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따라 소리따라] 황포강과 하얀바지 - 1 -
9월 15일 (토) 인천공항에서 상해로
인천공항에서 촌스럽게 단체사진을 찍고 출발하는 줄 알았다.
그런 것은 없었다.
다만 개념 없는 내가 중국돈을 1원 (한국돈 130원)도 안 바꾸고
남들은 환전한다, 면세점에서 물건을 산다는데
중국행 비행기 게이트 앞에서 모방송사의 재방송을 보며
출국시간을 쪼개고 있다가 전유성님이 쓰윽 지나가시길래.
오잉?
첨부터 끝까지 함께 하는 여행인가보네 싶었다.
그생각 하다가 인사를 한다는 게 뻔히 쳐다만 보고 만 꼴이었다.
중국에 도착해서 인사도 하고 친한 척을 해야긋다고 생각하며
인천공항에서 퍼질러 앉아서 본 티비프로그램은 잼났다.
드디어 중국도착.
공항에서 '전유성과 함께 하는 상해여행'이란 현수막이 붙은
우리만의 전세대형버스를 타고 노포대교를 지난다.
상해를 흐르는 황포강 (수심 7~9미터라서 만톤급의 여객선 운항도 가능)을 바라보는데,
과거에는 조선소가 있었다 한다.
다리 지나가기전에 대형간판이 보이는데 얼른 읽어보니
'Krupp Shanghaii Stainless'라고 적혀 있었다.
중국가이드(坤, 30살, 무오생)는 연변출신이라 하고 키는 작지만
얼굴이 예쁘장하고 영리하게 생겼다.
속이야 어떨런지 몰라도 적어도 겉으로는 약게 행동하질 않아
일행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그 가이드의 말에 의하면,
상해에서는 마누라 없인 살아도 에어컨 없이는 못산다고 할 정도로
후텁지근하단다.
39.8도의 아열대성 기후라서 그렇다는데
겨울엔 0도를 넘어가진 않지만 눈 내리지 않고 비가 와서
습도가 심한 추위로 고생한다네.
점심을 먹기 위해 내린 곳은 남명로라는 곳인데,
상해의 쇼핑거리이고 우리나라의 명동에 해당된다 한다.
交通銀行이라는 고색창연한 건물도 보이고
비슷한 양식의 건물이 제법 보이길래 눈여겨보았더니
그런 건물들이 100년은 되었다니 유럽식건물의 모양새와 오래된 폼이 이해가 간다.
더군다나 거리의 간판들이 약자가 많아서 의아하기도 했다.
정자도 모를판에 약자인들 알겠는가?
우리나라에선 꼬박꼬박 정자로 쓰는 글자들도 여기에선 약자로 쓴다.
교포 2세들은 약자를 많이 쓰고 잘 알고 있고
3세들은 아예 약자를 쓰며
매일 새로운 글자가 나와서 지도회사와 더불어 사전회사는 '철밥통'이란다.
읽기는 일만자 정도, 쓰기는 5천자 정도면 준수한 편이란다.
소수민족(55개 정도)이 많아서 못다 먹어보고 죽을만큼
요리의 가짓수가 많기도 한 나라라고 하니, 뭐든 大자가 어울리는 나라다.
홍콩플라자 (Hongkong Plaza 香港廣場 : 향항광장) 라는 간판이 또 눈에 띄길래
살펴봤더니 Shanghai torurism festival 이라는 간판도 함께 붙어있는 걸로 봐서
돈 좀 쓰고 가라는 말인 것 같다.
단
請小心이 뭐게요?
아님 小心도 있는데, 층계가 가파르거나 출입문 근처, 공사중이라 젖은 곳 등에 있다.
조심하라는 말씀.
상해 임시정부 계단에도 적혀있다.
大韓民國臨時政府
는 文明小區 (Model Quarter) 인 것 같다.
(누가 말해 준게 아니라 그 거리에 있었다)
상해도심엘 나가보니
新世界백화점도 보이고 무슨공사(公司)나 무슨식품 간판이 많다.
상해(上海)를 남경(南京)이라 하는데 우리가 북경이니 중경이니 할 때,
상해는 남경으로 분류하는 모양이다.
그러니 327 南京茶路(남경다로) 이런 것들이 눈에 팍 띈다.
간판이나 이름에 민감한 나, 직업병이다. ㅋㅋㅋ
상해 도심 명동 같은 곳에서 유람열차(서울랜드의 열차같은 것)를 타고 구경을 하는데,
거리가 넓고 크다보니 생긴 것이고 그것이 관광객들의 주머니를 바라고
버젓이 도심에서 하루종일 돈다는 게 신기해서 타 봤다.
내릴 때 전유성님이랑 함께 내려서는 원래 모이기로 한 곳 까지는 걷기로 했다.
한 눈 팔다가 하얀바지를 보고 한 눈 팔다가는 얼렁 하얀 바지를 따라가고 그러면서
옆에 있는 여자일행에게 "우린 그님의 하얀바지만 따라가면 길을 잃지 않아." 했더니
앗따 그양반 귀도 밝으시네.
얼렁 뒤를 돌아보며 한 마디 하신다.
"사실, 나 흰바지 첨 입어 봤어요."
우쨌거나 중국엘 50번도 넘게 와 봤다는 그님의 흰바지는
중국가이드, 연변처녀의 깃발보다 더 잘보였다.
투비컨티누드! ^^*
첫댓글 아~~ 부럽습니다. 언제나 상해엘 한번 갈꼬나.....상해 임시 정부 앞에서 잠시 묵념을 하지 않고요?...ㅎㅎ
상해임시정부 안에 들어가봤습니다. 일일이 다 쓰자면 천일야화가 되겠기에 생략... 모금함에 한국돈 넣고 왔습니다. 누군들 가심이 묵직하고 울컥해서는 성금 안내고 못배긴답니다. ^^*
와~ 드뎌 중국 여행기가 올라오는군요~ 흰바지.. 신경쓰여서 왠만해선 입기 힘든데 굉장히 멋쟁이 일행이신가 봅니다~ 상하이가 더운 지역이었군요. 근데 난 왜 추운곳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을까? 아마도 영화나 티비에서 보여지던 독립운동가들이 두꺼운외투를 입고 눈발날리는 풍경속을 휘적휘적 걸어가던 모습이 각인되어서 그런가 본데 의외로 눈이 안온다니.. ㅡ,.ㅡ 투비컨티누드~가 기대됩니다~ ^__________^
개그맨 전유성님이 생전처음 흰바지를 입었다는데 삼박사일 내내 입고 다닙디다. ㅋㅋ/투비컨티누드는 새로운 누드라네요. ㅎㅎㅎ
중국여행기의 서막이~~~ 상해가 역시 장난이 아닌 곳이라더니, 역시... 우리나라 역사의 한 부분이 상해임시정부를 보면 정말 가슴이 찡해질 듯... 상세하고 위트 넘치는 글 잘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