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비가 살짝 뿌려진 주말을 지나는 동안
가을은 한층 바빠졌습니다.
부쩍 차진 날씨는 말할 것도 없고
노랗고 붉게 물든 단풍잎이 막판 치장에 여념이 없습니다.
고운 빛깔로 몰라보게 화려해진 모습과는 달리 기력은 날로 떨어지는지,
맛 뵈기로 뿌려진 빗물의 무게조차 몹시 부담스런 눈칩니다.
고작 산들바람을 주체 못하고 무딘 날개 짓 몇 번 비틀대다 이내 바닥으로 곤두박질칩니다.
아직 본격적인 가을여행은 한발을 겨우 뗐을 뿐인데 말입니다.
환한 날이,
푸르른 날은,
희망이 하염없이 부풀고,
오래오래 함께 하고픈데 말입니다.
“잇단 호재에도 재건축시장엔 찬바람이 쌩쌩하다”는 기사가 나온 다음날엔,
“재건축아파트 급락세 주춤, 전세시장 안정세”라며 엇갈린 반응입니다.
하루사이에 시장이 천지개벽이 됐을 리 없고, 그렇다고 사회적 책임이 우선해야할 언론이 얼토당토않은 작위성 기사를 써댔을 리는 더더욱 없는 일이라 다소 헷갈립니다.
장님 코끼리 만지는 격도 아니고, 같은 사안을 두고도 보는 시각이 제각각이라 어느 한편을 손들어서는 아전인수다 뭐다하며 자칫 오해받기가 십상입니다.
강남권 재건축시장엔 찬바람이 쌩쌩합니다.
그런가하면 급락세가 주춤하고 전세시장도 뜸해지면서 안정세가 뚜렷합니다.
찬바람이 쌩쌩한데, 한편에선 급락세가 주춤합니다.
시장은 여전한데 일부에선 급락세가 주춤해졌습니다.
그러고 보니 제각각인 언론보도도 틀린 게 아닌 셈입니다.
썰렁한 게 대세인 시장에서 가격하락폭이 큰 일부 단지는 급매물이 팔리면서 급락세가 멈췄습니다. 호가가 높아지고 매물을 걷어 들이는 모습도 눈에 띕니다. 사뭇 회복장세 분위기지만 시장은 그리 호락호락하지는 않습니다. 그 저 반짝 그랬을 뿐 더 이상 이어지지도 더구나 더 이상 확대되지도 않습니다.
그러면서도 급락세가 멈춘 단지는, 호가가 높아지고 매물을 걷어 들이기까지, 어찌 보면 회복장세가 따로 없을 정돕니다.
개포주공이 선두고 잠실주공5단지가 그 뒤를 따랐습니다.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던 개포주공이 하락을 멈췄다는 소식을 전해준 건 10억이 깨졌다는 소리와 1억이 넘게 빠졌다는 소리가 동시에 들리고 나섭니다.
급매물이 팔린다는 소식이 전해지더니 금 새 호가가 높아졌다더니 매물을 걷어 들이기까지 한다는 얘깁니다. 잠실주공 5단지의 거래 소식이 전해 진건 그로부터 열흘이상 마음고생을 더 하고 나서의 일입니다. 물론 10억이 깨진 급매물이 등장하고 그 급매물이 팔리고, 그 가격대의 몇 건의 급매물이 거래됐다는 소식과 함께 말입니다.
예측한 대로 둔촌주공에도 차례가 왔습니다.
잠실주공5단지의 거래 소식이 전해지고 며칠 마음고생을 더하고 난 지난 주말, 둔촌주공에도 드디어 거래소식이 있습니다. 비록 2건에 불과하지만 생전 경험하지 못한 20여일의 마음고생 끝에 얻어진 값진 결과물입니다. 워낙 싼 매물에다 팔린 게 고작 2건이라 호가를 올리거나 매물을 걷어 들일 엄두를 내지 못하는 모습이긴 해도 후속 추이 여부에 따라서는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섣부른 판단이 쉽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골이 깊었습니다.
돌다리도 두들겨서 건넌다는 측에서는 아직도 안심 할 단계가 아니라고 합니다.
집값이 형편없이 떨어져서 더 이상 추락할 데가 없는데도 더 떨어질 것만 생각하고 순식간에 치고 오를 것은 계산에 넣지도 않습니다.
금융 불안의 위기로부터 한참 멀어졌다는 얘기를 들은 지가 오랜데도 말입니다.
미세하긴 해도 강남권재건축시장이 돌아가면서 회복신호를 보내는데도 말입니다.
취득세부담으로 내년엔 부담이 곱절로 늘어난 데도 아랑 곳 없습니다.
그렇게 학습효과로 다 알고 있다고 으스대고선 말입니다.
꼭 바닥이라고 꼬집어 줘야 아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