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시라소니 입니다.
지난주 랜도너스 천안브레베 600k 다녀왔습니다. 공식 브레베로는 200,300,400,600 순으로
마지막이며 4종의 브레베를 시간안에 무사히 통과하면 (1500k) 수퍼랜도너스 라는 칭호를 얻게되며
1000k, 1200k를 뛸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게 됩니다. 자격은 일단 얻었는데 갈 생각은 안들고.. ^^;;
지금부터 후기 시작합니다. 지극히 주관적인 입장에서 서술되니 참고 바랍니다.
랜도너스.. 이것을 접한것은 작년 12년 4월. 여기저기 완주한 사람들의 후기가 쏟아져 가오는 시점 이었던걸로 기억된다.
당시 거지같은 직장으로 인해 이런대회 출전은 꿈도 못꾸고 있다가 내년엔 기필코 참가하고 말겠다는 결심으로 13년 올해를
기다렸다.
3월말 부터 시작 플래쉬, 서울200, 서울300, 서울400, 천안300(이건 서비스.ㅋ)을 지나 수퍼랜도너를 달성하기 위한
마지막 관문인 천안600을 도전!
사실 400까진 크게 걱정을 안했다. 내 최장거리 기록이 오산서 고향인 부산까지의 430km라 이 400까진 이 안쪽이라 부담은
없었는데 600은 그 이상이라 부담이 안 될수는 없다. 일단 뭐 준비물이야 밤을새며 달려야 하는 400과 비슷할거라 보고 이것저것 챙겼다. 특히 라이트와 가민엣지에 신경쓰면서.. 먹을거는 이머전씨한 상황에 필요한 파워젤과 싸이토맥스 11통 분량.
이외 양갱이나 초코바 같은 제품은 편의점에서 보급하기로 함.
멤버는 지금까지 멤버와 거의 동일.
목도리,서현아빠,삼룡,로드런너,시라소니 그리고 자학단 동기이자 동생인 홍킴.
천안의 A+바이크리페어샵에서 출발~
괴산~예천~봉양~영동~진안~논산~청양을 거쳐 다시 천안으로 돌아오는 굉장히 평이한(?) 코스는 개뿔.
▶천안의 A+ 바이크리페어 샵. 여기서 모여 05시 출발~
▶모든 참가자는 검차를 받는다.
라이트*2, 후미등*2, 반사조끼, 발목반사띠*2
삼룡이형님 잔찬데 나처럼 핸들바백을 달던지 싯포를 이용해 뒤에 달던지 암튼 한짐 꾸린다. 공간이 넓을 수록 아줌마 근성은
더더욱 커지는 법. 집에 냉장고가 아무리 넓어도 넣을 곳이 없다고 투정하는 엄마랑 같은 심정.
드디어 스타트!!
1.천안~CP1 괴산 (0~82km)
05시 출발하여 한시간 정도 달렸나? 컨디션이 안좋아져서 그룹에서 떨어져서 달린다. 내 옆엔 홍킴이 있다.
분명히 CP1 괴산까지 82키로 지점인데 내 가민엣지는 70키로 정도로 나온다. 왜이럴까.. 이때부터 조짐이 이상하다.
젠장. ㅡㅡ
2.CP1 괴산~CP2예천.(82~168km)
와~ 속리산을 넘는다. 하지만 괜찮아. 난 28T로 바꿨자나? ㅋ 근데 더워도 너무 덥다. 엣지에서 온도계를 보니
이게 뭐지? 29도? -_- 예천CP에 도착해서 보급을 하고 열이 너무나서 편의점에서 한시간이나 노닥거렸다. ;;;
밑에 사진엔 내가 없다. 당연하지. 난 이미 초장에 떨어져 나갔으니..
핸들바백에 짐을 너무 많이 넣었는지 가방 바닥이 바퀴에 자꾸 닿아서 케이블을 이빠이 땡겨도 조금씩 내려가서
여간 신경쓰이는게 아니다. 결국 박스떼기를 테이프를 이용해 깔았다. 젠장. 불안하게 자꾸 꼬인다.ㅠㅠ
3.CP2 예천~CP3봉양.(168~228km)
덥다, 너무 더워!! ㅡㅡ+ 날도 참 그지같네.. 가다가 힘들어서 홍킴하고 사이좋게 등목도 해주며 간다.
근데 덥다. 젠장. 봉양까지 대략 10키로 정도 남았을 때 동네 점빵에서 탱크보이 하나씩 빨며 갔는데 더운데
먹으니 진짜 짱 좋네. 700원의 행복! 만약 에어컨이 빵빵한 은행 안 이었다면 이런 행복을 못 느꼈겠지..
4.CP3봉양~CP4영동(228~330km)
여기서 부턴 야간라이딩의 시작이다. 일단 선지국밥 한그릇씩 먹고 빵빵하게 한 뒤 출발. 낮에 열사병으로 멘붕이 와서
먹기 싫었는데 여기서 안먹으면 봉크의 시작.. 그리고 이번 브레베는 끝이다. 아직 갈길이 멀단 말이다.
사이토맥스 2통 제조, 초콜릿, 양갱으로 등짝을 빠방하게 채우고 라이트 확인한 뒤 페달을 밟아본다. 낮에 만났던 두 라이더와
같이 가기로 한다. 밤에는 낮에 서먹했던 사이도 다 친구가 된다. 우리 외로워.. ㅠㅠ
한참을 넷이서 가다가 홍킴이 째고 달린다. 아마 낮에 너무 페이스가 떨어졌는지 힘이 남아도네. 난 힘든데..
이와중에 가민엣지가 말썽을 부려 무한부팅.. 이때부터 진짜 멘붕시작. 모르는 이 두사람에게 의존하며 달린다. 600km의 로그를
남기는 것은 진작 포기하고 이전까지 라이딩 기록을 리셋한 뒤 다시 시작하니 제대로 나온다. 원래 영동에서 3시간 정도 쉬고
갈 계획이라 삼룡이형님께 전화해 보니 일단 무주까지 간단다. 시간상 잠들면 백퍼 컷오프라고.. 게다가 왼손이 불편한 성욱형님
멘붕와서 페이스가 떨어지니 더더욱 쉴수가 없다는 것이다. 젠장.. 가까워 지나 했는데 더 멀어진다. ㅠㅠ
일단 두 라이더와 같이가다 일행을 만나기 위해 언덕에서 부터 째기로 시작. 영동까지 약 15km 독주를 감행!!
밤에 무섭긴 한데 지금 그런거 따질 때가 아니다. 우리지금 만나.. 당장만나!!
5. CP4 영동~CP5 진안.(330~408km)
영동에 도착한 뒤 급하게 보급하고 라면에 삼각김밥을 털어넣은 뒤 20분이 지나 출발하려고 하니 그 두분이 들어온다.
20분 차이면 어마어마 하구만. 서로의 무사완주를 기원하고 독주를 한다. 혼자가면 쓸쓸해서 노래를 틀어본다.
양갱도 까먹고 물도 마시고.. 좀만 더 가면 만날 수 있는데 02시가 넘어가는 시간이니 너무 졸려 지나가던 모텔 주차장
앞에 잔차를 던져놓고 계단에서 10분정도 잤다보다. ㅋㅋㅋ 그리고 또 페달질.. 한참을 달리고 있는데 삼룡이형님 전화.
너무 졸려서 어디 주유소에서 엎어져 있으니 퍼뜩 오란다. 그래서 부지런히 밟아본다.
후미등의 흔적이 있는곳에 닿으니 삼룡,성호,목도리형님은 엎어져서 주무신다. 이때 시간이 한 04시쯤?
찢어진지 22시간 만에 극적인 상봉이다. ㅋㅋ
야밤에 성호행님은 펑크한번 나고, 성욱형님은 홍킴을 만나 이미 브레이크 한 상태. ㅡㅡ 은혜를 원수로 갚다니..
이제 네명이서 움직이는데 잠에 취한 이들이 버스정류소에 잔차를 집어던지고 잠깐 자고 가잔다.
땡큐~ ^^ 제보에 의하면 내가 눕고 3.2.1 드르렁~ ㅍㅎㅎ 그 추운 새벽에 잤는데도 왤케 달콤한지.. 근데 자고 출발하려니
겁나 춥다. ㄷㄷ 그럼 겁나 밟아야지. 근데 진짜 졸린다. 노래를 부르고 욕을 하고.. 미친짓은 다 해봤다. 이 바쁜와중에
목도리형님은 급 봉크가 와서 가지고 있던 포도당캔디 2알+ 양갱 긴급투여로 진안CP까지 무사히 도착. 급박한 순간이었다.
6.CP5 진안 ~ CP6 논산 (408~493km)
진안에서 콩나물국밥 한그릇 비우고 야간라이딩에 써서 이제 필요없는 아이템들은 택배로 보내기로 합의 봄.
나도 아웃된 배터리, 바막은 다 보내기로 했다. 여기서 목도리형님의 실수는 도착후 우릴 멘붕에 빠트리는데 이땐 몰랐지.ㅋㅋ
어쨌든 여기서 성욱형님과 홍킴 합류해서 다시 6명이 팩을이뤄 달린다. 이제부턴 한치의 실수도 용서가 없다. 철저하게 로테이션
돌고 뭉쳐서 달린다. 산악구간이 많지만 오르막에서도 열을 이뤄 부지런히 달린다. 이정도로만 달리면 시간내 들어갈 수 있겠단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때부터 고질병인 우측손목에 통증이 오기 시작한다. 젠장, 아직 끝나려면 멀었어!! ㅠㅠ
한쪽 손은 버리고 이제부턴 왼손만 의지해서 달린다. 그나마 다행인건 변속기가 전동이라 조금 편하다는 것?
어쨌든 논산에 도착하니 덕중에 덕인 양덕들과 제이슨이 있다. 제이슨은 3월 말 플래쉬 때 부터 만났는데 참 유쾌한 사람이다.
(사실은 애가 셋이나 있는 형님임. -_-) 날 보자마자 껴안네. ㅋㅋㅋ
7.CP6 논산~CP7청양. (493~547km)
논산까지 부지런히 달렸다. 이제 이정도 페이스로만 달리면 내가 예상한 한시간 전 도착이 가능하겠단 확신이 들었다.
일단 점심을 먹고 출발하기로 한다. 밥을 시키고 오전에 실펑크가 난 삼룡형님은 펑크조치. 적당히 보급품을 챙긴 후 출발~
덥다.. 어떻게 이렇게 더울 수 있는지.. 시발. 그래도 조금만 버티면 된다는 생각에 즐겁게 달리기로 한다. 그룹을 보니 힘이
넘쳐 보이는데 이건 나만의 착각? ㅋㅋ 청양으로 가는 길이 너무 거지 같아서 자동으로 욕이 나온다. 이런 썅 손 아프단 말야!!
그리고 마지막 CP 인 청양을 가려면 칠갑산을 넘어야 한다. 콩밭메는 아낙은 보이지 않았다. ㅡㅡ
8. CP7 청양 ~ 피니쉬 천안.(547~611km)
이제 진짜 마지막이다. 청양에서 32번 국도 만나기 전까지 달리는 645번 지방도는 왕복 2차선에 정말 지겹다.
피니쉬 까진 60km. 그리고 이 구간은 지난 천안300때 탔던 코스와 동일해서 익숙하니 이제 다 온듯 하다. 예상대로 라면
20시 전. 대략 19시 30분이면 들어갈 것 같단 생각이 든다. 근데 성욱형님이 편의점에서 쉬었다 가잔다. 푹 자지만 않으면
시간 안에는 들어간다. 천안시내로 들어서니 이제 다 왔다는 생각이 든다. 상명대가 보이고 이제 끝이다.
도착하니 이미 들어온 사람들이 맥주와 치킨을 먹으며 쉬고 있었고, 이번에 또 제이슨이 껴안아준다.ㅋㅋ
이제 끝이다! 완주증을 받고, 메달을 구입하고 인증샷을 찍고 이제 차에실어 집에가면 된다.
그런데, 그런데.. 아, 그런데!!!
진안에서 택배보낼 때 목도리형님이 차키를 택배에 같이 보내버린거다.
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헛웃음이.. ;;;
그리고 ㅍㅍ검색을 통해 천안역까지 타고 가기로 한다. 천안600의 히든코스가 이것일 줄이야..
이미 내 다린 내다리가 아닌데..ㅠㅠ
천안서 오산까지 오는 내내 졸았다 깼다를 반복. 22:20쯤 오산역에 도착해서 형님들과 빠이빠이 했는데
더 멘붕이 온건 내 집 키가 형님 차에 있다는 사실. 그리고 친구녀석은 12시쯤 집에 온단다.
미치고 환장하는거다. 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집 근처 편의점 입구에 잔차를 세워두고 한시간 반 동안 시체놀이 후에 귀가. 씻고 3.2.1 후 기절. ㅋㅋ
▶목표대로 200~600까지 브레베 모두 무사통과해서 수퍼랜도너가 되었다. 그리고 스스로의 한계를 돌파했다.
사서 고생인가? 아니면 보람인가? 어느 하나도 아니고 둘 다다. 이건 내 업이 아니라 단순한 취미생활이다. 살살타든 무리해서
타든 그건 개인의 자유이자 선택. 일이 아니기 때문에 왈가왈부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커다란 목표를 세워두고 한번 쯤 일상을 벗어나 비장해져 볼 필요는 있지 않을까? 비장함을 느끼면 스스로에 대해 돌아보는 시간도 갖게 되고.. 어쨌든 도전해 볼 가치는
있는 거라 본다. 올해 랜도너 도전자 358명 중 수퍼랜도너가 27명이라 하니 꽤나 의미가 있지?
이거 보고 내년에 랜도너스 나가는 사람이 많아질거 같다.ㅋㅋㅋ
이상 랜도너스 천안600k 후기 끝!!
첫댓글 프랑스가 보이는구나~~ㅋㅋ
봉쥬~~
목도리 님 차키를 보내서 완주 한겨. .
무게가 얼만데. .ㅎㅎ
손오공의 여의봉 인가요
제가 들고가는건 아니라서..ㅋㅋㅋ
후기보니 내년 도전 욕구가 급 사그라지는군..600.....ㅎㄷㄷ
ㅇ ㅋ
어렵기 때문에 도전이란 단어를 붙이는거죠.
어떠한 목표를 보고
그걸 도전하겠다 라고 결심한부분
그리고 그걸 이뤄내는 의지
나이는 저보다 어리지만
배울점이 많다라고 생각이 듭니다
휴~~~난 뭘해야하나
형님은 철인이잖아요^^
영춘이는
박.하.사.탕
네글자인 기계
맞다. 형님은 철인.ㅋㅋ
난 철이구나
고철=kg당200원
휴~
형님 파지보단 비싸네요^^
수고하셨어요.
왜요??
형님은 별로 수고 안한거 같던데요.ㅋㅋ
저도 해보고 싶어요~~!!
부지런히 타다보면 다 할 수 있습니다.
쏘니형 궁금한게 있는데~
일정이 평일도 껴있죠? 일반 직장다니면서 하긴 힘들겠죠?
하지마
규우형 내년에 우리도 도전?ㅎ
하지마
대충150만원들어
규우형이 하지말라면 하지 말아야긋당~ 비싸다~ㅎㅎㅎ
걍 소고기나 사묵어야지^^
그렇게 빨리 포기를 하다니 영춘.... 도저언
아니. 주말이지. 평일이면 직장인들 어떻게 하니.ㅋ
그쪽에 붙을껴
이쪽에 붙을껴?
만약에 하게되면 하루에 다 타야됨.
시라소니는 이제 정말 슈퍼 영웅이 되는 건가?
1200다녀오면 그때 슈퍼영웅이라 해주세요.
레전드죠
옛날옛날에
소니라는 사람이살았습니다...........
소니라는 요괴가 살았겠지..
구강돌격형 요괴가...
시마노의 저주를 받아 패달을 하루라도 안굴리면 요괴로 바뀐다는 그 시라소니?
본거 같아~
결국 그 요괴는 구가의서를 찾아야만
시마노마법에서 풀려난다는....
그래서 랜도너스를 시작해서
그 구가의서를 찾고있다는.....
그 구가의서는 가마솥에 있다는
사실도모르고...ㅋ
이 무슨 유언비어들이.. 사람되게 오늘 가마솥 갑니다.ㅋ
나는 못감 어재 새벽에 들어가서요
구가의서가 가마솥에 있다라...
멋찐데!
완성인가요? 아무리 재미있는 요괴야담도 속초후기 천일야화만 하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