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라별 잡다한 것들이 주변을 장식하게 되더란 것이다.
목선반칼도 조금 작은 사이즈 한 벌 더 사서 부담없이 막 연마해 보고,
로봇솔비의 카바이드 팁을 쓰면 동영상처럼 잘될 줄 알고 사봤다.
이건 그냥 쪈버림.. 게다가 다른건 다 멀쩡한데 며칠간 비 좀 왔다고
이것만 몸통에 녹이 슬었다.
좀 더 고수가 되면 사용을 더 잘하게 되겠지...
또 컵에 고리도 채우고 싶어서 물음표 팁을 붙인 칼잽이도 불러왔다.
주제넘게 젤 작은 고리로 시도하다가 한 개밖에 걸지 못하고 말았다.
“우와! 색도 좋고 멋지네, 근디 컵이 뭐 이리 두껍다요?”
컥! 뭔넘에 눈이 저리 매섭다냐..
낸들 모르겠는가, 시방 내 실력에 더 깎으믄 모감지 부러질까봐, 옆으로
구멍날까 손도 바들바들 떰시로 겨우 모양만 냈구만...
그나저나 다시는 파덕으로 고블릿 잔은 안만들란다.
주변이 고춧가루 뿌려놓은 것 같이 되어서 청소 안할 수가 없다.
안그래도 선반 주변에 튄 잔재들을 시시때때 치우기 징하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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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하나의 깨달음
엔드그레인 도마만들때 꽤나 복잡한 집성하면서 나의 세심함에 스스로
만족했던차라, 이번에 남은 쪼가리로 집성했는데 이게 직사각형 형태라
타원형 접시로 만드는 실력은 안되니 잘라서 모양 좀 내보자는 뜻에서
집성후에 밴쏘로 그럴듯하게 잘라서 선반에 물리고 돌리며 작업했다.
이런 접시를 만들어 놓은 것만 보았지 작업하고 있는 것을 보지 못하고
실행을 하니 나의 손이 고생을 더 하게 된다.
작업하면서야 깨닫고는 칼등으로 옆통수를 툭툭 친다.
접시를 먼저 만들고 나서 잘라야 했지 않았느냐, 그러면 선반 작업이
훨씬 수월했을텐데 테두리쪽으로 깎아갈수록 손에 전해오는 진동에
새가슴이 되어서 그야말로 진땀을 빼며 겨우 모양을 갖췄다.
집성한 김에 선반 구입하면 만들어 보려고 별렀던 밀대(롤링핀)를
여러 가지 특수목들로 구성해보았다
평상시에는 주방에 장식을 겸할 수 있도록 보기만 해도 딜리셔스하고
어디에 두어도 엘레강스하고 무엇보다도 자신의 럭셔리한 취미를
뽐내게끔 해주어야 한다. 왜? 와이?
여자들에게는 자랑거리를 끊임없이 쥐어줘야 한다는 남자의 숙명을
일찍부터 터득한 세월이기에 만드는 순간에도 완성품을 받아들면서
고마워하는 아내의 표정과 또 저 아까운 것으로 밀가루 반죽을 밀어
만든 팥칼국수의 맛은 어떨까 싶기도 하고...^^
집성하고나니 기다림의 여유를 즐기는 시간도 주지않는 기특한 아내가
“이것말이요, 오래되어 때가 끼었으니 선반으로 어떻게 좀 해봐요”
건네 준 것은 한 삼십년 된 절구공이다.
내가 이거하려고 연장베드를 산줄 알았나...
다행히 죠우가 맞는게 있어서 잘 물리고 저속으로 돌려봤다.
워메~ 가운데 손잡이쪽 부터 조금 틀어진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까지나
요동칠 줄은 몰랐다.
옆에서 보고 있었으면 “안되겠네, 가져가소!”저절로 튀어나오련만...
그냥 안된다면 그냥 손으로 때벗기라고 할게 뻔하다.
최저속도로 돌리고 비장의 무기를 꺼내 들었다.
한창 사재기할 때 얼마나 쓸데가 있을 것이라고 샀는지 모르겠다.
이것 역시 순전히 동영상보면서 우와! 저것만 있으면 뭐든지 다 쓱싹!
지름신 강림할 때 순간 홀린 것이지 뭐겠는가.
그런데 이것이 목선반하면서 아주 유용하게 쓰일 줄 몰랐다.
유튭샘들 중에 제작물을 돌리면서 손사포 작업외에도 작은 드릴에 원형
사포를 끼워서 매끈한 표면을 얻는 장면이 보였다.
그때 내가 가진 저 오실레이팅 멀티툴이 떠올랐었던 것이다.
이후 원형의 연마작업시 220방 정도의 일반사포에서 나오던 실선이
나오지 않는 효과를 보았다.
그리고 이것은 재봉틀다리를 쥐어줬더니 컵인냥 마시는 시늉을 냈던
꼬맹이에게 선물하는 이쁜 컵이다.
이제 목선반의 원리와 목리에 따른 칼맛을 조금 알아가니 자신감이
붙어서 씩씩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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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밀대(Rolling Pins)
고급스럽게 보이려니 이왕이면 밀대걸이도 만들어야 했다.
내게는 가장 친숙한 레드오크로 모양을 내보았다.
나의 사진실력으로는 원래가진 나무의 색감을 어찌해 볼 수가 없다.
한 여름동안, 이런 저런 일들로 인해 쉬는 날도 많았지만 틈나는대로
작업한 결과에 나름 만족하면서 추석선물로 대신할 종류가 많아졌다는
행복한 고민을 해본다.
< 이제가면 언제오나~~~ 추석쇠고 오지요~^^ >
첫댓글 에구 할수있는 일이 있다는게 또 할수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아시죠? 참으로
잘 지내시죠? 즐거움을 찾아가는 것이 소중함을 담아가는 것이겠지요?
다만 욕심이 넘칠까봐 간간히 걱정되긴 한답니다^^
생활속에 필요한 도구를 세련된 디자이너처럼 만든 작품이 예술입니다.
네.생활목공이 취목의 시작이지요.과찬에 감사합니다^^
와우~~ 이뿌당~
저 밀대로 나비파이를 만들면 나비되어 날아갈라나~?
엥?나비파이도 만들어요?재주가 많아요^^
들어도먼말인지모를 저많은것들을알아서잘다뤄 저리멋진것들을만들어내다니.
그나이에 샘솟는창의적인아이디어와부지런한열정이감동적이야~
친구들의 감동이 내 정열의 밑천이지 않을까^^
다음 가을 여행도 즐거우시길..
드디어 예술가의 기질이 DNA에서 표출되기 시작 좀 빨리 조기교육의 시대였으면 목공에 대전에 대상은 그후 세계로 글로벌하게 진출 지금 여기서 이렇게 이야기 할수나 있었을까?
전문가의 경지에 예술적인 감각까지 가미되어 문외한으로서의 표현할말이 없는 대단한 작품들입니다
제2의 인생을 집에서 꼬무락꼬무락 작품에 열중하시는 모습을 상상해봅니다
쫑가소식도
ㅎㅎ 성견이 다 되었네요..머잖아 연락드리고 한번 뵙지요^^
@빛가람마 잘생긴 견공이다.늠름해.
그참 읽을수록 맛진글이네요. 사진과 함께 요대로 모아서 책내셔도 될듯. 그나저나 30년된 절구공이를 이적지 보관해오는 패밀리라니! 대단해요. 부창부수여.
역쉬! 이제부터는 예술 작품이 나오네요 애쓴보람있으십니다 색감 모양 쥑입니다
글 중간에 나오는 짝님에 대한 쫑크비스무레한것도 정이 넘치는 터치입니다 ㅎㅎ명절잘보내세요
재주를 타고 나신모양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