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일요일) 1주일전부터 아내와 약속이 되있는 풀코스(드라이브, 외식, 영화관람)의 날이었습니다.
제 성격이 낚시가는 것 빼고는 어디 싸돌아다니는 것을 엄청 싫어하기 때문에(외식도 물론 싫어하지요. 돈이 더 들어간다고 해도 집에서 시켜먹는 쪽을 택합니다) 오늘의 풀코스에 기대가 부푼 아내를 데리고 간 곳은 공주의 양화지..
제가 본격적인 낚시를 시작할 즘에 자주 갔던 곳이 양화지였습니다. 물 맑고 고기 힘좋고, 유로터로 바뀐 후엔 양화지 좌대에서 친구들과 여러번 밤을 세우기도 했죠.
근데 사람 마음이 이상한 것이 어느날 부터 발길이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거의 7-8년만에야 양화지를 다시 가게된 것이었습니다. 관리인 아저씨도 옛날 그분이더군요. 세월이 흐름이 관리인 아저씨의 머리카락과 얼굴주름에 흔적을 남긴 것을 제외하고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습니다. 주인 아저씨가 키우고 있는 진도개 백구도 어쩌면 옛날의 그 녀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양화지는 그대로 였습니다.
어린 시절 절친한 친구에게 오랫동안 연락도 않고 살다가 그 친구를 다시 만났을 때의 미안함같은 것이 양화지를 바라 보고 있는 제 마음속에 느껴지더군요.
잠깐 감상에 젖어 있다가 조황 점검을 위해 낚시꾼을 찾아보니 멀리 좌대에 2-3명의 낚시꾼만이 대를 드리우고 있었습니다. 일기예보상의 비소식에도 불구하고 공주쪽엔 별 비가 않왔는지 저수지로 흘러드는 개울은 바싹 말라있고 그나마 소량의 배수는 계속되는 듯 양수기가 열심히 돌고... 조황이 어떨지는 굳이 깊이 생각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오늘은 아내와의 약속이 있으니 어쩔 수 없지만 다음주엔 꼭 한번 오겠다는 혼자말로써 양화지의 답사를 마치고 대전으로 다시 돌아 왔습니다. 다음주 일요일에 전 양화지 한켠에서 낚시를 드리우고 있을 겁니다. 붕어 구경을 못해도 웬지 흐믓한 기분으로 하룻밤을 그 곳에서 보낼 겁니다.
추신: 맨인블랙 2 보지 마십시요. 제가 낚시를 통해 꽝의 여유로움을 배우지 않았다면 중간에 극장문을 나섰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