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분 안되는 팬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두 번째 이야기 들어갑니다.
사실은 오늘 오후에 태백산으로 떠나거던요, 해서 월요일까지 못올 것 같아서 미리 올려놓고 갈려구요.
5월 3일 새벽 4시 40분(현지시간 01:15) 델리국제공항 도착!
말이 국제공항이지 소박하고 허름한 우리네 시골버스 터미널 같아서 한편 정겹기도
하고 긴장이 풀리는 듯했다. 그러나 미처 그 느낌이 제대로 자리 잡기도 전에 갑자기
온갖 인종들이 구름처럼 몰려나오면서 한마디도 알아들을 수없는 말들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왕왕거리고 자물쇠를 단단히 채운 내 배낭을 노려보는
히번득 거리는 눈빛들, 아이고 이게 뭔 일이여! 아니 시상에!
어떻게 입국 수속을 하고 환전을 해서 공항을 빠져 나왔는지 하나도 기억 나지 않는다.
아! 그리고 공항 문을 열고 나오는 순간, 나는 할 말을 잊었다.
아직 새벽도 아닌 한 밤중인데도 마치 뜨거운 화산재를 확 뿌린 듯한 극단적인 매연과
먼지, 천지를 뒤흔드는 경적소리와 릭샤와 자동차, 온갖 인종들과 그래도 명색이
국제 공항인데 그 난장판 중에 삐쩍 마른 개들과 소까지 한데 뒤엉켜 완전 아수라장!
한번 눈길만 스쳤다 하면 절대 안떨어지고 집요하게 들이대며 흥정하는 릭샤꾼들,
뚝닥거리며 감기는 짐작도 할 수 없는 말들...참으로 은근하고도 무서운 접근이다.
뭘 어떻게 해야 되지? 어디로 어떻게 가야되지?.. 아무말도 나오지 않았다.
아! 델리, 여기가 인도란 말이지! 뭘 믿고 철썩 혼자 나섰단 말인가!
참 꿈도 통통하지, 나는 첫 걸음도 떼기 전에 내 머리통을 쥐어박으며 주저앉고 싶어졌다.
정말이지 나 혼자서는 어림반푼도 없는일이다. 오메, 뭔 일이여만 주문처럼 외우며
잔뜩 겁을 집어먹고 그 젊은 친구들 꽁무니에 바짝 붙었다, 누가 봤으면 영락없이 주인
발만 쫓아가는 강아지 꼴 같았을 것이다. 그렇거나 말거나 일단 살고 봐야제,
겨우겨우 릭샤 값을 흥정해서 안내 책자에서 점찍어둔 델리 메인 바자르 (중앙시장)안에
있는 허름한 게스트 하우스까지 무사히 도착했다. 릭샤를 타고 가면서 나는 이 친구들에게
분명하게 말했다. "나는 니그들 아니면 어디서 죽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같은 민족인 나를
이 화탕지옥 같은 곳에 버리고 니그들끼리 가지 않을것이라 나는 믿는다.
그러니 내가 적응할 때까지 같이 여행하자." 골치꺼리 아줌씨의 애원 비스꾸리한 공갈
협박에 착한 대한민국 젊은이 다섯명은 기꺼이 함께 하겠다고 허락하였다.
나란 인간이 얼마나 웃기는지 그 순간 갑자기 자신감이 상승하면서 방금전의 그 공포심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헬로! 인디아야 어디 한번 덤벼봐 꺄불고있어! 내가 생각해도 참......
smile inn! 메트리스 세 장만 달랑 놓인, 그래도 화장실까지 딸린 600루피짜리 3인실,
그래도 여기는 믿을 만 하단다. 현정이와 대원이(군대 제대하고 왔다는 유일한 청년)
나, 그렇게 셋이 룸 매이트가 되었다. 그래도 좀 덜 찌그러진 메트리스를 골라 그냥
쓰러져 누웠는데 그래도 젊은 아이들이라 천정에 위태롭게 매달린 헬기 프로펠러
날개처럼 생긴 선풍기가 굉음을 내며 곧 떨어 질 것처럼 돌아가는 데도 금방 곯아
떨어지는데 늙은 나만 앉았다 누웠다 두리번거리면서 날밤을 꼬박 새고 말았다.
5월 3일 am 8시, 데스크 앞에서 모이기로 한 시간에 맞춰 정신 차리고 일어나 방안을
둘러보니(사실 뭐 둘러 볼 것까지도 없었지만) 소박한 환경에 비해 파리와 벌레들은
위협적이다. 데스크 앞에서 친구들을 만나 일정을 짜고 둘러보니 각국에서 온 여행자들로 북적거렸는데 반갑게도 그중에는 나처럼 긴장해서 두리번거리는 촛짜 배낭 여행자들도
눈에 띄었다. 그러나 그들은 나보다 훨씬 젊었다. 간단하게 토스트 한쪽과 콜라 한잔으로
아침을 때우고 내일부터 이동할 기차표 예매하러 뉴델리 역으로...(인도에서는 여행할 행선지 열차표를 며칠 전에 미리 끊어놔야 한단다)
9시 20분부터 12시까지 기다리고 설명 듣고 또 기다리고 겨우 표 받아서
길 건너 바자르로 나오자 바깥은 온통 용광로 속처럼 지글 거렸다.
이것은 평생 내가 알고 있던 그런 더위가 아니었다, 맙소사!!
뭐랄까! 마치 온 몸을 녹여 낼 듯 세상의 모든 열기가 쏟아 부어지듯 달려들었다.
금방 얼굴에 소금이 내려앉고 눈앞이 하예졌다.
시장 안의 풍경을 무슨 말로 표현하랴, 그 동안 그렇게 많이 읽고 듣고 상상해왔던
인도는 그냥 읽을거리요 상상에 불과했다. 그 살인적인 폭염 속에 사람과 오토릭샤,
고철에 엔진만 달아서 움직이는 고물자동차들, 비루먹은 개와 염소와 소들, 매연과 먼지,
그리고 소똥. 쓰레기와 냄새.....그것들이 그냥 한 덩어리가 되어 뭉개지고 있었다.
그 속에서 나는 내 눈을 의심하면서 어떤 장면을 보았다. 비닐 같은 누더기로 다리도 없는
아랫도리만 겨우 가린 벌거벗은 걸인이 깡통 하나를 겨우 밀면서 철판을 달궈놓은 듯 한
그 뜨겁고 더러운 땅바닥을 까만 벌레처럼 배로 기어가고 있었다. 그 위로 더러는 사람들이 밟기도 하고 자전거 릭샤가 아슬아슬 하게 지나가고 소가 똥을 싸면서 어슬렁거리고 있다.
신발 닿기도 주저되는 그 길 위로 그는 1루피짜리 동전 몇 개가 담긴
그 깡통을 밀며 맨 몸으로 느릿느릿 기고 있었다. 나는 갑자기 눈앞이 아득해 졌다.
아니, 어떻게! 아니 어떻게!....첫 날부터 인도는 내게 한 방 먹이고 있었다.
정말이지 나는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했다.
환전: 100$=4410 Rs
5월3일 03:00경 뉴델리역에서 숙소 (오토릭샤) 도착. 파하르간지(메인 바자르)골목
smyle inn 게스트하우스
♠ 델리에서 가 볼 곳: Raj Ghat 간디 기념박물관 뉴델리
오늘지출: 열차표; 1220Rs 택시, 오토릭샤, 생수, 숙박비=407Re 합계=1627Rs 잔액: 2783Rs
오후, gandhi smriti (간디 기념관) 뉴델리
내 젊은 시절을 온통 지배했던 사람!
내 평생 그의 숨결이라도 한번 느껴보길 소원했던 우러르고 존경했던 사람!
드디어 마하트마 간디 기념관에 왔다, 그의 전 생애가 다양한 이미지와 캘릭터로 사이버화
되어 전해지고 있었다. 암살당하기 직전까지 부인과 제자들 그리고 그의 신봉자들이 살았던
아쉬람 등이 검소하고도 조촐하게 모형으로 만들어져 있었고 실물과 똑같은 모습의
밀랍인형으로 생전의 모습을 재현해 놓은 방에서 부인과 함께 평화롭고 인자한 미소 띈
얼굴로 앉아 물레를 돌리고 있었다. 나는 마치 생전의 그를 친견하듯 옷깃을 여미고 무릎을 꿇었다, 눈물이 나려했다. 각 코너 별로 영어로 설명하고 안내하는 젊은이들은 간디사상을
계승하는 학생들인 것 같았다. 조용조용 귓속말로 속삭이듯 노래하듯 굴려지던 유려하고 리드미컬한 발음이 인상적이었다. 하나같이 잘생기고 반듯한 용모에 존재를 향한 연민을 담은
맑고 큰 눈들은 무한한 자부심과 긍지로 빛났다. 감격에 겨웠지만 돌아오는 길은
또 다시 맹렬한 더위에 나와 친구들은 완전히 땀으로 절여졌다. 인도는 불타고 있었다. 45℃였단다. 세상에!!
5월5일 오전 9시 꾸뜹 미나르. 국립 박물관. 인디아 게이트, 대통령궁.
아침부터 릭샤비 흥정으로 하루가 전쟁 같다.
발품, 입품으로 체력의 반을 소진하고서야 그리 야박하지도 크게 바가지도 아닌 적당한
값에 전 구간 대 여섯군데를 돌아 볼 수 있었다.
국립 박물관은 그 많은 굽타시대의 유물들과 인도 고대의 소중한 유품들이
국립이란 말이 무색하게 허술하게 관리되고 있었고 그 귀중한 세계 문화유산들이
너무나 아무렇지 않게 늘려있었다. 너무 많아서 귀한 줄 모르는 건가? 수세기에 걸친
탄압과 전란으로 파괴되고 부서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불교 유적의 잔재들을 보면서
붇다의 무상법문의 가르침이 실감이 났다. 그 중에서도 佛頭만 모아 놓은 칸에는 어떻게
머리만 그렇게 잘려서 산더미처럼 싸여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모양과 표정들이 조금씩
다 달랐다, 아마 긴 세월 시대와 문화를 달리 하면서 조성되고 변모해 온 것이리라,
별다른 안내도 해설도 없었지만 입장료는 어찌나 톡톡히 받던지, 관리자나 지키는 직원이 없는 덕에 마음 놓고 만져보기도 하고 사진도 맘껏 찍을 수 있었다. 인디아게이트와 대통령궁은 박물관에서 약 20분 정도 도보 거리에 아득한 잔디정원을 마주하고 있었다,
잔디정원 한가운데 인공수로가 길게 놓여서 물길이 흐르고 있었지만 머리가 타들어가는
태양열에 물은 마치 온천수같이 뜨거웠다, 푸른 잔디와 나무그늘이 있었지만 그 위를 걷는 것은 불판 위를 걷는 것과도 같았다. 이러고도 사람이 살 수 있구나! 그것도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내 그런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수많은 인도인들은 손바닥만한
그늘이라도 있으면 그 곳이 어디이든 상관없이 드러누워 낮잠을 즐기고 있었다.
가마솥에 콩 볶이듯 죽을 것 같은 우리들 곁으로 형형색색의 사리를 입은 아름다운
인도 아가씨들이 그 크고 검은 눈에 미소를 지으며 재잘대며 지나가고 더러는 그 뜨거운
길에 누워 낮잠을 자고 있다, 정말 할 말이 없었다.
(두번째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첫댓글
간디에 빠져있던 그녀 드디어 인도에서 그를 만나셨네요.
흠 ~ 근디 자세히 보니 이곳에서도 30년 묵은 군복 바지가 출현 했군요. ㅎㅎㅎ
그러네, 내 피부같은 내사랑 군복바지 ㅋㅋㅋㅋㅋㅋㅋ
^^ 후편은 태백산 다녀오셔서 써주시길... 기다릴게요.^^ 겨울산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격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다녀왔습니다.
막내 내 긴장된다! 우짜먼 좋노!
내가 막 델리공항 내려서 그냥 머~어~엉한것 같은 느낌.
태백산 자알 다녀오시기요!!!
다녀왔습니다. 큰형님께서 잘한다 잘한다 하시니까 자꾸 잘하고 싶어지는 막내근성!ㅎㅎㅎㅎㅎㅎ고맙심데이!
계속...연재 기다립니다...^^** 팬...
책임감 느끼게 하는 나은님의 짧고도 강력한 멘트! 가는데까지 가보지요 뭐!ㅎㅎㅎㅎㅎ
근무시간에 잠깐 들어와서 인도여행이야기를 보는데 너무 실감나고 재밌습니다. 추운것보다 더운게 낫지 않은가요?
감사합니다. 더 낫고 못하고의 차원이 아닌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처럼 지독한 더위! 지금생각해도,
제가 추위보다 더위에 훨 약하거던요.
아함! 잼따.
감사~~~~
45도 찜통이 아니라 사우나네요...
그런데 갔다온 사람마다 구사어미로 마르고
달토록 가볼만 한다는 말은 어디가서
고생좀 해보란 말이였네 ..ㅋㅋㅋ
최목수에게 인도 여행기 말 듣고 언젠가는
생각했는데요 저는 그냥 한반도나
더 돌아보고 해야 겠네요 ㅎㅎㅎ
너무 리얼하게 말씀해 주시니
내가다 인도에 있는것 같은 착각을 합니다
그나저나 기온이 45도 헠~~헉~~킄~~
가 볼만 하다기보다 자석처럼 끌어 당겨져서 성질내면서 가는 곳, 그 곳이 인디아!ㅎㅎㅎㅎㅎㅎㅎ
산자야님의 글을 읽으니 몇년전 다녀왔던 델리가 다시 눈앞에 어른거리네요.. 몇년을 벼르고 벼르다 두달만 다녀오겠다며 갔던 인도여행이었는데 집에 갈 날이 다가오니 도저히 인도를 두고 갈수가 없어서 남아있던 비행기표를 찢고 집에 울면서 전화했던 기억이 나네요.. 도저히 집에 못가겠어서 표 찢었으니 돈좀 보내달라고..^^;;; 지금도 그때 다른말씀 없이 집에있던 금목걸이며 팔찌 전부 팔아서 돈 만들어 보내주셨던 엄마가 너무 감사하네요 ㅋㅋ(물론 다녀와서 현금으로 갚았답니다..^^) 산자야님의 인도기행 3편두 기대하고있겠습니다..^^
어머니가 참 좋은 분이시군요. 쉽지 않았을 그 여행이 라니님 삶에 인내심과 겸손, 그리고 통찰력을 길러준
귀한 시간들이 되셨기를.............
간디기념관 이야기 인상적이네요 ^^ 산자야님 마음이 리얼하게 다가와서 좀 놀랐습니다 열정이 느껴집니다 ^^ 30년된 군복바지!! 멋져요!! ^^ 세탁을 잘 해라!!!맞죠~ ^^;
음! 30년 된 그 군복바지, 되도록이면 세탁 안하는게 비법이거던!ㅋㅋㅋㅋㅋㅋㅋ
삭제된 댓글 입니다.
깜깜한 새벽, 눈덮힌 태백산 정상을 아이젠에 하나에 의지해 오르니 저보다 먼저 오른 어떤 기업체에서
천제단에 젯상을 차리고 축문을 읽고 있더군요. 남의 제사에 절 한자리 해주고 났더니 일 출이! 좋았습니다.
생생한 인도여행기~~담편 기다려 집니다~~ㅎ
한번 올려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바람처럼 휘젖고 다니는 산자야님!!
이미지를 연상해 봅니다.
작가의 책에서 읽었던 것처럼
실감나는 인도여행기~~~
글재주도 수준급.
다음편이 기대됩니다.
선생님과 제가 아주 다른 여행기로 이 방을 꾸밀 수있음이 저에게는 영광입니다.
사진들 보고 싶네요. 화이팅!
마치 제가 같다 온 것 같아요. 항상 인도를 가야지 가야지 했는데... 산자야님 글 보니 안가도 될 듯...^^
그냥 거기도 사람이 살고 있었습니다.
언제나 내가 선 이자리가 세계의 중심!
신비롭고 흥미진진합니다. 우리입장에선 좀더 고생하셔도 되는데...ㅋㅋ 태백산 천제단에서 마음 가다듬고 3편으로 Go Go~~
짖궂으시군요!^~^ 지리산님도 한 번 당해봐야 허는건데 ㅋㅋㅋㅋㅋㅋㅋㅋ
세상은 용감헌 사람들이 질을 내고 맹그라 간당깨요... ^^
선생님, 저는 무식이 용감해진 경우입니다.ㅎㅎㅎㅎㅎㅎㅎㅎ
내가 이글 스마트폰으로 읽고 댓글 안달아서
갑자기 세번째 이야기를 읽으려다 황급히 돌아왔더니 그 시끌벅적란 델리가 다시 눈앞에...
암튼 가보지 않고도 느끼는 이 생생체험!
언제 여행 갈때 나도 옆구리에 붙여주쇼잉~
우리같이 길 떠나면 날마다 각본없는 리얼리티 빵빵, 복잡해질거여!
온니 좌충우돌 함 징그랍게 다녀볼까나 내가 생각보다 말잗듣는당께요
저도 저기 다 갔다왔어요. 근데 제가 가서 직접 본것보다 산자야님이 설명해주는 글을 읽으니 더 실감나고 재미있네요.
여행기 모으셨다가 출판하셔도 되겠어요.
너무 재미지게 잘 읽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