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낳은 달걀처럼
참새떼가 우르르 떨어져 내린
탱자나무 숲
기세등등 내뻗은 촘촘한 나무 가시 사이로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참새들은 무사통과한다
(그 무사통과를 위해
참새들은 얼마나 바람의 살결을 닮으려 애쓰는가)
기다란 탱자나무 숲
무성한 삶의 가시밭길을 뚫고
총총히 걸어가는 참새들의 행렬
(가시에 찔리지 않기 위해
참새들은 얼마나 가시의 마음을 닮으려 애쓰는가)
…… 난 얼마나 생의 무사통과를 열망했는가
그 열망 깊은 곳,
가시 무성하게 돋아난
선혈 낭자한 탱자나무 숲이여
싸랑해요 밀키스,혹은 주윤발論
- 유 하
이곳은 썩은 오물로 뒤덮인 쓰레기의 땅이다.
탈출구는 없다 원하지도 않을 것이다 난 그 쓰레기를 사랑한다.
― {13일의 금요일 8} 살인마 제이슨
요즘 홍콩 총쌈 영화를 거창하게 느와르 영화라 부르지만
그건 말짱 매스컴의 상업주의가 조작해낸 가짜 용어다. 암울하게 죽고
죽이는 살육 장면이 있다고 다 느와르인가 가령, 차이나타운 같은
느와르 필름 속엔 나름대로
진솔한 절망이 있었다 홍콩 영화엔 겉멋 들린 절망이 있을 뿐이다
롱코트 휘날리며 지폐로 담뱃불을 붙이며 갖은 똥폼 다 잡는 주윤발
그 홍콩 영화가 무협지처럼 쉽게 읽히는 건 김현 선생 말씀처럼
그 안에 고민이 없기 때문이다 홍콩 느와르는 모더니즘 무협지에 불과
하다
장삼자락이 롱코트로,장풍이 바주카포로,로례 깡따위 왕우 진성이
이소룡 성룡을 거쳐 주윤발 유덕화 양조위로 가오마담만 바뀌었을 뿐
겉멋 든 폭력으로 한국의 아이들을 홍콩 가게 하는 건 늘 변함이 없다
그렇다 나쁜 폭력이 고민 없이 횡행하고 있는 이 땅에서 홍콩 영화는
하나의 종교성을 가지고 있다 파괴욕의 대리 만족 현장,
보라 광포한 체제의 무형강기에 관통당한
상처받은 육신들이 속속 홍콩 영화에 귀의하는,저 인산인해의 장관을!
인간의 폭력이라는 지랄 본능과 비밀하게 교미하는 피비린내 나는 화
면들,
집단 종교 제의의 광태가 따발총 쏘는 英雄本色 주윤발 롱코트 자락을
따라
장엄하게 펄럭이누나 주윤발을 믿는 이 땅의 젊은이들이 소리쳐
주문을 외운다 싸랑해요 밀키스 ! 띵호와 ! 싸랑해요 密키스 !
폭력에 대한 집단 무의식적 원한을 홍콩 가는 즐거움으로 바꿔놓는,
이 영검한 종교를 보셨습니가 예 ? 한국엔 장군의 아들이 있다구요 ?
그렇다면 과연 5.16 5.17 將軍本色은 한국판 느와르요? 무슨 말쌈을,
박상민은 주윤발의 해적판이요 깡패들이 정계 인사와 꼴망, 쫄망, 파를
만들어 쌈질하는 나한일의 무풍지대도 영웅본색
첩혈쌍웅의 뒷다마다 아니다 그렇게 애기하는 놈들은 젖냄새나는 밀키
스나 더 마시고 오라
원조 교주는 바로 할리우드 사원에 있느니라 마론 브란도가 허스키하
게 지껄인다. 네가 나를 대부님이라 부른다면 너의 소원대로 그자들을
죽여주마
폭력물의 영웅들은 라스트 씬에 회전의자를 싹 돌리며 본색을 드러낸
다는데
허면 이 땅의 느와르 영웅들의 본색은 어디에 ? 본래가 무일물이거늘
본색은 무슨 본색,난 그를 대부님이라 부른 죄밖에 없는 속죄양에 불과
하오 거사를 치르고 절에 은둔하신 어느 거사님의 말쌈
아하,본색은 간데없고 영웅,스타들만 득실거리는 이 땅에 시산혈해의
홍콩 영화가 종교적으로 판을 치는 까닭이,주윤발 롱코트 자락에 숨어
있었구나 할리우드 대부의 인가를 맡은 주윤발 교주가 화면의 법석에
앉으니
오빠! 오빠! 도성 안의 신도들이 야단법석이구나 온갖 증오의 파괴욕이
내가 찍 쏘는 총알더미에 후련하게 실려 부드럽고 감미로운 밀크빛으
로 돌아가나니 폭력을, 원쑤를 어찌 미워하리오
자, 다 함께, 홍콩 가는 표정으로, 따라 하시오 싸랑해요 밀키스-
첫댓글 저도 주윤발 아찌 좋아하는데... 중딩때 영웅본색 보고 개폼 잡다가 엄마한테 두들겨 맞았어요... 즐거운 여름... 강건한 여름... 션한 주말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