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오 부라보>의 주제곡 'My lifle,my pony and me', 가수 딘 마틴과 리키 넬슨이 부르고 있습니다
* 혹스 감독의 <신사는 금발을 좋아해>에서
[ 다양한 장르의 천재, 멋진 서부극을 남긴 거장 하워드 혹스 ]
할리우드 황금기 시절 거장 중 하나이자, 거의 모든 장르에서 걸작과 대표작을 만들어낸 괴물 같은 감독, 하워드 혹스 감독은 영화라는 신매체의 정착화를 위해 하늘에서 내려 보낸 사나이라고까지로 추앙받고 있습니다.
그런 하늘의 숙명에 어긋나지 않도록 그는 자신이 가진 능력의 최대치를 발휘하여 영화 매체의 새로운 가능성을 만방에 떨쳐보였고, 당대 그의 유일한 라이벌이라 평가할 만 했던 존 포드에 이를만한 경지에 다다랐습니다.
마틴 스콜세지, 스티븐 스필버그, 브라이언 싱어 등 상업영화 감독들은 물론, 로버트 알트만, 마이클 만, 존 카펜터, 쿠엔틴 타란티노 등과 같은 예술성 강한 감독들도 혹스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으며, 여러번 경의를 표했습니다.
'서부극의 존 포드', '스릴러의 히치콕', '블랙 유머의 빌리 와일더'처럼, 거의 한 장르만 집요하게 파고든 당대 거장들과 달리, 혹스는 할리우드 최신 유행에 따라 항상 새로운 장르에 도전했고, 그만큼 다양한 걸작을 만드는데 성공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신사는 금발을 좋아해>에서 마릴린 몬로
그가 손댄 장르만 해도 코미디, 스릴러, 느와르, 서부극, 로맨스, 뮤지컬, 전쟁, 등 모두 미국 영화의 근간이 되는 장르들이라, 지금도 미국 영화계에선 하워드 혹스를 각 장르의 시조이자 모범답안으로 여겨 깊이 연구하고 뒤따르고 있습니다.
시대 유행에 발맞춰 활약했기 때문에, 하워드 혹스의 경력은 당시 할리우드 유행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어, 그의 작품을 따라가다 보면 고전 할리우드 역사가 단번에 정리됩니다. 또한 같은 배우를 돌려 쓰지 않고 영화마다 새로운 배우를 써서, 그와 함께 작업한 배우 목록도 화려합니다.
마릴린 먼로, 캐서린 햅번, 로렌 바콜, 리타 헤이워드, 바바라 스탠윅, 루이스 브룩스, 존 웨인, 험프리 보가트, 캐리 그랜트, 로버트 미첨, 게리 쿠퍼, 존 베리모어, 커크 더글러스 등, 모두 한 시대를 풍미한 위대한 배우들임을 알 수 있습니다.
배우들과 단순히 같이 일하기만 한 게 아니라, 각 배우의 연기를 최대로 끌어내기도 하여서, 모두 하워드 혹스를 통해 대표작을 찍거나 뛰어난 연기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존 웨인을 연기 못한다고 무시하던 존 포드도 혹스의 〈레드 리버(붉은 강)〉을 보고 존 웨인을 다시 보게 되었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 <스카 페이스>에서
혹스는 1896년, 인디애나 주에서 종이 공장장의 맏아들로 태어났습니다. 부모의 직업이 직업인지라, 경제적으론 전혀 걱정없는 윤택한 유년시절을 보냈다고 합니다. 대신 이사를 많이 했다고 합니다. 어린 시절동안 위스콘신, 캘리포니아 순으로 이사했고, 고등학교 졸업 후엔 뉴햄프셔로 옮겨 살았으며, 이후 뉴욕으로 옮겨 코넬 대학교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습니다.
제1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자 공군으로 활동하였고, 종전 후 기계공, 디자이너, 카레이서 등 여러 직업을 전전했으며, 공군 경력을 살려 비행기 파일럿을 하기도 했습니다.1922년, 파라마운트 픽처스 스토리 부서에서 일하며 영화계에 입문했습니다.
* <레드 리버>에서
머리가 비상했던 하워드 혹스는, 연출하기 힘든 장면이 있을 때마다 해결사처럼 나타나 손쉽게 연출해내는 재능을 보였고, 그 재능을 인정받아 1926년에 데뷔작인 〈영광의 길 The Road to Glory〉을 찍게 됩니다.
이후 1970년 은퇴작 〈리오 로보 Rio Lobo〉를 찍기까지, 약 40여 편의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1977년, 자택에서 애완견에 걸려 넘어져 부상을 입었는데, 이에 의한 합병증으로 몇 주 뒤 별세했습니다. 향년 81세.
[ 대표작 소개 ]
< 리오 부라보 >
서부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한번쯤 들어 보았을 영화 <리오 브라보>는 수천편의 서부영화 중 걸작 반열에 오르는 작품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하워드 혹스 감독이 말년에 서부 영화 장르인 웨스턴 3부작 <리오 브라보>(1959)와 <엘 도라도>(1967), <리오 로보>(1970)를 연출했는데 존 웨인 주연의 이 영화 <리오 브라보>는 존 웨인 특유의 유유자적하는 독특한 스타일의 작품이었습니다.
혹스 감독이 직접 제작 연출한 <리오 브라보>는 냉소적이고 심각한 프레드 진네만의 수정주의 웨스턴 <하이 눈>에 불만을 표시하면서 좀 더 대범하고 남성적인 웨스턴을 창조했죠.
<하이 눈>에서 혼자서 악당을 상대하는 소극적인 보안관 케인(게리 쿠퍼)의 캐릭터에 못마땅해 했던 혹스 감독은 <리오 부라보>에서 정의로운 보안관 역으로 존 웨인을 내세워 수십 명의 무법자들을 처단하는 호쾌하고 남성다운 서부 활극을 만들어냈습니다.
미국과 멕시코 국경지대의 작은 마을 리오 브라보를 배경으로 심플한 플롯에 눈에 익숙한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전형적인 웨스턴이었습니다.
여기에 카리스마가 있는 대형 스타들의 연기와 스펙터클한 총격전, 서스펜스와 유머, 사나이들의 의리와 우정 그리고 달콤한 로맨스와 주제가까지 곁들인 그 당시로선 일등급 블록버스터였습니다.
그의 대표작 <리오 브라보>의 중심 플롯은 보안관 존과 마을의 깡패 두목이자 사악한 목장주 네이산 일당과의 대결입니다.
속사수인 알콜 중독자 듀드(딘 마틴)와 핸섬한 젊은 건맨 콜로라도(리키 넬슨), 그리고 한쪽 다리를 저는 익살스럽고 까탈스런 노인 스텀피(월터 브래넌)가 보안관 존(존 웨인)을 돕는 조역으로 등장하고 밀려오는 수십 명의 네이산 일당과 대결합니다.
영화의 클라이맥스에서는 서로의 적대감이 절정에 이르게 되면서 라이플과 권총이 불을 뿜는 시원한 총격전이 화면 가득 채웁니다.
의외로 여자에게 약한 보안관 존이 바에서 일하는 도전적이며 아름다운 댄서 페퍼스(앤지 디킨슨)와 벌이는 로맨틱한 사랑 이야기는 이 영화의 백미이죠.
혹스 감독은 그 당시 인기 가수 딘 마틴과 리키 넬슨을 기용하여 그들의 노래들을 사운드 트랙에 삽입했는데, 둘이 합창하는 듀엣 곡 <My Rifle, My Pony And Me>는 한때 국내 영화팬들에게 사랑 받은 영화음악의 고전이기도 합니다.
< 레드 리버(붉은 강) >
미국의 정통 서부극 중에서 어마어마한 숫자의 소떼를 몰고 가는 영화들은 종종 볼 수 있습니다. 많은 소떼가 등장하는 영화로는 글렌 포드, 잭 레몬 주연의 <카우보이>를 비롯 윌리암 홀덴, 리처드 위드마크의 <알바레스 켈리>, 존 웨인 주연의 <11인의 카우보이>와 <치삼> 클라크 게이블 주연의 <거인> 등의 영화들을 들 수 있습니다.
이들 영화들을 보고 있노라면 과연 어떻게 촬영이 가능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같은 인공적 촬영이 아니라 실제 유명배우들이 소몰이 시늉을 하면서 수백마리 이상의 소떼가 실제로 등장하고 있고, 특히 소떼가 달리는 장면도 꽤 그럴싸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카우보이 서부극 중에서 선배격인 영화가 바로 <붉은 강>'입니다. 이 영화의 구도는 전형적인 신구 대립입니다. 구세대, 즉 고집스런 기성세대를 대표하는 캐릭터로 던슨(존 웨인)이 등장하고 그런 기성세대에 도전하는 신세대적 캐릭터로 몽고메리 클리프트가 연기한 매트라는 인물이 등장합니다. 이들은 아버지와 아들정도의 나이차이로 등장하지요. 지는 해와 뜨는 해 라고나 할까요?
그런데 실제 두 배우의 면모를 보면 이 영화로 둘다 뜨는 해가 되었습니다. 존 웨인과 몽고메리 클리프트는 13살 차이, 몽고메리 클리프트는 이 해에 데뷔한 풋풋한 신예로 1948년 봄에 개봉한 <산하는 요원하다> 이후 두 번째 작품으로 48년 가을에 공개된 영화입니다.
존 웨인은 이미 1930년에도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가 있는 20년차의 오랜 경력이었지만, 30-40년대는 B급 레벨의 배우였습니다. 30년대 그저 그런 많은 영화들에 주연을 했고, 서부극의 고전이 된 <역마차>에서 비로소 주목받기 시작했지만 게리 쿠퍼나 클라크 게이블 같은 특급스타는 아니었습니다.
그러다가 1948년에 <아파치 요새>, <붉은 강> 에 출연한 이후부터 승승장구하여 1949년에 비로소 최초로 머니메이킹 스타 베스트 10에 선정된 이후 1958년을 제외하고 1974년까지빠짐없이 선정되며 헐리웃 최고의 흥행배우로 무려 25년 이상을 군림했습니다.
몽고메리 클리프트는 데뷔작부터 주목받으면서 1950년대 젊은이의 상징이 될 정도로 인기를 누린 배우였습니다. 다만 존 웨인이 40년대부터 70년대까지 긴 전성기를 누린데 반하여 몽고메리 클리프트는 60년대부터 급격한 슬럼프에 빠지며 1966년 불과 46세의 나이로 요절하는 불운의 배우가 되었습니다.
<붉은 강>은 소몰이 영화의 표본이 되는 수작으로 존 웨인의 중후함과 몽고메리 클리프트의 싱그러운 매력이 발산된 작품입니다.
광활한 서부를 가로질러 9천마리가 넘는 소떼를 몰고 여정을 떠나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그런 와중에 의견충돌도 벌어지고 모험도 벌어지고 갈등도 벌어지고 생사를 넘나들며 긴 여정을 함께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존 웨인은 거칠고 고집스런 중년으로서 위압적 모습을 보여주고 몽고메리 클리프트는 용감하면서도 합리적이고 유연한 청년을 연기하며 대조적인 신구세대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동반자로서 여정을 함께 하는 두 사람이 어느 순간 원수지간이 되어 쫓는 자와 쫓기는 자로서의 스릴을 보여주는 구성이 흥미로우며 그런 와중에 미모의 여성을 등장시켜 두 남자의 갈등구조 사이에 적절히 끼워 넣으면서 흥미로운 요소를 더해 갑니다.
명장 하워드 혹스의 작품답게 꽤 짜임새있는 이야기와 연출이 볼만한 수작입니다. 게리 쿠퍼와 여러 영화에서 찰떡콤비를 보여주었던 월터 브레난은 이번에는 존 웨인과 서부극에 함께 출연했는데 하워드 혹스 감독은 11년 뒤에 다시 두 배우들과 의기투합해서 <리오 브라보>라는 서부극을 완성시켜서 성공을 거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