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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ities_인문학 산책
고전에서 인생을 묻다_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바다, 인내와 존중, 그리고 희망을 품다
바다. 무한대의 생명력과 끝 모를 죽음의 심연으로서 언제나 동경과 공포심을 동시에 불러일으키는 존재, 그러나 한 편의 소설로 이 간단한 단어가 얼마나 위대한 상징일 수 있는지를 일깨워준 작가가 있었다.
엽총과 첼로의 파란만장한 삶
마침내 1961년 7월 2일, 그는 엽총을 입에 물었다. 총성이 울렸고, 세계 문학사의 한 거장이 생을 마쳤다. 죽음은, 행동주의 작가 헤밍웨이가 자신의 생애를 통틀어 처음으로 작품화할 수 없었던 체험이 되었다.
파괴될 수는 있지만 패배하지는 않는 거야
그러나 배 옆에 청새치를 매달고 돌아오던 중 상어들의 연이은 공격을 받는다. 노인은 처절하게 이를 물리치려 하지만 역부족이다. 노인은 독백한다.
“인간은 패배하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야. 인간은 파괴될 수는 있지만 패배하지는 않는거야.”
결국 청새치는 뼈와 대가리만 남고, 노인은 또다시 빈손과 지친 몸으로 집에 돌아와 깊은 잠에 빠져든다. 소년 마놀린이 노인을 보살피고 노인은 사자 꿈을 꾼다.
싱거울 정도로 간단한 줄거리다. 노인이 청새치를 낚기 위한 사투, 그리고 그 청새치를 뜯어먹는 상어들과의 또 다른 의미의 사투 외에 이렇다 할 사건이나 갈등이 전혀 없다. 작품 초반과 마지막에 잠깐 나오는 따뜻한 심성의 소년 마놀린을 제외하면 노인 한 명만 등장하는 단순한 작품인 셈이다. 하지만 이 작품에는 노벨 문학상에 값하고도 남는 심오한 상징의 세계가 존재하고, 우리는 그 세계의 존재에 압도된다. 읽기는 쉬워도 이해하기는 어려운, 그리고 분명히 이해되지는 않지만 감동의 울림은 오래가는 <노인과 바다>의 마력은 도대체 무엇인가?
한편 <노인과 바다>는 작품 구상에서 집필까지 무려 15년이 걸렸다. 열린책들에서 출판된 <노인과 바다>의 번역자 이종인 씨의 작품 해설에 의하면, 첫 문장을 쓰고 8주 만에 집필을 탈고 했지만, 발표하기까지 200번이나 다시 읽으면서 일자 일구에 신경 써서 문장을 가다듬은 역작이라고 한다. 당연히 바다가 그저 바다가 아니고 어부가 그저 어부가 아니며, 청새치나 상어가 그저 물고기가 아니고 소년 마놀린이 그저 이웃집 어린이가 아닌 것이다.
“헤밍웨이의 작품에는 폭력과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현실 세계에서 선한 분투를 이어가는 모든 개인을 향해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존경과 더불어, 위험과 모험에 이끌리고 마는 인간 존재들이 등장한다”는 노벨 문학상 시상 연설은 결코 과찬이 아니다.
그럼에도 조각배에 담아온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산티아고의 위대한 독백 “인간은 파괴될 수는 있지만 패배하지는 않는 거야(A man can be destroyed but not defeated.)”였다. 생각해보라. 이 독백 말고, 인간은 도대체 무엇을 더 싣고 인생의 항로를 마치고 귀환할 수 있단 말인가?
오두막에 들른 소년 마놀린이 핏빛으로 깊이 파인 노인의 두 손을 보며 눈물을 훔친다. 잠에서 깬 노인에게 음식과 커피를 가져다주며 마놀린이 말한다.
“빨리 회복하세요. 할아버지에게 배울 것이 너무 많고, 또 할아버지는 제게 모든 것을 가르쳐줄 수 있어요.”
노인은 다시 엎드려 자고, 마놀린이 그 옆에 앉아 보살피고 있다. 노인은 사자 꿈을 꾼다. 생각해보라. 우리 인생에서 말년에 이만한 소년 하나를 얻을 수 있다면, 우리는 사자 꿈을 꿀 만하지 않은가?
<노인과 바다> 역시 올해만 5종이 출판되었다. 헤밍웨이는 자신의 명작들과 함께 결코 패배하지(defeated) 않았다. 세계 문학사에 한 획을 그은 불굴의 작가가 치열한 체험 속에서 건진 한 줄 한 줄의 진실은 영원히 패배하지 않는 그런 것이다.
바다는 단순한 피서지가 아니다
"바다는 크고 깊고 유장해 동서고금의 야광주 같은 이야기가 많으며, 박람강기(博覽强記)의 절대적 지식량이 요구되는 지구 유일무이의 미지의 공간이다. (…) 돌이켜보면, 우리의 바다와 ‘갯것(바닷물이 드나드는 곳에서 나는 물건)’들은 총체적으로 소외되었으며, 일반의 바다에 관한 지식은 그야말로 일반적·상투적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한국민속연구소장 주강현 씨는 <관해기> 서문에 이렇게 적고 있으니, 올여름 바다에 가거든 조금쯤은 참고해두기 바란다.
일러스트 홍소희 참고도서 <노인과 바다>(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이종인 옮김, 열린책들 펴냄), <노인과 바다>(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이인규 옮김, 문학동네 펴냄), <관해기(1, 2, 3)>(주강현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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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마음의 정원 원문보기 글쓴이: 마음의 정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