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수도권 주요 남부지역 아파트 매매시장이 맥을 못추고 있다. 과천·용인·안양·화성시 등에선 매수세가 뜸하고 가격도 약세다.
물론 소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매매 호가가 오르고 있지만 침체한 시장 분위기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다. 서울 강북권과 인근 의정부·동두천·고양·남양주시 등 수도권 북부지역이 오름세를 타고 있는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
과천·용인 하락세 뚜렷
중앙일보조인스랜드에 따르면 올 들어 과천지역 아파트값은 1.67% 떨어졌다. 경기지역 전체 아파트값이 연초 대비 2.75% 오른 것과는 딴판이다. 과천은 최근 들어 가격 하락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한달 새 1.09%나 빠진 것이다.
용인도 올 들어 0.61% 내렸다. 안양도 0.06% 하락했고, 화성시도 0.42% 떨어졌다. 수도권 남부 주요 지역 아파트값이 일제히 하락 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과천에서는 별양동과 중앙동이 가격 약세를 주도했다. 별양동 주공6단지 59㎡는 6억6500만원 선으로 올 들어 8500만원 가량 빠졌다. 용인의 경우 신봉·성복·죽전동 등 수지구 일대 아파트값 하락세가 뚜렷하다. 이들 지역에선 올 들어 3000만~5000만원 이상 가격이 떨어진 단지가 수두룩하다. 신봉동 신봉자이1차 153㎡는 올 들어 8500만원 하락한 6억6000만원 선까지 호가가 내렸다. 성복동 한 공인중개사는 “시세보다 값이 싼 급매물은 가끔씩 팔려나가지만 정상 매물은 새 주인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
“집값 많이 내렸지만 아직도 비싸다” 인식 강해
수도권 남부지역 아파트값 약세 이유는 가지가지다. 최근 몇 년 새 이들 지역으로 수요가 몰리면서 매매가가 크게 뛴 게 수요 위축의 원인이라는 공통점이 있긴 하다. 하지만 세밀하게 접근하면 지역별로 매매시장이 침체한 원인을 다양하게 끄집어 낼 수 있다.
과천 별양동 I공인 관계자는 “과천에서는 ‘집값이 많이 떨어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비싸다’는 인식이 강하다“고 말했다. 2006년 아파트값이 단기 급등한 데 따른 후유증이 시장 침체의 가장 큰 원인이라는 얘기다. 중앙동 D공인 관계자도 “지난해에 이어 올 들어서도 아파트값이 떨어지긴 했지만 2006년 상승 폭에 비해서는 부족하다는 심리가 작용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입주 물량이 많다는 것도 가격 약세의 원인이다. 과천에서는 당장 오는 7월 주공3단지 재건축아파트 3000가구가 입주한다. 입주(등기)하면 1가구 2주택이 되는 사람들이 서둘러 매물을 내놓는 것도 시세 상승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게 현지 부동산중개업계의 설명이다.
또 재건축 평형 배정 소송 영향도 한몫한다. 원문동 주공3단지 소형평형 배정 조합원들의 입주 및 등기 가처분 신청으로 주변 재건축 단지 매수 문의도 끊긴 상태다.
용인에서는 고가 아파트 대출 부담에 따른 매수세 약세와 광교신도시 분양 앞두고 수요가 크게 준 게 아파트값 약세 장세의 주요 원인이다. 2006년 집값이 뛰면서 대형 아파트 상당수가 DTI(총부채상환비율) 적용을 받으면서 매수세가 확 줄었다는 것이다. 오는 9월 광교신도시 아파트 분양을 앞두고 기존 아파트 매입보다는 신도시 분양 물량을 노리는 수요가 늘고 있다는 것도 용인 집값 하락의 원인이 되고 있다.
화성 입주 물량 쇼크로 휘청
안양에서는 평촌·관양·안양동 일대 아파트값이 하락세다. 중대형 아파트 시세는 연초 대비 1000만~4000만원 가량 내렸다. 평촌동 대림e-편한세상2차 105㎡는 올 들어 4000만원 정도 빠져 4억7000만~4억9000만원 선이다. 지난해 말 입주 3년차 아파트가 되면서 비과세 매물이 나오고 있지만 매수세는 좀처럼 따라붙지 않는다는 게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화성은 입주 물량 쇼크에 휘청거리고 있다. 동탄신도시에서는 시범단지 집들이 이후 입주 물량이 잇따르면서 매물이 넘쳐나고 있다. 반면 매수세는 많지 않아 가격 하락세가 두드러진다. 화성은 한달새 아파트값이 0.15% 내렸다. 경기지역 전체 아파트값이 한달 전보다 1.08% 오른 것과 대비된다.
게다가 올 하반기에는 매물이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화성 향남지구와 봉담지구에서도 올 하반기 입주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동탄신도시 인근의 미소공인 관계자는 “전세 수요가 많이 준 데다 봉담지구 입주 매물 등 대체지 물량이 늘 경우 매매가 약세가 더 두드러질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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