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가던 웹사이트 연달아 로그인실패에
책상과 식탁 위 마구마구 어지르고만 싶고
임금님귀는 당나귀귀
어디가서 소리쳐야만 낫겠다 싶으나
우리 동네 뒷산, 아파트촌과 너무 가깝고 오늘따라 바람도 잘 불고
차라리
얼른 카페들어가야지 하고 뛰어오던 날이 오늘 말고도
분명히 있었습니다.
노란 잠바 입고 버스 정류장까지 따라오던 아이 손에 포도맛마이쮸와 뽀로로스티커를 쥐어주고 돌려보내며
다녀올께, 엄마아빠... 가슴이 뛰는구나
옵스큐라, 나한테 못된 엄마라고 했지만
그래, 못되어야 엄마 노릇도 하게 되는 것 같아.
우리가 원했던 1박 2일이 지나
그래도 따뜻한 거는 마시고 헤어지자고
편의점 온장고에서 데자와를 꺼내 한모금 넘겼을 때
모두는 동시에 느끼고 있었다.
체력에 비해 너무 멀리 와버렸다는걸
한 치 앞도 생각하지 않고 달리던 5분전과 다르게
각자는 동시에 내일(이라도 불러도 되는가) 아침 혹은 다음에 계속될 날들을 떠올리고 있었던가.
'빈차'라는 빨간 불빛을 달고 온 택시가 그렇게 거룩해 보인 적이 없었다.
아, 지젤의 사진이 없었다면 일상으로의 복귀는 더 힘들어졌을 것이며
'...^^...잊어주세요'라는 구리구리 발신의 문자는 내가 보낸 것 같기도 하였고
하얀자전거와는 택배온 물건, 분리수거, 오늘은 차를 누가 쓸 것이냐 외엔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처음부터, 다 잊고자 마음먹었기에 인사동에 발을 들일 수 있었던 바
허나 하룻저녁에 십년을 어필하고자 했던 이 간사함 혹은 절박함.
도대체 이 소설에 합당한 평론은 어디 가서 찾을 수 있는 거야-, 번역은 누가 할 건데-
라는 심정으로 평론가, 번역가를 꿈꾼적도 있었지요.
그러나 '즐거운'이란 단어는 '독자'와 가장 잘 어울림을 곧 깨닫고 마는 이 영리함.
십년을 돌이켜 생각해보니 윤대녕소설은 내게 늘 리얼리즘이었습니다.
독자들의 반응엔 별로 신경을 쓰지 않으신다는 말도 어디선가 들려오니
오호,
예, 부디 신경쓰지 말아주세요.
한국 사회에서 작가하기도 힘든데 이런 거 때문에 더 힘들어져서야 되겠습니까.
짐짓 쿨한척 하였으나
독자도 자유롭고자 하는 속내.
.
.
.
우리의 만남은
은어낚시통신이고 싶었고 더더욱 많은 별들이 한곳으로 흘러갔다이고 싶었으나
미란일 수는 없었던 것.
호랑이는 왜 바다로 갔나일 뻔도 하였지만
비로소 제비를 기르다에서였다는 것.
첫댓글 하얀 자전거님과 "... 외엔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는 그 상황이 대략 어떤 걸지 짐작은 가지만, 한 5년 후면 저도 확실히 알 수 있겠지요. ^-^ 아이에게 마이쭈를 들려주며 도망치듯 나와서 정모에 참석할 그 날, 왠지 그리 멀지 않은 것 같아요.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는 그것, 내가 동네에서 양복입은 남편과 마주치지 않길 바라는 그것과 같은 감정인가요?
'다녀올게 엄마아빠.. 가슴이 뛰는구나" 그래도 언니는 그렇게 둘이서 함께.
하루저녁에 십년을 어필하고자 했던 건 우리 모두였기에 전 하나도 부끄럽지 않아효 ^^
누나 글을 읽고 나니 내 가슴이 왜 벅찬 걸까요.
따뜻한 데자와.. 또 한 캔 해요~
오늘 또 쿠웨이트에 도착했는데 왜 이렇게 일이 손에 잡히질 않는걸까. 20 일의 휴가라는 공백? 이 글을 읽으니 어렴풋하게 그 이유를 알 듯도...
오우...임금님의 귀는 당나귀 귀~~~오우...도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귀야..도대체...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