불타서 현실을 돌보지 않고 무모한 도전을 하는 것을 재극인(財剋印)이라고 한다. 어느 것이나 바람직하지 않다. 늘 좌와 우 앞과 뒤의 관계에서 적당한 원심력과 구심력, 긴장과 협력이 필요하다. 신중한 생각과 과감한 행동의 조화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