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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피스 수녀 품에 안겨 하늘나라로 간 청년 |
그의 마지막은 행복했다 한 청년이 있었다. 그는 어려운 집안 환경 속에서도 당당히 건축학도의 길을 걸어왔으며, 반복되는 수술과 입원, 고통스러운 항암치료를 받으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순간에도 그는 “그냥, 가는 거죠”라며 두려워하지 않았다. 결국 그는 11일 동안 자신의 고통을 사랑으로 감싸주었던 호스피스 병동의 한 수도자의 품에서 생을 마감했다. 그의 마지막 가는 길은 결코 외롭지 않았다. 사랑하는 부모님과 동생, 엄마처럼 따르던 수녀들, 의사 선생님과 간호사 누나들, 자원봉사자 아주머니들 모두의 배웅을 받으며 그렇게 한 청년이 떠나갔다. 고 전승항(라파엘, 21)씨. 착하고 온유한 성품의 전씨가 근섬유종육종암 진단을 받은 것은 그가 중학생이던 2001년의 일이다. 그는 어깨, 무릎, 관절 쪽에서 자라나는 종양을 제거하기 위해 지난 7년여 동안 7차례 이상의 수술을 받는 등 입원과 퇴원을 반복해 왔다.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거치며 내내 이어진 투병생활 중에도 그는 경희대 건축학과에 입학하는 등 자신의 꿈을 착실히 키워왔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암이 폐로 전이되면서 상태가 급격히 악화됐고, 더 이상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성 빈센트 병원 의료진의 소견에 따라 12월 초 호스피스 병동으로 옮겨야 했다. 호스피스 병동의 전문 간호사 아나스타샤 수녀(성 빈센트 드뽈 자비의 수녀회)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그때부터다. 호스피스 병동으로 옮겨온 전씨는 기침을 하면 피를 토해내고 산소공급 없이는 호흡곤란으로 거동이 불가능했지만, 의료진의 따뜻한 관심과 사랑 속에서 마음은 한층 밝아졌다. 의료진의 배려에 감동을 받은 전씨와 개신교 신자였던 그의 어머니는 가톨릭으로의 귀의를 밝히고 교리공부도 시작했다. 어느 날 전씨는 의료진에게 자신의 마지막 소원인 ‘설악산으로의 가족여행’을 조심스레 제안했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데다 오랜 투병생활을 돕느라 여행 한 번 못 가본 가족에게 마지막으로 추억을 선물하고 싶다”는 간절한 뜻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전씨의 상태는 한시도 병원을 떠날 수 없을 정도로 쇠약했고, 여행 비용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때 기적이 일어났다. 여행을 앞두고 그의 상태는 눈에 띄게 호전됐고, 안타까운 사연을 전해 들은 많은 이들이 기부금과 후원금을 통해 온정의 손길을 베풀었다. 성 빈센트 병원 측은 담당의사와 간호사, 호스피스 병동 수녀들을 그의 여행길에 동행하도록 배려했으며, 자원봉사자들은 성금을 모아 응급처치 장비가 갖춰진 특수 구급차 대여비 등 여행비용 일부를 지원했다. 2007년 12월 21일. 전씨는 구급차를 타고 꿈에도 그리던 가족여행 길에 올랐다. 그러나 행복도 잠시. 그는 목적지인 설악산을 불과 30여㎞ 앞둔 강원도 38휴게소 부근에서 아나스타샤 수녀 품에 안겨 끝내 숨을 거두고 말았다. 아나스타샤 수녀는 피를 토하는 전씨를 품에 안고 마지막으로 그에게 ‘라파엘’이란 세례명과 함께 대세를 베풀었다. 이날 여행길에 찍은 가족 사진들은 “그 동안 우리 가족은 함께 찍은 사진 한 장 없다”며 안타까워하던 전씨가 가족에게 남긴 ‘마지막 선물’이 됐다. ■아버지 전수종씨 감사 편지 성 빈센트 병원 호스피스 병동의 의사님, 수녀님, 간호사님들의 참 봉사 정신에 감동을 받아서 이 글을 올립니다. 승항이는 2007년 2월 초 성 빈센트 병원에서 정밀검사 결과 희귀병인 육종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수술과 퇴원을 반복하며 통원치료를 받던 중 암이 폐로 전이돼 재입원을 했으나, 완치가 어렵다는 주치의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호스피스 병동으로 옮기게 됐습니다. 치료를 받는 중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는 아이를 위해 통증완화 치료를 병행해야 했는데, 이 기계 치료의 비용이 너무 비싸 경제적으로 넉넉지 못했던 저희 가족은 포기를 했습니다. 그저 아이의 고통을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던 참담한 심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소식을 접한 주치의 김훈교 교수님과 호스피스 병동의 모니카 수녀님, 아나스타샤 수녀님, 멜라 수녀님 그리고 호스피스 병동의 모든 간호사님들의 관심과 배려로 우리 승항이는 통증완화 치료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평소 말수가 적었던 승항이는 호스피스 병동에 머무는 동안 줄곧 자기 소망과 꿈을 이야기하는 등 행복해 했습니다. 승항이의 마지막 소원은설악산으로 가족여행을 떠나는 것이었습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했지만, 이번에도 병원 측의 배려로 우리 가족은 꿈에 그리던 가족 여행을 갈 수 있었습니다. 12월 21일 오전 11시로 급하게 날짜를 정했고, 구급차와 승용차 두 대에 아나스타샤 수녀님을 비롯한 의사 선생님, 간호사님, 자원봉사자님들이 동행했습니다. 날은 추웠지만, 설악산으로 가는 길은 모두가 행복했습니다. 그러나 목적지인 설악산 콘도를 눈앞에 두고 강원도 ‘38휴게소’에서 승항이가 기침을 하며 피를 토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나스타샤 수녀님은 덩어리 피를 토해내는 우리 승항이를 품에 안고 그 고통을 손수 나누어 주셨습니다. 당황하는 가족들을 안심시키며 끝없는 사랑의 손길을 베풀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승항이는 아나스타샤 수녀님 품 안에서 그렇게 편안히 잠들었습니다. 저희 가족들은 승항이가 생애의 마지막 순간에 더없이 기쁨을 누리며 하느님 품으로 돌아갔다고 확신합니다. 수녀님의 참사랑과 봉사정신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다시 한 번 아나스타샤 수녀님을 비롯해 병원장 수녀님과 김훈교 교수님, 모니카 수녀님, 멜라 수녀님, 여러 의사 선생님들, 호스피스병동 간호사님, 자원봉사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고마움의 마음을 미약하나마 이 편지로써 전해드립니다. 언제나 환자들과 가족들을 위해 노력하시는 성 빈센트 병원 관계자 분들에게 감사드리며, 여러분들의 가정에 건강과 행운이 함께 하시길 기도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2007년 12월의 마지막 날. 故 전승항 라파엘 환자 가족, 전수종 드림 사진설명 ▶여행 전날, 성탄축하파티 ▶설악산으로 여행을 떠나며 기도 ▶문막휴게소에 도착 ▶가족과의 마지막 식사 ▶아버지 전수종씨 감사 편지 |
첫댓글 카톨릭신문에 있는 찡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