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개장국 - 문하 정영인 -내가 다니는 한의원 담당 의사는 내 체질은 ‘소고기 체질’ 이라고 주로 소고기를 먹고 열이 많은 보양식(補養食)을 피하라고 한다. 그러니 그 좋은 보신탕, 삼계탕, 추어탕 등을 먹지 말라는 말이다.그 의사는 사람의 체질을 한의학에서 말하듯 사상체질, 팔상체질 하듯이 세 가지 체질로 분류한다. 세 가지 체질은 소고기 체질, 돼지고기 체질, 닭고기 체질이라고 한다. 그 체질에 따라 특히 먹어야 할 음식과 먹지 말아야 음식을 단단히 주의를 준다. 나 같이 소고기 체질인 경우는 고기류는 소고기, 과일류는 배, 곡식 종류는 콩, 채소는 무 등이다. 그에 따라 성질도 다 다르다고 한다.하기야 사자에게 풀만 먹고 살라고 할 수 없다. 토끼에게 고기만 먹으라고 하면 그 토끼는 죽고 말 것이다. 그나마 사람은 잡식성(雜食性)이라 다행인 아닌가. 육식성(肉食性)인 사자, 초식성(草食性) 토끼는 다 그에 맞는 먹거리를 먹어야 할 것이다. 어찌 보면 육식과 초식을 섞어 먹어야 하는 잡식성인 사람이 채식주의자가 되는 것은 어느 정도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내가 잘 아는 지인이 관상동맥 우회이라는 대수술을 받았다. 그를 수술한 유명한 흉곽외과의사가 말하드란다. 빨리 회복하려면 개고기를 먹으라고……. 한국도 반려동물 천만시대에 진입했다. 그 반려동물 중 주로 개와 고양이다. 이젠 ‘개 팔자 상팔자’라는 말이 실감 난다. 반려동물을 위한 호텔, 미용실, 화장장과 납골당, 심지어 실비보험까지 등장했다. 그러나 개고기는 혐오식품이고 그걸 먹는 사람은 야만인으로 분류가 된다. 프랑스의 유명한 육체파 여배우는 한국인의 보신탕에 대해서 이를 갈고 비판을 했다. 서양인의 입장으로 보아서는 어불성설(語不成說)이기 때문이다. 하기야 작금의 현실에서는 반려견의 집안에서의 서열은 가장보다 훨씬 위라는 것은 세계적인 공통적 추세이다. 보신탕은 역사와 전통이 있다. 한자의 ‘그릇 기(器)자’를 보아도 네 명이 겸상해서 개고기를 먹는(ㅁㅁ犬ㅁㅁ) 글자이다.과연 그들은 어떨까? 강제로 사육 시킨 거위의 간, 상어 지느러미, 말고기 등은 그들의 기호식품이다. 인간에게 필수적인 삼대 영양소는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이다.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단백질원이 늘 부족했다. 단백질원인 쇠고기는 함부로 먹을 기회가 없었다. 소를 함부로 잡을 수도 없었고, 잡았다 해도 좋은 부위는 다 있는 자들의 몫이었다. 오죽했으면 서양인이 이용하는 소의 부위는 50가지 정도인데, 한국인은 200여 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소의 피를 비롯하여 껍질까지……. 내가 어렸을 때도 쇠고기는 명절날이나 특별한 날이나 몇 첨 먹었을 정도다. 오죽했으면 고기 못 먹어서 일어나는 소증(素症)이라는 병명이 생겼을까?그래서 가난한 서민들이 쉽게 구할 수 있는 삼계탕, 추어탕, 보신탕, 순댓국 등이다. 특히 보신탕을 옛날 결핵환자들을 치유하던 고단백질 음식이기도 하다. 그래서 약식동원(藥食洞源)이라 했던가. 아마 사위가 오면 씨암탉을 잡아준다는 말도 거기서 유래된 것이 아닌가 한다.소머리국밥, 곱창구이, 수구레, 도가니탕, 꼬리곰탕, 선짓국 등은 다 그렇게 해서 태어난 음식일 것이다. 이젠 복날이면 복달임하던 보신탕집이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 한국의 대표적인 개고기 시장도 사양길로 접어들고 있다. 우리 어머니는 보신탕을 개장국이라 하셨다. 한 여름철 식구들이 일에 지쳐 소중이 생길 무렵이면 똥개를 한 마리 잡았다. 특히 비리비리하고 소증을 심하게 앓던 나는 그 무렵이면 얼굴에는 버짐이 피고, 머리에는 도장부스럼이 나이테를 그렸다. 어머니는 동네에서 유난히 개장국을 잘 끓이셨다고 한다. 하기야 그 당시 단백질원은 식물은 콩이고, 동물은 닭고기, 개고기였다. 어느 한국 작가가 ‘채식주의자’라는 소설로 세계적인 상을 받았지만, 사람은 채식주의자가 아닌 잡식주의자이다. 그러니 사람은 동물성 단백질이나 식물성 단백질을 골고루 먹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인체공학적으로 잘 씹으라고 사람은 어금니가 발달했다고 한다. 토끼는 풀 뜯어먹기 좋게 앞니가, 사자는 고기 뜯어먹기 좋게 송곳니가 발달했다고 한다. 식품영양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식물성 단백질과 동물성 단백질의 구조와 쓰임이 다르다고 한다. 우리는 서양인처럼 우유나 치즈, 버터를 먹던 유목민족이 아니다. 농경사회민족이다. 닭 삶고, 미꾸라지 끓이고, 어쩌다 개고기를 먹던 민족이었다. 닭똥집, 모래주머니, 닭발, 돼지껍질, 쇠가죽까지 먹던 고기가 부족했던 민족이었다. 지금에서야 닭발에는 피부에 그리 좋다는 콜라겐이 많다고 야단들이다. 이즈음은 그리도 천대 받아 ‘개-’자가 붙던 것들이 개 팔자 상팔자라 하듯이 팔자기 늘어지고 있다. 개복숭아, 개살구, 개똥쑥, 개고기…….하기야 개지랄해야 먹혀가는 세상이기도 하다. 술이 고주망태가 되어 파출소에서 개지랄해도 상전 취급을 받는다. 개판을 쳐도 경찰이 멀뚱멀뚱한다. 법을 집행하기 위해 잘못 건드렸다간 손해배상 청구에 쪽박 차기 십상이다. 확실히 개 팔자 상팔자기 되 가는 세상임엔 틀림없다. 사람값이 개값도 못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거 한 대 치고 내가 개값을 물어?’ 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나와 집사람은 소고기 체질이란다. 집사람은 한우고기 체질이고, 나는 수입고기 체질인가 보다. 거기다가 집사람은 1등급 A++ 라나……. 내가 고기 먹고 싶다면 수입육을 사 오고, 자기가 먹고 싶으면 한우를 사 오니 말이다.광우병(狂牛病) 때문에 한국 사회가 커다란 사회적 파동을 겪은 적이 있다. 미국 수입쇠고기를 먹으면 뇌에 구멍이 숭숭 뚫려 죽는다는 설이다. 그때 모 정당의 대통령 후보가 게거품을 물며 광적으로 반대를 했다. 자신의 아들 둘은 미국에 유학 시켜 그리도 햄버거를 먹였으면서……. 양두구육(羊頭狗肉)이라 했던가. 정치인들의 양두구육 같은 위선(僞善)은 지금도 횡행한다. 똑같은 것도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인 내로남불처럼 말이다. 입으로는 개고기 반대하면서, 저녁에는 개고기를 먹는 위선자들이 얼마나 많은지! 듣기 좋은 말로 보신탕이나 영양탕이고, 순우리말론 개장국이다. 그것도 그렇다. ‘보신탕’하면 언격(言格)있는 것 같고 ‘개장국’하면 좀 그런가?왜 최고의 흉곽외과의사가 중한 수술환자에게 빨리 회복하려면 개고기를 먹으라 했을까. 그것은 개가 사람과 가장 가까이 생활하는 동물이라서 그렇다는 말도 있다.우리는 우리 식의 식문화(食文化)가 있고, 저들은 저들만의 식문화가 있다. 그들이 포크와 나이프로 식사를 한다면 우리는 숟가락과 젓가락으로 식사를 하는 것처럼……. 그나저나 지인 중에 초복부터 말복까지 보신탕 30그릇을 먹어야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실천한 분이 있었다. 갈수록 그분의 입지가 좁아져만 가니 안타깝다. 이젠 복날하면 보신탕으로 보양식을 하던 시절이 지나 삼계탕이 대세를 이루니, 닭들만 줄 초상나게 되었다. 비리비리하고 소증(素症)으로 고생하던 나에게 개장국은 보약과 같은 존재였다. 지금의 단백질 제제인 알부민과 같은……. 또 어렸을 때부터 속병으로 고생하던 나에게 그 병에서 해방 시켜 준 것이 옻닭이었으니 보신탕과 삼계탕은 보양식이다. 그런데, 보양식은 먹지 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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