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처럼!
며칠 서울을 비운 사이에 가을이 살며시 똬리를 튼 뱀처럼 떡하니
한 쪽을 차지했는지 바람결이 시원해졌습니다. 아파트 앞뜰의
대추열매는 녹빛이 엷어지며 익어가고 미타사 비탈길의 밤송이도
토실토실하게 여물어가고 있구요.
흰이슬이 맺히는 백로가 막 지났으니 이제 가을은 어찌할 수 없는
대세인 듯 싶습니다. 어김없는 자연의 변화를 보며 지난 여름
무더위에 신경쓰며 마음 졸였던 게 어느 덧 추억이 되어감을 느낍니다.
음력 8월의 첫날로 시작하는 새로운 한 주, 오롯이 즐거움과 신남으로
채워지면 참 좋겠습니다.
지난 한 주 잘 지내셨는지요?
지난 일요일인 2일부터 8일까지 해피허브 중국 동북3성 인문역사
특별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지난 월요편지도 미리 써놓고 가는
무례(?)을 했지만 여러 님들의 성원과 사랑 덕분에 행복여행을
무탈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고마운 인사 올립니다.
목단강에서 시작한 여정은 발해의 수도였던 상경 용천부,두만강과
만나는 도문을 거쳐, 연길과, 윤동주의 생가와 명동학교가 있는
용정을 지나 백두산 입구의 이도백하까지 이어졌습니다.
이어 백두산 천지를 만나고 통화,고구려 국내성이 있었던 집안을
지나 압록강을 따라 단동, 그리고 대련을 지나 안중근 의사의
여순감옥까지 2,000km 가까운 긴 여정을 소화했습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만주벌판 옥수수 밭을 따라 발해와 고구려,
안중근 의사와 명동학교 독립운동가들을 만나고 두만강 너머의
북한땅 온성, 압록강 너머의 만포, 신의주도 만났구요.
여행은 낯섬과 새로움, 불편함을 그대로 느끼고 즐기는 멋진
인생길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것 저것 따지기 보다는 아이의
마음으로 돌아가 '그냥' 맘껏 누릴때 참맛을 느낄 수
있다는 생각이 들구요.
두만강,압록강이 국경에 관계없이 하나로 흘러가고, 산하는
의연하게 거기 그대로 있는데, 따지고 시비하는 분별속의
사람들만이 갈등으로 힘들어하고 불편해 하고 있구나
생각하니 한없이 부끄러워졌습니다.
무엇보다 사람의 숲 속에서 문화와 역사,삶을 만나고 내 자신을
새롭게 만난 진짜 행복여행이었음을 솔직하게 고백합니다.
여행은 가슴 떨릴때 그냥 떠나는 것임을 귀띰해 드리면서요.
따뜻하고 긴 여운으로 남아있는 좋은 기운 나누어 드릴게요.
중국 단동 압록강 단교에서... 활짝 개인 그 날이 오기를 기원하며...
멀리 보이는 곳이 북한땅 신의주이다.
여독이 조금 남아있지만 새롭게 맞는 상큼한 한 주입니다.
내 앞에 일어나는 모든 일을 그냥 그대로 느끼고 즐기는 날들이 이어지면
좋겠습니다. 그런 삶이 진정 행복한 삶이니까요.
마음을 열고 그 모든 것을 예찬하라. 행복의 삶은 여기에서 시작된다.
자신이 의식하고 있는 겸손은 죽어있는 것이다. - 에센바흐 -
2018년 9월 10일
옥정수골 옥수동에서, 행복디자이너 德 藏 김 재 은 손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