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제83호인 ‘금동미륵보살반가상’
해외전시 절대 있을 수 없는 일
국보 제78호 ‘금동반가사유상’도
밖으로 내돌려서는 절대 안돼
국립중앙박물관을 비롯한
문화재 관련된 정부부처 관계자들
소중한 우리문화재 보존할 수 있는
인식 전환이 필요한 때
불교계 입장에서 보면
불상은 존경과 신앙대상인 ‘부처님’
불경스럽게 대하는 무례한 행위
더 이상 있어서는 안돼
전국의 박물관 방치된 불상
불교계와 논의해 여법하게
모실 구체적인 방법 찾아야
하안거 결제중이라 능인선원에 들이는 발걸음 조차 조심스럽다. 점심공양 후 수좌들이 포행나간 사이 방장스님은 도량의 보리수 나무를 돌보고 있었다. |
선방에서 결제중인데 정진하는 사람이 쓸데없이 사회문제에 관심을 두는 것 아닌가 싶다. 하지만 얼마 전 신부님이 와서 사회의 문화재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없어 안타깝다는 이야기를 꺼내 들어보니 불교계가 이렇게 침묵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알지 못해서 그렇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국보문화재의 해외 전시를 하는데 국보 중의 국보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국보 제83호)과 국보 제78호인 금동반가사유상을 놓고 많은 이야기를 했다. 나도 국보이고 (우리나라) 최고의 문화재인 만큼 관심을 갖고 들어 보니 새삼스럽고 모르던 사실도 알게 되니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국보문화재가 한 두 번 해외에 전시된 것도 아니었다. 8회에 걸쳐 했고 날짜로 보면 2900여 일이다. 이는 9년 가까운 많은 세월동안 우리문화를 알린다는 명분아래 세계, 특히 미국에 순회 전시를 자주 했다.
스님 입장에서 볼 때 (이제부터는) 그런 전시를 절대 해서는 안 된다. 이는 내 입장 뿐만 아니라 문화재를 아끼는 입장에서도 절대불가하며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9년 가까이 해외에 소중한 국보를 전시해 효과를 어느 정도 얻었는지 모르지만 중요한 문화재를 쉽게 전시하는 일은 국격(國格)을 낮추고 자존심을 상하게 하기에 충분하다.
해외에 중요 문화재를 전시하는 것이라면 복제를 해서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 중요한 문화재 26점이 해외에 나가는데 국보만 12점, 보물 14점이 된다고 한다. 외국전시는 15점 이상의 문화재를 내 보내지 않는 게 보편적이다.
이 문제 때문에 문화재청과 국립중앙박물관이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고 한다. 문화재청은 ‘국보 제83호는 절대 나갈 수 없다’는 게 청장의 소신이고 박물관은 미국 메트로폴리탄 박물관과의 약속이니 나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민사회도 된다, 안된다며 갈등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1970년대나 1980년대에는 우리나라 국위가 해외에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세계에 다니며 우리문화를 알리는 것도 좋았다. 하지만 지금은 세계 11대 무역대국이기에 우리나라를 모르는 일 없는데 중요문화재를 밖으로 돌려 전시할 이유가 없다.
국보 제83호 금동미륵반가사유상은 세계 유일이고, 우리나라에서도 제일 중요한데 한국문화를 알린다는 이유로 해외전시를 장기간 전시하려는 국립중앙박물관의 입장을 이해할 수 없다. 국보 등 문화재를 밖으로 내돌려서는 안된다. 중요한 것을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더구나 국보 제83호를 대신해 문화재청이 국보 제78호인 금동반가사유상을 전시하라는 대안을 냈다고 하는데 이 역시도 안 될 일이다. 둘 다 소중한 문화재다. 일반인이나 세계인들은 불상을 예술품으로 하나의 역사적 가치를 볼지 모르지만 스님 입장에서 볼 때는 가슴 쓰리고 기가 막인 일이다.
스님들에게는 정신적이고 신앙적으로 불가사의한 신비 그 자체다. 또 존경의 대상이요 신앙의 대상이다. 이런 불상들을 하루 이틀이 아니고 2900여 일 동안 밖으로 다니며 진동과 소음 빛에 손상된 게 뻔한데도 불구하고 위험을 무릅쓰고 전시하는 의도가 어디에 있었는지 궁금하다. 소중한 문화재를 누구라도 와서 봐야 한다. 이런 거 있으니 봐 달라는 구걸식 전시는 그만 두어야 한다. 그 이유는 자명하다.
우선 이동 중 차량이나 배 또는 비행기 사고가 나지 않으란 법이 없다. 또 다른 걱정은 몇 년 전 아프가니스탄 전쟁 때 (탈레반이) 로케트 포탄에 의해 대불이 파괴되지 않았던가. 중국 여행을 하며 운강석굴, 용문석굴, 막고굴(둔황)을 돌아보며 온전한 불상을 못 받다. 온전하면 얼마나 아름다워겠는가.
모든 사람에게 감동줄 수 있는 불상이 이교도에 의해 다 파괴됐다. 지금도 그렇지 않으란 일이 없다. 우리나라에서도 훼불이 비일비재하지 않는가. 광신자들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관람을 가장해 부숴 버릴 수 있다. 이러한데도 해외 전시명분은 국격을 높이는 일이 아니다.
또 한가지 이유도 있다. 1998년인가 미국 메트로박물관에 금동관을 전시했다고 한다. 나갈 때는 멀쩡했던 금관이 귀가 부러졌다. 문제가 발생해 소란스러워지니까 그 박물관에 책임을 추궁하고 관리를 추궁하고 부러진데 대해 보상을 요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우리 박물관 측 사람들은 쓱 뒤로 빠져버리고 나갈 때부터 금이 갔었다며 사건을 덮어버리고 말았다. 그때 와글와글했다.
이거야말로 사대주의에 입각한 문화정책이다. 이런 굴욕적이고 자존심 상하는 전시회 그 박물관에서 그 무책임한 박물관에서 불상을 중요한 문화재를 가져다가 문화재를 알리는 전시회를 왜 해야 하나.
전시회를 하려면 그 박물관이 과거에 금관 부러뜨린데 대해 사과하고 책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말 한마디 못해 놓고 (전시를 하는 것은) 사대주의에 의한 문화전시가 아닌가. 이거 안된다. 거기다 관람객이 많다고 전시한다는 발상은 안된다.
문화재청에서 국보 제83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을 대신해 국보 제78호인 금동반가사유상을 대신해서 전시한다는 것도 옹졸한 짓이다. 그 불상들은 과거 그 옛날 불교를 지극히 믿고 신심이 장했던 스님들, 또는 신자들에 의해 조성돼 경건하고 신성한 신앙대상으로 향화하고 기도했던 부처님이다.
무수한 세월의 영쇠 속에 존경의 대상이었던 성상이 박물관에 들어가서 하나의 구경거리로 세계에 곳곳을 돌아다니며 그 소음과 진동, 누가 향을 올리고 꽃 올리고 차 한잔 올리지 않는 그러한 처참한 상황에서 계속 전시만 하나의 구경거리로 전락되고 있다.
이렇게 불경스럽게 내 돌려서 안된다. 그런 짓 그만해야 한다. 중요한 보물일수록 잘 모셔야 한다. 그 위험성이 상존하고 있는데 왜 모르다. 남대문이 보험 안 들어서 타 버린 것 아니 잖느냐. 타버리니 책임질 수 없지 않느냐. 세계에 하나뿐인 불상이 손상을 입어 문제가 생기면 누가 책임지나.
한 명도 안 나타날 거다. 이 문화재는 이 성상들(국보 제83호와 78호 등 불상)은 모든 국민, 한 민족의 얼이요 예술품이다. 나아가 신앙의 대상이요 존귀하고 불가사의한 그 당체(當體) 자체다.
스님과 불자들 입자에서는 참 가슴 아픈 일이다. 우리가 못나서 박물관에 모셔져 있으면서 누가 꽃이나 향, 물 한잔 안 올리고 이리저리 끌려 다니면 남들 구경시키는 건 비극이요 가슴아픈 일이다. 처음에는 존귀하게 모셔서 모든 중생들이 아침 저녁마다 예배를 하고 기도를 올렸던 부처님들이다.
가능하면 법당지어 놓고 향화(향을 사루고 꽃을 올리는 일)하고 기도하고 발원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한다. 향화하고 기도하고 발원하며 중생의 소원을 들어주는 부처님의 위치로 모셔야 한다. 그런 건 못한다 하더라도 국보 제83호나 국보 제78호 부처님은 영원히 국민 앞에 정말 존귀한 모습으로 민족과 함께 존재해야 하고 유지되어야 한다.
함부로 떠돌며 손상되면 두 번 다시 복원이 안 된다. 그래서 난 문화재청과 국립중앙박물관이 우리 문화재 전시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당부하고 싶다.
내가 그동안 이런 일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전화를 받고 전화도 해 보았다. 예술에 조예가 있는 분들은 땅이 꺼지도록 걱정을 했다. 전시라는 한 가지 전시목적만 생각하지 얼마나 문화재가 중요한지 위험성은 염려를 않는것 같다고들 한다.
그동안 국보 제83호 부처님과 국보 제78호 부처님께 불경한 죄를 지은 박물관사람들은 참회해야 한다. 그렇게 마구잡이로 불상을 내 돌려서는 안된다. 스님과 불자들도 참회해야 한다. 정견과 진실하지 못한 일을 두 번다시 해서 안 된다. 우리 것은 우리가 지켜야 한다.
덕숭총림 방장 설정스님이 하안거 결제중 포행시간에 본지와 만나 지난달 국보 제83호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의 해외전시와 관련된 일련의 사건에 대해 단호한 ‘불가’ 입장을 표명했다. 더불어 불교계와 문화재 당국이 진지하게 논의해 국립중앙박물관을 비롯해 국가차원에서 보관하고 있는 불상에 대해 신앙적 차원에서 보호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당부했다. |
국보 83호 뿐 아니라 국보 78호 부처님도 나가서는 안된다. 불경스럽게 함부로 밖에 나가서는 안된다. 그 부처님은 정말 불가사의하고 신비하고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국보, 국민의 정신과 역사를 끌어안고 있는 위대한 존재다.
스님네들에게는 지고지순한 존재다. 그런 부처님을 모시고 다녀도 시원찮은데, 불경스럽게 동서남북으로 끌고 왔다 갔다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 불경한 행동은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는 분들과 문화재 관계자 분들에게 간곡히 부탁한다. 불상의 해외전시는 이제 그만해야 한다. 보고 싶은 이들이 있으면 비행기 타고 와서 보도록 하면 좋겠다. 불상을 보고 싶은 이들은 하루 만에 와서 볼 수 있지 않는가. 존귀한 문화재를 봐 주십시오 하는 구걸식 전시는 안된다.
스스로를 천덕스럽게 해서는 안된다. 이번 기회에 잘못된 관행이 없어졌으면 한다. 사실은 결제 중이 아니면 국립중앙박물관에도 가려 했다. 관계자들 만나 담판하고 싶었다.
우리가 힘이 있으면 수장고에 있는 부처님을 다 모셔야 한다. 우리가 일정부분 법당을 지어 모실 수 있는 부처님은 다 모셨으면 한다. 그렇지 않고 방치하면 안 좋은 일이 있을 수 있다.
옛날에 다 불사를 해서 부처님을 조성해서 나라의 안녕을 위해 모셨는데 조성된 부처님을 함부로 해서 구경거리로 만들면 불교와 부처님에 대한 무례한 정책이다. 그래서 이런 기회에 문화정책을 다시한번 불교계와 진지하게 논의해서 그런 불상이 소홀하게 다뤄지지 않도록 당부의 부탁을 한다.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은 나 자신도 그렇지만 교단, 즉 불교 전체가 경각심 갖고 대안을 내놓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신선하고 경건하게 부처님을 모셔서 하나의 존경의 대상이요, 신앙의 대상이요, 신앙의 대상이요, 중생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불상이 될 수 있도록 조치가 취해질 수 있도록 해 주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