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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 반 올 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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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신 | 제 언론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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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입장] 아이엠텍 故김OO님 산재인정 판결에 대한 반올림 입장 | |
발신일 | 2020. 06. 04. (목) | |
문 의 | 010-2985-3893 (소송 대리인 법무법인 율립 변호사 오민애) 010-4322-2259 (반올림 상임활동가/노무사 조승규) |
아이엠텍 故김OO님 산재인정 판결에 대한 반올림 입장
불가능한 입증을 요구하면서 피해자를 산재보험에서 배제해서는 안된다
1. 경과
2011.3.23. 아이엠텍 파주사업장 입사
2014.8.29. 비호지킨림프종 진단
2014.9.13. 만52세로 사망
2015.10.29. 유족 산재신청
2017.3.13. 근로복지공단(질병판정위원회) 산재 불승인
2018.7.2. 소송 제기
2020.5.29. 1심 산재인정 판결
- 망인은 2011. 3.부터 2014. 8.까지 반도체 관련 전자부품 제조업체(이하 ‘이 사건 사업장’에서 3년 5개월간 근무하다가 ‘미만성 거대B세포 림프종’(비호지킨림프종의 한 종류) 진단을 받고 수술을 받은 후 보름 만인 2014. 9.경 사망하였음. 위 업체에서 근무하기 전에는 관련 업종에 종사한 바가 없었고, 흡연·음주도 하지 않았으며 건강상 이상도 없었음.
- 근로복지공단은 망인의 배우자가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하자, 망인이 수행했던 펀칭공정은 화학물질을 취급하지 않았고, 공조시스템을 통해 인근 공정에서 사용하는 유기용제와 포름알데히드에 노출된 것으로 판단되나 노출기간이 짧고 역학적 근거가 부족하다, 위 질병의 원인물질로 알려진 벤젠은 작업환경측정 시 검출되지 않았고 노출가능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부처분을 하였고, 재심사청구도 기각하였음.
- 이에 망인의 배우자인 이 사건 원고는 근로복지공단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고, 서울행정법원은 2020. 5. 29.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음.
2. 판결 주요 내용
- 법원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인용함.
1) 망인이 담당한 공정 외의 공정에서 사용·발생하는 유해물질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인정됨
: 망인이 근무한 펀칭공정은, 이전 공정에서 만들어진 제품에 홀(구멍)을 가공하는 작업이어서 이전 공정에서 사용하거나 발생하는 유해물질의 영향을 받을 수 있음. 또한 층별로 하나의 공조시스템을 사용하고 공기를 재순환하는 클린룸 설비의 특성으로 다른 곳에서 발생한 유해물질에 함께 노출될 가능성이 존재함. 뿐만 아니라 망인이 2교대 근무에 연장근무, 주말특근으로 주 6일 이상 하루 10.5시간 내외로 근무하였던 점에 비추어보면 펀칭공정 외에 다른 공정에서도 상당시간 근무하고 다른 종류의 더 많은 유해물질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인정됨. 이에 더하여 망인에게 별다른 보호구가 지급되지 않아 노출가능성이 더 클 수 있음.
2) 역학조사의 부실함과 한계, 작업환경측정 결과에 대한 형식적인 판단의 문제점을 확인함
: 역학조사와 작업환경측정(2012-2015년)결과에서 확인되는 유해화학물질 수치는 허용기준 범위 안에 있으나, 위 허용기준은 단일물질에 노출됨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여러 물질에 복합적으로 노출되거나 주야간 교대근무 등 유해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할 경우 질병발생의 위험이 높아짐. 나아가 망인이 근무할 당시에는 펀칭 공정 근처에 가공실, 박막실 등이 위치해 있어 공조시스템을 통해 다른 공정의 유해물질(아세톤, 이소프로필알콜, 금속가공유, 황산 등)이 노출될 수 있었음. 역학조사 시에는 펀칭 공정이 1층에서 2층으로 변경되어, 역학조사 시 측정결과를 토대로 망인이 근무할 당시의 유해인자에 대해 판단하는 것은 한계가 있음을 지적함.
3) 역학조사 당시 확인된 톨루엔, 자일렌 등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비호지킨림프종의 유발원인인지 여부에 대한 의학적 연구가 부족하더라도, 법적·규범적 인과관계가 쉽게 부정되어서는 아니됨.
4) 면역기능 저하는 비호지킨림프종의 위험요인으로 알려져있는데, 망인의 근무시간은 과로누적에 따른 면역기능 저하 초래 가능성을 보여줌.
=> 망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음.
3. 판결의 의의
- 환기시스템과 근무환경, 근무시간(주6일, 하루 10.5시간 내외)을 구체적으로 살펴, 망인이 담당한 공정 외에 다른 공정에서 일했을 가능성, 이로 인해 여러 유해화학물질에 복합적으로 노출되었을 가능성에 더하여 야간·초과근무가 유해요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까지 실질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함.
- 질병의 원인에 대하여 의학적 인과관계가 명확히 규명되지 않은 사정이 있더라도, 곧바로 법적·규범적 인과관계를 부정할 수 없고 같은 계열의 질환(백혈병)의 발암물질을 구체적으로 고려함.
- 이 사건 사업장은 소송 진행 과정에서 원고 측의 근무공정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자료(업무분장, 작업량 등) 제출 요구에 대해, 담당자 퇴사, 공정 변화 등을 이유로 제출하지 않았고, 2012년-2015년에 진행된 작업환경측정에서 사업장 전체에 대한 휘발성 유기화합물, 포름알데히드에 대한 측정은 실시되지 않았음. 이러한 사정에 대해 법원은 원고 측에서 유해화학물질의 종류, 노출정도를 증명하는 것이 어렵게 된 사정으로 보고 근로자 측의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함. 근무환경의 위험성에 관한 자료와 정보를 사업장이 독점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근로자가 이를 밝힐 수 없는 사정을 적극적으로 고려함.
4. 반올림의 입장
특정 화학물질과 특정 암/희귀질환의 관련성, 복합적인 유해요인 노출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 등등. 직업병 산재 과정에서 마주하는 이런 문제들은 아직 과학적 지식이 부족하여 어느 누구도 명확한 답을 내릴 수 없는 문제임. 그런데 우리 사회는 그것이 불가능한지 알면서도 피해자(유족)에게 엄격한 입증을 요구하고, 피해자가 입증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산재를 불승인함.
고 故김OO님의 경우 포름알데히드 등 유해물질과 비호지킨림프종의 관계가 명확하게 입증되지 않다는 것이 주요한 불승인 사유였음. 이렇게 피해자가 도저히 입증할 수 없는 기준이 적용되면, 많은 피해자들이 산재보상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음. 이는 사회보장제도로서의 산재보험의 취지에 맞지 않는 일임. 이에 법원은 산재 판단의 기준은 엄격한 과학적 입증이 아님을 확인하고, 명확하지는 않더라도 다양한 가능성들을 인정해 산재인정 판결을 내렸음.
근로복지공단은 산재에서 피해자(유족)에게 불가능한 입증수준을 요구하여 피해자(유족)의 아픔을 키우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함. 산재판단과정에서 적용되는 것은 과학적 인과관계가 아니라, 법적 규범적 인과관계라는 것을 원칙으로 확인해주길 바람.
5. 피해자 故김OO님 부인 황OO님의 소감
우리 남편이 세상을 떠난 지 6여 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하루하루가 절망과 분노로 가득한 세월이었습니다.
2020년 5월 28일까지도 근로복지공단과 남편의 회사는 저의 남편의 질병이 산업재해가 아니라고 했습니다. 더불어 남편의 질병에 대한 인과관계를 밝히고 증명하는 책임은 오로지 남겨진 가족의 몫이었습니다. 힘 없고 전문적 지식이 전혀 없는 사람에게 너무나 가혹한 우리나라의 현실에 분노했습니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에서 인정하지 않았던 절망적인 상황이었음에도 재판에서 승소하여 너무나 기쁩니다.
이번 재판으로 비호지킨 림프종으로 쓰러진 지 한 달도 안 되어 세상을 떠난 남편의 죽음이, 산업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재해 중 하나임을 밝혔습니다. 이 사실이 널리 알려져, 그로 인해 인체에 유해한 약품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강력한 조치가 이루어져 안전한 노동환경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해 봅니다.
또한 산업현장에서 일어나는 사고는 국가에서 그 원인을 밝혀주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가의 경제를 책임지는 노동자들이 보호받는 시대가 오기를 기대합니다.
2020. 06. 04.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