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언젠가 한 번 적어야지 막연히 생각했었는데 미루고 미루다가 카페를 이용하고 있을 많은 방구들이 본인 몸에 관심을 기울이길 바라는 마음에서 글을 적어보려고 해. 혹시 내가 자궁내막증? 긴가민가한 방구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아래 자궁내막증 글보고 용기내서 써봄ㅎㅎ
1. 자궁내막증이란
네이버에 자궁내막증치면 지식백과에 나오는 사진. 늙은 비실이 말풍선에 보면 난소에 빨간 점같은 것들이 바로 자궁내막증.
자궁내막증은 자궁내막에 있어야할 조직들이 자궁 외에서 증식하는 병이야. 자궁내막증의 원인은 현재까지 이렇다라고 정확히 밝혀진 게 없어. 다만 생리혈이 역류하는 경우가 꽤 흔한데 이 혈에 섞인 자궁내막조직이 자연스레 흡수되어 사라지지 못하는 면역학적 원인과 유전학적 원인을 대표적으로 꼽고 있어. 자궁내막조직이 자궁 외에 있어도..생리할 때가 되면 탈락하며 세포에서 출혈이 생기는(자세히는 모름) 그런..그런 느낌으로 피가 점차 고여서 혹이 생긴다고 해.
2. 자궁내막증 증상 및 진단
1) 증상
내가 처음으로 자궁내막증일 수도 있겠다라고 느끼게 된 이유는 생리기간이 아님에도 생리통같은 통증이 있었고 부정출혈이 종종 나타나서였어. 오른쪽 하복부가 콕콕 찌르듯이 아팠는데 인터넷에 검색하면 제일 먼저 나오는 게 자궁내막증이었거든. 내 증상은 크게 극심한 생리통, 지속적인 오른쪽 하복부 통증, 골반통, 미미한 항문통, 부정출혈이었어. 생리통의 정도는 진통제가 듣지 않고, 통증이 오면 배를 붙잡고 아무것도 할 수 없을만큼 아프고, 자다가도 통증때문에 깨서 눈물 줄줄 나는 정도였어. 이 정도면 병원 가는게 당연한거다.
2) 진단
근데 나는 병원에 잘 안 가는 편이라 내 증상에 더 무덤덤했던 것 같아. 아무튼 한의원, 내과, 산부인과 순으로 방문했고 한의원과 내과에서는 장이 약해서 복통이 있을거라고 진단했었어. 장이 약한 것도 맞말이긴 해서 위장약 처방받으면 진통 성분때문인지(사실 잘 모름) 암튼 괜찮아져서 무념무상 지내다가 어느 날 참을 수 없을만큼 심한 복통이 밤새 와서 배 잡고 끙끙거리다가 아침되자마자 산부인과에 급하게 가게 됐고, 자궁내막증이 약 7cm정도 있다고 진단을 받았어.
* 자궁내막증이 의심된다면 홍삼, 한약, 베리류 등은 조심할 것
3. 자궁내막증 치료
자궁내막증은 크기에 따라 비수술적 치료, 수술적 치료가 있어. 비수술적 치료는 호르몬 치료로 주로 비잔, 야즈같은 호르몬제 복용하는 게 일반적이야. 나는 7cm라서 바로 수술날짜 잡았어. 복강경으로 진행했는데 병원이나 주치의에 따라 로봇수술이나 개복, 경화술 등 다른 수술방법도 있어. 수술 끝나고 나니까 골반과 오른쪽 난소에 유착이 심했다고 생리통이 정말 심했을 거라고 하시더라. 이 때 눈물만 났어,,^^ 수술은 난 자다깨면 끝나있으니까 잘 모르는데 소변줄이랑 피주머니 꽂혀있어. 당연히 잘 때 꽂혔지만 뺄 땐 맨정신이다ㅠㅠ
자궁내막증은 수술이 치료의 시작이라고도 해. 완치가 따로 없고, 말했듯이 원인 또한 따로 없는데 생리를 하면 일반적으로 재발 확률이 굉장히 높다고 하더라고. 어릴수록 질병의 진행 속도는 빠르다고 하고.. 이 얘기 들으면서 앞으로 어떡하지란 막막함이 컸던 것 같아. 내가 완경에 도달하려면 약 30년은 남았는데? 뭐 이런 병이 다 있나 싶었고 많이 울었던 것 같아. 아무튼 수술하고 첫 외래진료가서 나는 재발방지를 위해 비잔을 복용하기로 했어. 호르몬 주사를 월 1회 맞는 치료법도 있는데 주사는 일시불, 호르몬제는 할부 느낌인 거 같아. 주사는 너무 어려서 부작용때문에 힘들 것 같다고 하셨어. 물론 주치의마다 판단이 다를 수 있음은 감안하면 좋을 것 같아!
4. 건강을 위한 노력
나는 아직 20대 초반이기때문에 더 막막하다고 느껴졌어. 내 주위 또래에 같이 이야기를 나눌만한 사람도 없고, 부모님한테 말씀드리자니 속상해하실 게 뻔하니까 말이 안 나오더라고. 혼자 속앓이도 많이하고, 카페에 검색해서 찾아보기도 하고 자궁이나 난소 관련 질환에 대한 정보를 나누는 카페에도 가입하면서 이것저것 찾아보려고 했어. 그리고 아래 목록은 내가 개인적으로 실천하는것일뿐 꼭 이게 정답은 아냐. 참고하는 정도로 보면 좋을 것 같아.
1) 밀가루, 카페인 줄이기 : 밀가루랑 카페인이 생리통을 악화시킨다는 이야기를 어디서 주워들어서..수술 직후엔 거의 끊다시피 했었어. 그래도 아예 안 먹는건 아니고 되도록 적게 먹는 편이야.
2) 흡연, 음주 멀리하기 : 당연. 특히 흡연은 호르몬제 복용과 병행될 경우 혈전같은 부작용이 생길 확률이 높아져.
3) 규칙적인 식습관, 수면습관 : 이라고 썼지만 정말 지키기 어렵더라. 그래도 노력하는거랑 포기하는건 다르니까. 정말 늦어도 2시 전에는 자려고 하고 있어.
4) 운동 : 수술하고 원래도 부족하던 체력이 정말 부족해지더라고. 이것 역시 이 시국에는 쉽지 않지만 산책이라도 꾸준히하면 좋다고 해. 수술하게 되면 빠른 회복을 위해 걷는 걸 권하기도 해서 별 일 없으면 하루에 한 시간씩은 산책하는 중이야.
5) 스트레스 줄이기 : 나는 약간 완벽주의라서,, 이게 제일 어려운 거 같아. 그래도 표면적으로나마 중요한 이야기인 것 같아서 어렵지만 스트레스 해소법을 찾아보는 게 좋을 것 같아. 나는 일기를 쓰면서 감정을 털어내기도 하고, 그냥 눈물 짜기도 해.
6) 배달음식 줄이기 : 어린 연령대에서 자궁내막증을 비롯한 자궁질환이 증가하고 있어. 서구적인 식습관의 영향도 있겠지만 환경호르몬의 영향도 대표적인 이유로 꼽히고 있어. 요즘 다들 애용하고 있을 배달음식 용기 혹시 본 적 있어? 아마 메인메뉴는 PP라고 써있는 용기에 오고, 우동국물, 된장국같은 건 PS에 올거야. PS는 열을 받으면 환경호르몬이 나와. 환경호르몬은 여성호르몬과 유사해서 몸에 혼란을 주게 된대. 또, 미세 플라스틱 자체도 몸에 누적되면 좋지 않으니 평소 사용할 텀블러나 식품보관용기도 되도록 플라스틱이 아닌 재질로 사용하면 좋을 것 같아.
5. 호르몬제의 부작용
정말 할 말이 많은 부분이야. 이것 때문이라도 너희가 다들 건강했으면 하는 마음. 호르몬을 인위적으로 조절하는데 몸에 좋을리가 없지. 약이 안 맞는 경우도 있어 바꾸는 경우도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자궁내막증 치료제는 비잔정이야. 권장 복용기간은 1년 6개월이었는데, 해외에서 임상실험 결과 5년까지 먹어도 큰 이상이 없다고 해서 요즘은 1년 6개월 이상 먹는 사람도 많아. 피임약처럼 매일매일 정해진 시간에 1정씩 먹는거고, 피임약처럼 조그만 약이야. 그리고 이 조그만 놈한테 놀아나는 내 몸뚱아리... 사람마다 부작용은 다를 수 있지만 아마 나처럼 2년이상 장기복용하게되면 다들 이런저런 부작용 한 번씩은 겪고 넘어가게 될 것 같아서 정리해보면
1) 부정출혈 : 이 약의 목적은 무월경에 도달하는거야. 그럼으로써 재발확률을 5% 이내로 낮춘다고 해. 그런데 사람 몸이 비잔을 입력한다고 모두가 똑같이 바로 무월경! 이런 결과가 나오진 않아. 이 약을 통해 자궁내막을 얇게 유지하려고 하는데 내 몸은 어쨌든 간에 매달 임신준비한답시고 자궁내막을 두껍게 만들려고 하지. 이게 탈락하며 나오는 게 월경이고. 그러다보니 자궁내막이 조금씩 탈락돼서 부정출혈이 나온다고 하더라. 사실상 약을 먹으면 지극히 정상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거지만, 그래도 몇 주씩 피를 보면 불안한 게 사람 마음.. 하혈하는 수준이 아닌 이상은 부정출혈과 무관하게 계속 복용해야 하면 돼.
2) 심장 두근거림 : 심장은 당연히 두근거립니다만? 이게 아니고 카페인 많이 먹었을 때처럼 심장이 두근거리는 그런 느낌. 찾아보니까 종종 나타나는 부작용이더라고. 심장 두근거림 -> 헉 심장이?(온갖 안좋은 생각)-> 불안 -> 두근두근 이렇게 반복될 수 밖에 없어서 내가 제일 힘들었던 부작용이야. 빈맥처럼 갑자기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경우도 가끔 있었고. 아무래도 호르몬에 의해 자율신경계가 어쩌구 이런 원리가 아닐까 추측해본다.
3) 유방통 : 당연히 호르몬제를 먹으니 호르몬의 변화로 나타날 수 있는 통증. 의사 선생님들은 대부분 관련이 없다고 하지만 간혹 비잔 먹으면서 갑상선이나 유방에 혹이 생기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하니 장기복용하는 사람들은 한 번쯤은 검사받아보면 좋을듯 해.
4) 얼굴 열감 : 과 같은 갱년기 증상이 명백히 나타나는 편. 당연. 생리를 안함.
5) 불안, 우울감 : 호르몬제다 보니, 감정기복도 전반적으로 평소보다 심해지고 나 스스로도 컨트롤하기 어려워지는 느낌. 우울증이나 불안장애가 있다면 약을 먹기 전에 반드시 주치의에게 전달하고 복용하길. 나도 감정의 베이스를 행복으로 두고 사는 사람이 아니라 힘들더라고. 우울할 땐 가벼운 산책이나 맛있는 걸 먹거나, 슬픈 영화를 보면서 그냥 울면서 털어내기. 아니면 방구들한테 징징대기.
6) 골밀도 감소 : 장기복용했을 때 나타날 수 있는..겁먹을 필욘 없으나 신경써줘야 하는 부분. 우울감+골밀도를 지키기 위해서 비잔을 먹으면 대부분 칼마디(칼슘 마그네슘 비타민D) 영양제를 챙겨먹으라고 많이들 권하더라.
이 외에 사람마다 부작용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어. 어느 정도 감안해야 하는 불편함들이지만 너무 힘들다면 주치의에게 꼭 이야기하기
6. 전하고 싶은 말
교장 선생님도 아니고 말도 길게 한 주제에 전할 말이 또 있다? ㅎ 엄마, 이모, 언니에게 자궁질환이 있다면 유전학적으로 발생확률이 높아진단 이야기도 있어. 내가 찾아보기도 하고 주워들은 말이기도 한데 우리집도 친척언니집도 아는언니집도 모두가 자궁내막증인 건 아니지만 자궁근종이나 기타 다른 질환이 엄마와 딸 한쪽에 있으면 다른 사람에게도 다 나타났거든. 혹시나 하는 방구들은 예방차원에서라도 꼭 가보길 바랄게.
그리고 산부인과를 처음 갈 방구들이 혹여 궁금할까봐 주저리 늘어놓는 말. 주변에 물어보기 어려운 경우가 있을 수도 있을까봐! 산부인과에 가면 기본적으로 초음파를 하고, 초음파상으로 이상이 있으면 피검사를 해. 피검사로 난소암 가능성같은 걸 예측하기도 하는데 혹이 크거나 꼬여있으면 양성이어도 수치가 당연히 높게 나오니까 수치적인 자료로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어! (병원마다 조금 다를수도, 내가 틀렸을수도)
암튼 초음파는 복부초음파, 항문초음파, 질초음파가 있어. 복부초음파를 하려면 방광이 가득 차있고 복부지방이 없어야 잘 보여. 나처럼 혹이 크면 복부초음파로도 선명하게 보여. 내 경우가 안 좋은 상황인거고 대부분은 항문/질초음파를 먼저 하게 될거야. 항문, 질 초음파를 할 땐 방광을 비워야하고! 생리해도 초음파에 지장없지만 생리끝난 직후가 가장 정확하게 볼 수 있는 시기래.
그리고 무엇보다 자궁질환은 초기라면 초음파만으로 발견되지 않을 수 있어. 그런데 나이가 어리면 병의 진행이 빠르다니까 꼭 정기검진을 하자. 이상이 없다면 1년에 1번, 이상이 없는데 자각증상은 있는 것 같다면 6개월에 1번 이런 식으로.
꼭 건강하자 똥방구들아!
첫댓글 나도 자궁내막종 생긴거 알고 진짜 일주일은 울었는데 이렇게 글 보니까 신기하다 ㅠ 수술하기 싫어서 약 복용중인데 꼭 이글 보는 너네들은 안아프더라도 정기검진 받아아!!
정보고마워
건강하자 우리
정보 고마워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