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투기세력 차단을 위해 신규 택지 주변에 토지거래허가구역을 광범위하게 지정하면서 광명뉴타운이 '예상치 못한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이 되면 토지 거래 시 지방자치단체장 허가를 받아야 한다. 주거 용지는 2년간 실거주 의무도 생긴다. 신규 택지가 아닌데도 근처에 있다는 이유로 광명뉴타운 주민 일부는 재산권 행사에 제약이 걸린 셈이다.
전문가들은 추가 택지 발표를 앞두고 이 같은 현상이 앞으로도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토지거래허가제는 1970년대 논밭 위주의 땅이 대다수일 때 도입됐는데 지금처럼 곳곳에서 정비사업이 진행되는 상황과는 일정 부분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익(투기 차단)을 위해 개인 재산권이 침해받지 않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국토교통부는 25일 신규 택지 지정에 따른 '허가구역 지정 대상지역'을 지정 공고 했다. 경기도 광명시는 광명동(4.28㎢), 가학동(3.62㎢), 노온사동(4.35㎢), 옥길동(2.04㎢) 등 총 14.29㎢가 토지거래허가구역이 됐다. 지정 기간은 3월 2일부터 2023년 3월 1일까지 2년이다.
이렇게 되면 용도별로 일정 면적을 초과하는 토지를 취득할 경우 사전에 토지 이용 목적을 명시해 시·군·구청장의 허가를 얻어야 한다. 주거 용지 등에 대해서는 자기 거주용으로 의무 거주기간 2년이 생기는 등 허가받은 목적대로 이용할 의무가 발생한다. 구입하려는 주택에 임대차 계약기간이 남아 있다면 토지거래계약허가를 받을 수 없다.
문제는 광명동 안에 광명뉴타운 구역이 대거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광명뉴타운은 광명시 광명동, 철산동 일대에서 진행되고 있는 재개발 사업으로, 2025년 전후로 2만5000가구가 들어선다. 광명뉴타운 1구역(3585가구)과 12구역(2097가구)을 제외한 9개 지역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인 광명동에서 진행되고 있다.
정비업계에선 정부의 이번 결정으로 9구역과 11구역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다른 구역들은 대부분 관리처분인가를 받고 이주·철거 중이거나 이미 일반분양을 받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재개발 사업을 진행할 때 관리처분인가를 받으면 이후 매매분은 입주권을 받을 수 없어 거래가 활발하지 않다. 하지만 9구역과 11구역은 아직 관리처분인가를 받지 않았다. 광명동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11구역은 광명사거리 역세권에 거래도 가능해 수요자들 관심이 높았는데 이제 거래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정부는 이번 구역 지정 때 주거지역은 '180㎡를 초과하는 토지를 거래할 때만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부동산거래신고법 시행령엔 허가 대상 면적을 기존 기준의 10%까지 줄일 수 있는데, 이번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대지지분이 적은 빌라 등은 규제를 피한 셈이다.
국토부는 신규 공공주택지구가 추진되면 지가 상승 기대에 투기 수요가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정부는 이미 개발이 완료된 곳(기개발지)은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제외한다고 밝혔지만 정비사업이 진행 중인 곳은 포함된다는 입장이다. 광명뉴타운은 이미 정비사업을 마치고 지난해 11월부터 입주한 곳도 있는데, 이곳도 토지거래허가구역 규제 적용을 받는다.
국토부 관계자는 "광명뉴타운 등 정비구역도 토지거래허가구역에 속하면 모두 허가 대상이 된다"며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사업 주변까지 다 묶는 개념으로, 주변 지역으로도 투기 수요가 올 수 있다는 판단하에 대개 사업지보다 넓게 지정한다"고 설명했다.
광명뉴타운은 정부의 택지 지정으로 일대 아파트 공급이 많아져 향후 가격 측면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 정부의 신규 택지 사업지와 인접했다는 이유로 추가 규제를 받게 되면 해당 지역 토지주들이 신도시 지정에 반발할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정부는 4월 중 2차 신규 택지를 발표한다는 계획인데, 광범위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에 광명뉴타운과 같은 사례가 속출할 수 있어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