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산야(山野)에 있는 모든 식물은 산-약초이며 산-나물이다. 신산불이(身山不二)
야콘 ......
야콘(Smallanthus sonchifolius)은 콜롬비아에서 아르헨티나에 걸친 중북부안데스산맥이 원산인 국화과의 다년초식물로‘페루땅속사과(Peruvian ground apple)’로 불린다. 질감이 아삭아삭한 덩이뿌리(塊根)로 천생 고구마 닮았고, 맛은 싱싱한 사과, 배, 수박, 셀러리(celery)를 섞은 맛이 난다.
야콘은 키가 실팍하고 훤칠한 것이 어찌나 번성하고 억센지 다른 곡식들을 잡아먹을 자세다. 땅속엔 달리아(dahlia)나 고구마 塊根이 들고, 위에는 같은 과의 돼지감자(뚱딴지,Helianthus tuberosus) 닮은 잎줄기가 자란다. 다시 말해서 야콘 꽃은 뚱딴지처럼 해바라기 꽃을 쏙 빼박았고, 땅속에는 고구마 닮은 알이 든다. 덩이뿌리는 흰 것에서 황색?적색?자주색까지 다양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살색이 흰 것을 심는다.
야콘은 초기에는 조금 더디게 자라다가 6월 이후에 빠르게 성장하고, 첫해보다는 2-3년에 훨씬 더 힘차게 자라며, 그 동안에 우리가 보는 야콘 뿌리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아주 커진다고 한다. 미리 말하지만 앞에서 야콘은 다년초라 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겨울 탓에 일년초이고, 따라서 야콘 꽃을 보기 어렵다. 뚱딴지가 그렇듯 2-3년생이라야 꽃을 피우기 때문이다.
굵은 야콘 줄기는 1.5-3m남짓으로 녹색이나 자색을 띄며 털이 부숭부숭 아주 많이 붙고, 원통이거나 다소 각이 지며, 성숙기에는 속이 빈다. 잎은 마주나기(對生,opposite)하고, 넓은 달걀형으로 가장자리는 들쭉날쭉 톱니(鋸齒)모양이다. 털이 밀생하며 표피에 피톤치드(phytoncide)의 일종인 테르펜(terpene)물질을 배출하는 분비샘이 있다. 꽃은 노란색에서 옅은 등황색이고, 두상화 둘레에는 혀 닮은 불임성인 혀꽃(舌狀花)꽃잎이 에워싸고, 가운데 나는 씨를 맺는 자잘한 대롱꽃(관상화/중심화)이 많다.
원산지의 야생 야콘은 강변, 길가, 토사지 등 불모지에도 잘 자라고, 떼 지어 나는 식물로 群落을 이룬다. 재배종은 이미 수천 년 전에 기르기 시작하였다고 하고, 1980-1990년경에 먼저 일본에 도입된 다음에 한국, 중국, 동남아 등지로 퍼졌다고 본다.
씨앗(종자)을 잘 맺지 않는 대신 덩이뿌리와 줄기사이에 짝 달라붙은 붉은 빛이 감도는 영판 돼지감자 닮은 뭉텅이(덩어리,rhizome)로 영양번식(vegetative propagation)을 한다. 가을걷이 한 다음에 이것을 잘 보관했다가 이듬해 봄에 땅에 묻어두고, 거기서 나온 어린 줄기를 떼어 심는다. 다시 말해서 고구마는 원뿌리에서 나오는 순을 잘라 심는데 야콘은 우리가 먹는 덩이뿌리가 아닌 아주 다른 덩이(肉芽)에서 싹트는 새순(줄기)을 쓴다.
야콘은 비옥하고, 토심이 깊으며, 배수가 잘 되는 사질양토가 좋다. 그리고 보온, 보습, 토양침식억제, 잡초방지로 짚, 톱밥, 산야초, 거적, 비닐로 흙을 가리는 것을 덮기(被覆,mulch/mulching)라 하는데 야콘도 비닐을 깔아서 수확량을 훨씬 늘린다. 뿌리가 땅 속 깊게 들지 않으므로 두둑을 호미괭이로 조금 둘러 파고 줄기를 당기면 뽑혀 나온다. 뿌리에 수분이 엄청 많아 고구마보다 잘 부러지므로 뽑을 때나 캐낼 때 조심해야 한다. 조심조심 했는데도 필자도 여러 번 동강이를 냈으니 할 말이 없다.
야콘은 씁쓰레한 맛을 내는 껍질을 벗겨버리고 과일처럼 썰어 생으로 먹지만 무처럼 생채를 만들거나 부침개를 만들어 먹기도 하고, 튀기거나 삶거나 볶거나 해서 먹기도 한다. 또 사각사각하여 간식(snack)으로 먹고, 샐러드, 시럽, 차로도 먹는다.
천연 인슐린(insulin)이라고 부르는 이눌린(inulin)이 푸지게 들었으니 이것은 다당류의 일종으로 돼지감자나 민들레 등 국화과 식물에도 든 탄수화물이다. 야콘 뿌리로 만든 시럽이나 차는 50%가 프락토올리고당(fructooligosaccharide)인데 이것은 혈당(glucose)을 낮춰주기에 당뇨병(diabetics)환자에, 섬유소가 많아 체중 조절하는 다이어트(dieter)들에게 인기다.
그리고 잎을 한소끔 데쳐 쌈으로, 또 말려 묵나물로 먹어도 좋다. 잎사귀에는 이름조차 낯선 프로토카테츄산(protocatechuic acid), 클로로겐산(chlorogenic acid), 카페산(caffeic acid), 페룰산(ferulic acid)들이 들었다. 이것들은 대장유산균인 비피더스균(bifidobacteria)을 잘 자라게 하는 일종의 프리바이오틱스(prebiotics) 물질로 병에 대한 면역력을 키워주고, 또 노화를 방지하는 항산화제(antioxidant)로 작용한다고 한다.
(강원대학교 명예교수 권오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