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의 산 마르코 광장에는 '두칼레 팔라초'라는 口자 모양의 장대한 베니스 공화국 정부청사 건물이 있다. 要塞(요새)같은 건물 속에 내부정원이 있다. 거기서 2층으로 통하는 넓은 계단 위. 여기서 서기 1355년 국가 원수 마리노 파리엘은 금빛 나는 원수모자를 벗기우고 백발의 머리를 참수당하였다. 최고 권력기관인 10인 위원회의 한 위원이 창 끝으로 머리를 찍어 이 건물의 발코니로 나가 청중들에게 『나라를 배신한 자에게 정의를 구현했다』고 소리쳤다. 원수 이외에 11명의 음모자들은 참수형보다 한 등급 낮은 교수형을 당했다.
이 사건은 파리엘이 평민들과 짜고 민중봉기를 선동, 共和政을 뒤엎으려는 음모를 꾸미다가 발각된 쿠데타 미수였다. 비록 미수사건이라 해도 베니스 지배층은 國體 변경 음모를 가차 없이 응징한 것이다.
어느 나라이든 영토, 헌법 등 國基를 뒤엎으려는 반역에 대해선 大逆罪(대역죄. high treason)이라고 하여 보통 死刑으로 처벌한다.
프랑스의 반역자이자 영웅 필립 페탕 장군은 1914년 1차 세계대전이 터졌을 때 轉役을 기다리던 58세의 고참대령이었다. 전쟁이 나자 그는 준장으로 진급하여 사단장을 거쳐 제2군 사령관으로서 유명한 베르당 전투를 지휘했다. 獨佛 쌍방이 낮은 野山지역에서 맞붙은 이 陣地戰에서 양쪽이 약80만 명의 戰死者를 냈다.
나는 3년 전 베르당의 전투기념관을 구경한 적이 있다. 프랑스측에서 15만 명 분의 쌍방 유골을 수습하여 거대한 기념관 건물안에 꽉 채워놓고는 유리창을 통해서 들여다보게 해놓았다. 아마도 이 세계에서 유골이 가장 많이 보관되어 있는 장소일 것이다.
베르당 전투에서 프랑스군은 물러서지 않아 이긴 셈이 되었다. 페탕은 '베르당의 영웅'으로 불리게 된다. 1917년에 그는 프랑스 군대의 총사령관이 되었고, 戰後엔 국방장관, 국무장관을 역임했다.
1940년 6월 프랑스가 독일군의 전격전에 걸려 6주만에 붕괴되자 그는 국가원수로 추대되어 독일과 강화조약을 맺었다. 페탕의 名聲(명성)도 작용하였는지 패전국 프랑스는 상당히 너그러운 대접을 받았다. 히틀러는 페탕을 존경했다고 하는데 그는 프랑스 국토의 5분의 2를 페탕이 영도하는 비시 정부의 관할로 넘겨주었다. 이 비시 정부 구역엔 나치 독일군이 주둔하지 않았다.
비시 정부는 독립국처럼 행동했다. 독일이 벌이는 전쟁에도 휘말려 들지 않으려고 중립을 선언했으나 뒤로는 독일을 지원했다. 페탕은 프랑스의 敗因이 자유민주주의를 악용한 무질서와 부패에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카톨릭의 전통에 입각한 건전한 풍습을 진작시킨다면서 여러 가지 개혁정책도 폈다. 물론 독재적 숫법을 썼고 反유태인 정책을 폈으나 비시 정부지역의 거주자들은 독일의 간섭 없이 평화롭게 살았다.
그러다가 美英 연합군이 北아프리카에 상륙하자 독일은 1942년 11월11일에 비시 정부 구역 내로 들어왔고 그때부터 페탕은 허수아비가 되었다. 연합군이 1944년 6월 노르만디 상륙작전을 성공시켜 프랑스 수복에 나서자 나치는 페탕을 독일로 데리고 가서 연금했다.
1945년 4월 독일의 항복선언 직전에 페탕은 프랑스로 돌아왔고 반역죄로 기소되어 총살형을 선고받았다. 한때 페탕 장군의 부하였던 드골 수상은 총살형을 종신징역형으로 감형했다. 페탕은 1951년 옥중에서 죽었는데 89세였다. 최근 프랑스에선 페탕을 재평가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그의 명성과 자존심이 패전국 프랑스의 전면적 붕괴를 막았고 인명 희생을 많이 줄였다는 이유에서이다.
페탕은 한국의 형법 93조 與敵罪('적국과 합세하여 대한민국에 抗敵한 자는 사형에 처한다')에 비교하면 동정의 여지가 있는 반역을 범한 경우이다. 그는 敵國과 합세하긴 했으나 조국에 抗敵하진 않았다. 프랑스가 독일에 항복한 이후이기 때문이다. 그의 죄는 敵國과 협력했다는 정도이다. 그럼에도 1차 세계대전의 救國의 영웅은 83세에 총살형을 선고받았다. 프랑스식 正義라면 敵國(북한정권=準적국)과 합세하여 대한민국에 抗敵한 자는 100세가 되어도 사형에 처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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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당연한 말씀 입니다
국가원수라 할지라도 반역을 기도하면 참수해야 됩니다
대한민국에 항적한 자는 참수해야 한다
역적에는 고하가 없이 엄히 처형 해야 하고말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