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연방의회를 ‘마비 상태’ 일보직전으로 몰아갔던
연방의원의 이중국적 문제와 관련해, 논란의 헌법 조항 제44조를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점화됐다.
호주 헌법 제44조
연방의원의 이중국적 보유 금지
45대 연방의회 회기 중 15명의 연방상하원 이중국적 보유로 중도하차
헌법 제44조, 1890년 대 초안…반 이민 정서에 기초, 영국계 의원 방어막
47대 이민자 출신 의원 2인 ’44조’ 개정 촉구
47대 연방의회에서 연방의원 이중국적 문제가 쟁점으로 다시 부상했다.
지난 5.21 연방총선 출마를 위해 출신국 국적을 포기해야 했던 2명의 의원이
연방의원 이중국적 보유를 금지하는 헌법 44조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 두 의원은 이 조항이 시대착오적이라며 개정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녹색당 부당수로 재임중인 메린 파루키( Mehreen Faruqi ) 연방상원의원은
"그 누구도 나의 전철을 밟을 필요가 없다"면서 "헌법 44조는 존속될 이유가 전혀 없고
참여 민주주의를 제한하는 독소조항이다"라고 주장했다 .
메린 파루키 연방상원의원은 파키스탄에서 출생했고 남편과 함께
1992년에 호주로 이주해 토목공학 분야에 종사하면서 대학에서 강사로도 활동한 바 있다.
이후 10여년 후인 2013년 그는 NSW주 상원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했고
이후 2018년에는 연방상원의회에 입성했다.
이를 위해 그는 파키스탄 국적을 포기해야 했는데, 생각보다 힘겨운 여정이었다고 한다.
파루키 연방상원의원은 “파키스탄 국적 포기서류에 서명한후
생각지도 못한 감정이 복받쳤고 부모나 조부모 등 모두에게 국적 포기 사실을 알려야 했는데
이는 내 가족사와 내 문화에 대한 포기각서처럼 받아들여졌다”고 말했다.
파루키 연방상원의원은 헌법 제44조는 분명 이민자들의 정치권 진입을 가로막는 장벽이라고 주장했다.
논란의 헌법 제44조의 법적 근거와 배경은 무엇일까.
NSW 대학 법학과의 헌법전문학자 조지 윌리암스 교수는
“헌법 44조는 1890년대 처음 초안이 마련됐는데 당시에는 말 그대로 백호주의에 기반한
반 이민정서가 매우 강했던 시절이었다”면서 “한 마디로 타국인이 국민의 대표가 되는 것을
저지하려는 의도였다”고 말했다.
윌리암스 교수는 또 당시 국민들의 정서는 타국인이 호주 의회 대표가 되면 국방 등
국가 기밀이 유출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했고 결국 오직 영국계만이
의원이 돼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팽배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21세기 현재 호주 인구의 절반 이상이 해외 출생이거나 부모 중 한 쪽 이상이
해외 출생자라는 현실을 고려하면 전 근대적 조항이라는 지적도 팽배하다.
실제로 상당수의 사람들 가운데는 자신이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
다른 나라의 국적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도 비일비재한 것.
물론 의도적으로 이중국적을 보유하려는 경우도 있지만 어린 시절 부모를 따라
호주에 정착한 이민자 1.5세대들의 경우 대다수가 자신도 모르는 상태에서
이중국적자가 된 경우가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제47대 연방의회의 최연소인 27살의 패티마 패이만 연방상원의원 역시
자신이 아프가니스탄 국적을 보유한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8살 때 아프가니스탄 난민으로 호주에 정착했고 수년 후 아버지도 호주에 정착했던 것.
패티마 패이만 연방상원의원은 “참담한 상황이었다. 8살 때 호주에 도착해
사실상 호주에서 모든 삶을 살았고 이곳이 내 고향이지만, 내 정체성의 일부를
강제로 포기해야 했다”고 말했다.
패이만 연방상원의원은 히잡을 착용한 첫 연방 의원으로 다양성의 상징적 인물이 됐지만,
자칫 이중국적 문제로 연방의회 진출이 좌절될 뻔 했던 것.
그 비근한 예가 지난 2017 연방의원들의 이중국적 보유 사태이다.
당시 자신이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부모의 이중국적 때문에 심지어 조부모의 국적 때문에
이중국적을 보유한 것으로 드러나 연방의원직이 박탈되는 사태가 발생한 바 있다.
이 가운데 대부분은 재선거를 치러 의회에 재입성해야 하는 등
불필요한 국력과 국고를 낭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