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반려견(伴侶犬)을 키우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갓난 아기를 태우고 가야할 유모차를 강아지가 차지하고 아파트 구내에서도 애완견과 함께 산책을 나서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이제 애완견은 한 가족처럼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반려견이 되었습니다.
엊그제 반려견을 아파트 10층에서 던져 숨지게한 40대 남성 A씨에게 법원은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여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합니다.
내용인즉슨 반려견이 자신의 손가락을 물어 상해를 입히자 순간적으로 격분해서 범행을 했다고 하네요.
이혼 후 우울감이 있는 상태에서 저질렀다고 하지만 모든 반려견 동호인들에게 충격적인 사건이었을 것입니다.
나도 딸이 키우는 반려견 3마리를 무척이나 좋아했습니다. 골고루 귀여워 해주고 놀아주었는데 어느날 외출 후 집에 돌아와 안아 주려고 손을 뻗었더니 순식간에 내 오른쪽 두 번째 손가락을 콱 물고 말았습니다. 피가 나고 물린 자국이 선명하여 한동안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그래도 내가 좋아서 그랬겠지 하는 생각이 들어 이내 참고 응급조치를 취했습니다.
그 이후 내가 먼저 조심해서 그런지 반려견들을 멀리하게 됩니다.
우리는 평생을 같이할 사람을 반려자라고 합니다.
살아가면서 여러가지 모임에서 반려자급 인간관계를 맺고 살아갑니다.
그런데 위와같이 뜻밖의 사건을 당하여 가슴이 아픈 경우를 허다하게 봅니다.
이렇듯 우리의 인생사에서 가장 큰 아픔을 주는 사람은 가장 가깝게 지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려자에서 웬수가 되어 남남이 됩니다.
그렇게도 친했던 친구가 의리를 저버리고 남보다 못한 사이로 변합니다.
우리 한국사회는 어릴 때부터 경쟁사회에서 자랐습니다. 좋은 학교, 좋은 대학, 좋은 일자리를 놓고 경쟁하다보니 승자와 패자를 양산하고 말았습니다.
그 결과 남이 잘 되는 것을 무조건 싫어하게 되었습니다. 심지어 4촌이 논을 사도 배가 아픈 세상이 되었습니다.
이러다보니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라는 비뚤어진 생각을 낳고 말았습니다.
다 경쟁사회가 빚어낸 결과입니다.
돌이켜보니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수 많은 경쟁을 뚫고 용케도 잘 살아냈습니다. 크게 출세한 것은 아니지만 내가 하고 싶었던 공부(경영학박사와 일본유학)를 실컷 했고 사회적인 성공(은행 지점장과 대학교수)도 거두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도 건강했던 내가 편도에 악성종양이 발견되어 졸지에 암환자가 되었습니다. 진단을 받고 인간적인 고뇌의 순간들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반려견에 물렸던 그 순간보다 더 마음이 아팠습니다.
늘 활달했던 내가 치료기간 동안 우울해서 각종 모임에 나가지 않았습니다. 오로지 책과 운동 그리고 신앙생활을 통해 그 힘든 과정을 잘 이겨냈습니다.
집사람과 가족들, 교회 식구들의 간절한 기도가 이어졌습니다. 너무나도 고마왔습니다.
한편으로는 "너무 잘나갔던 나를 시기한 나머지 오히려 잘 되었다"라고 비아냥대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았습니다.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았습니다. 경쟁사회에서 나보다 잘난 사람을 시기하고 그 사람이 못되면 좋다고 생각하는 것이 보통사람들의 마음이니까요.
대충 눈치를 보면 이와같은 두 부류의 마음을 읽어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다 이해합니다.
그 사람을 탓하지 않습니다.
나는 "인간의 본성이 선하다"라는 맹자의 성선설을 따르고 싶습니다.
반려견이 너무 사람을 좋아한 나머지 손가락을 물은 것이지 결코 미워서 그렇게 하지는 않았다고 믿습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암환자라고 비아냥되며 잘못 되기를 바라는 것같이 들릴 수 있지만 깊은 속내는 그런 것이 아닐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습니다. 인간은 본래 착하니까요.
암은 곧 죽음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무서운 질병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의술의 발달로 치료할 수 있는 질병입니다.
내 경우, 우연히 목 멍울이 만저져 일찍 발견한 덕분에 항암과 방사선치료로 완치할 수 있는 길을 찾았습니다.
우리 주위에 암환자가 너무 많이 발생하고 치료를 받은 후 완쾌하여 정상적으로 살아가는 암경험자도 수백만 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이러한 현상은 서구화된 식생활과 옛날에 비해 장수하다보니 자연적으로 늘어난 것으로 생각됩니다.
통계적으로도 잘 나타나고 있습니다.
일평생을 살아가면서 현재는 3명 중 1명이 암에 걸리지만 머지않아 2명 중 1명 꼴로 많아진다고 합니다.
결코 예외가 없습니다.
여러가지 검사를 통해 사전에 방지할 수 있지만 오는 병은 어찌할 수가 없습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불청객이 찾아왔다면 친구로 맞이하여 잘 놀면서 보내는 것입니다.
언젠가는 이 땅을 떠나야 합니다.
건강하게, 보람있게 살다가 자연으로 돌아간다면 더 이상 무엇을 바라겠습니까?
여기서 건강은 내 스스로 일상생활을 할 수 있고 정상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최소한의 수준이면 만족합니다.
주님께서는 일평생 물어뜯은 나를 내팽개치지 않으시고 변함없이 사랑해주시니 너무나도 감사합니다.
남은 세월은 나도 그렇게 살아가도록 혼신의 힘을 다 하겠습니다.
첫댓글 반려견 세상입니다.
반려견이 외로움을 달래주고 정신적으로도 큰 위안을 주고 있습니다만 애정표현을 잘못하여 주인을 물기도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반려견은 가족의 일원이 되어 큰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반려견을 생각하며 나락에 떨어진 나를 반추해 봅니다.
안녕하세요 교수님 그동안 카페 글 멈춰 있어 잊고 있다가, 오늘 교수님 생각나서 소식 알게 되었습니다. 놀라웠어요 카페 활동 잠간 멈춘다 하였는데 이런 현실 이셨다는 것에 그저 "위로 드린다" 라는 말씀 드립니다
응원 할께요, 화이팅 교수님~ 주영태 올림
주역장님
오랜만입니다. 많이 놀라셨군요. 당사자인 나도 놀랐습니다.
한편으로는 삶의 깊이를 깨닫게 해주신 하나님의 은혜로 생각합니다.
주역장님도 늘 건강유의하시기 바랍니다. "건강할 때 더욱 건강을 챙기라"라는 말을 명심하시고요.
저도 주역장님 화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