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잔 더 할까?"
"아니."
"안돼."
부산에서의 밤은 번개탄만 홀랑 태우곤 이내 사그라든 연탄불 같이 시시한 형국입니다. 아내와 딸아이가 안된다니 안 '된다'...읭?! 된다? 흙~
부산우유/편의점, 부산
"부산에 ##씨 있지 않아?"
"아! 맞다."
숙소에서 마실 음료를 사러 들린 편의점에서 아내가 상기시켜주지 않았다면 끝내 모르고 지나쳤을 뻔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갑판장의 친구 중 한 명이 서울에서 부산으로 파견되어 일을 하고 있습니다. 평소라면 문자메세지로 미끼만 슬쩍 투척해 두었을 터인데 현재시각이 22시 23분입니다. 갑판장이 아쉬운 상황이니 절박한 심정으로 다짜고짜 전화를 할 수밖에요.
"여보세요."
"나다. 지금 부산이다. 어디냐? 주변이 왜 그렇게 소란스럽냐?"
"오! 최씨. 호프집이라서 시끄럽다."
"부산관광호텔 앞으로 와서 전화해라. 지금 그 근처에 있다."
35년 쯤 묵힌 묵은지 같은 친구를 부산에서 만나니 새삼스레 반가울려고합니다. 그럴 사이가 아닌데...말입니다.
자갈치시장/부산
꼼장어가 먹고싶다 하니 자갈치로 가잡니다. 사실 꼼장어는 갑판장보단 이 친구가 더 좋아라했던 안줏감입니다. 30년 쯤 전에 한 동네에 살면서 허구헛날을 어울려 뎅기며 술을 사발로 퍼마시던 추억을 공유하는 친구입니다. 그 때 이 친구는 양념꼼장어를 갑판장은 뼈째 조진 닭발을 안주삼아 포장마차에서 쇠주 마시기를 즐겼습니다. 형편이 형편없던 시절이라 안주 두 개를 주문할 형편이 못 되니 한 번씩 번갈아 가며 각자가 좋아하는 안주를 시켰었습니다.
활꼼장어소금구이/자갈치, 부산
지도 서울출신이면서 부산에서 좀 지냈다고 갑판장 앞에서 센척을 합니다. 자갈치에 단골집이 있으니 그리 가자고 해서 기껏 찾아 갔는데 정작 주인은 그 친구를 못 알아보는 눈칩니다. 모냥 빠지게시리.
노릇노릇 꼼질꼼질
현지인이 즐겨 다니는 음식점과 관광객이 방문하고픈 음식점은 서로 다른 경우가 흔합니다. 동일한 메뉴를 취급한다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지인에겐 실속이, 관광객에겐 상징성이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신혼여행으로 제주도에 갔을 때 30대로 보이는 호텔직원에게 당신이 친구들과 즐겨 다니는 음식점을 추천해 달라 했더니만 페리카나치킨을 들먹이더군요. 어처구니가 없어 했지만 현지인의 입장에선 오히려 그게 당연한 대답입니다. 부산출신의 지인에게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서울에선 진작에 출점을 하여 이제는 전설에나 등장을 할 만한 크라제버거가 부산에서 출점했을 때의 이야기랍니다. 그 무렵에 그 친구가 부산에 내려갔더니만 부산의 식도락계가 크라제버거 열풍으로 발칵 뒤집혔다나 뭐라나...
자갈치꼼장어도 좋지만 60년 내력의 꼼장어집인 성일집에도 가보고 싶습니다. 헌데 갑판장이 만난 부산시민들은 한결같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아들로 대물림을 했다는 둥, 양이 적어지고 비싸다는 등의 꼬릿말이 덧붙더군요. 그래도 갑판장은 한 번은 꼭 성일집에 가보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성일집은 자칭 타칭으로 부산의 꼼장어원조집으로 불릴만 하기 때문입니다. 어느 집이 더 나은지 판단하기 곤란한 경우라면 갑판장은 원조집을 선택합니다. 따라 하기는 쉽지만 무엇을 새로 시작하거나 처음 만들기는 무척 어렵기 때문에 그 공로를 인정하고자 함입니다. 이번엔 비록 너무 늦은 시각이라 방문을 못했지만 다음엔 꼭 영업시간중에 방문을 해야겠습니다.
퍼지네이블/광복동, 부산
밤이 길어져 익일 새벽이 되었건만 예서 부산에서의 밤을 멈출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갑판장은 휴가중이니까요. 맨날 서울서 보던 뻔한 얼굴도 타지에서 마주하니 반갑다. 친구야~ 딸꾹~ 근데 친구는 휴가가 아니잖아. 딸꾹~
<갑판장>
& 덧붙이는 말씀 : 애시당초 갑판장의 계획은 야밤에 아내와 함께 광안대교를 바라보며 칵테일을 홀짝이는 것이었다나 뭐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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읭??
@강구호 갑판장 광안대교 야경이 죽이는데!
@편안한나날 마산에서 바다를 실컷 봐서 그나마 덜 섭섭했구만요.
새벽에 닭 대신 괭기갈매기가 모닝콜을 해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