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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소방서는 집에서 1마일 정도 떨어진 곳에 있다. 몇십년 동안 출퇴근하면서, 하루에 최소한 두 번 그 앞을 지나곤 했지만 주위에 불이 나는 경우가 잘 없어서인지 대체로 조용하다. 가끔 소방서 대원이 한가하게 잔디에 물 주는 모습을 먼발치에서 본 적도 있다. 그런데 그들과 조용히 살고 있던 주민들에게 지난 1월 발생한 퍼시픽 팰이세이드 산불은 큰 위협이 됐다. 산 하나를 넘어오면 우리가 사는 곳도 예외가 되지 못할 지경으로 가까웠기 때문이다. 소방서 대원들은 방위군, 경찰과 함께 집집마다 대피 명령을 전달하고, 집을 떠날 때 까지 지켜보았다. 우리 부부는 랩탑과 여권만 갖고 여벌 옷 없이 빈 몸으로 서둘러 집을 떠났다.
산불이 진정돼 귀가한 지 한 달 반이 지났다. 위험을 무릎쓰고 최선을 다해 화마와 싸운 그들에게 진정으로 고맙다는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우리 동네까지 산불이 퍼지지는 않았지만, 그들은 캘리포니아 전 지역 소방대원들과 마찬가지로 피해지역으로 소집되어 불려 갔었다,
산불이나 건물 화재를 담당하는 것이 그들의 의무라고 치더라도, 위험을 마다 않고 오로지 생명을 구하기 위해 불구덩이 속으로 뛰어드는 게 그들이다. 행여 가족이 위험한 상황에 처했을지라도 그들은 자기 가족 보다 일반인들을 우선 위험에서 구한다. 그것이 그들의 윤리이고 직업관이다.
조선시대 말 대한제국 당시 선교를 목표로 입국했던 서양 전도사들이 서민들을 일깨웠다. 그들은 교육의 문을 열었고, 그 교육은 사회를 정의로운 체계로 이끄는 길잡이 역할을 했다. 서양 교육의 모델은 상대적으로 신분과 성별에 차별을 없애는 것이었다. 당시 천민으로 태어나 가난했고, 여자아이여서 길에 버려졌던 노비의 자식을 거두어 시작한 것이 최초의 서양 ‘여자 학교’이었다.
여아를 거두는 이런 교육도 일종의 적선 행위다. 적선은 의식주 해결이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일이다. 교회, 성당, 절 등 종교단체나 일반인들이 비영리 적선단체를 통해 가난한 사람들에게 먹을 것, 입을 것을 제공하고 잠잘수 있는 공간도 마련한다. 가난 때문에 생긴 어려움의 불을 일시적으로 끄는 활동인 셈이다.
이와 달리, 박애 사업은 가난을 유도한 사회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보충 완화시키기 위한 사업이다. 그래서 박애사업 단체는 교육, 문화, 예술, 스포츠 등 여러 분야가 있고, 체계적으로 운영되어 사회정의를 궁극적으로 실현한다.
우리의 모국은 옛부터 교육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에 관한한 자부심을 가져도 될 것 같다. 조선시대 일반 서민들에게까지 포괄적인 교육을 제공하지 않았을 뿐이다. 한미수호조약(1882년)을 맺은 지 12년 후 갑오개혁이 있었고 조선은 개항했다. 갇혀있던 사회가 개방된 셈이다. 그중에서도 교육기관 확장이 가장 눈에 띤다. 조선 정부가 광혜원을, 민간인이 원산학사를, 미 감리교가 배재학당과 이화학당을, 또 미 장로교가 경신학교와 정신학교를 세웠다. 천주교는 약현학교를 설립했다.
미국의 고등교육도 비슷한 역사를 갖고있다. 1636년에 설립된 하버드 대학에 이어 미국 북동부 지역의 아이비리그 사립대학들도 박애 사업으로 설립됐다. 남북전쟁 후 고등교육 기관이 없던 남쪽 주들은 전쟁으로 공부 할 수 없던 청년들을 위해 주립대학을 세우게 된다. 링컨 대통령 시절(1862년) 모릴 상원의원의 ‘모릴 토지 허여 법안’이 그것이다. 그것은 농업, 기술직 외 고등교육 기관 설립에 주(州)가 국가의 영토를 쓸 수 있도록 할당받는 제도이었다. 대부분 주립대학이 이렇게 시작됐다.
개교 400년을 앞두고 있는 하버드 대학은 지금까지 188명의 천만장자, 8명의 대통령, 10명의 아카데미 수상자, 110개의 올림픽 메달 수상자를 배출했다. 50억 달러 이상의 기부금이 들어왔다. 유서깊은 도서관에는 2천만 권 이상의 책이 보관돼 있다. 매년 학교에 기부금을 보내는 졸업생만 3만명 이상이라고 한다. 또 천만장자 못지않게 졸업생들은 그들의 재능과 재력을 사회에 환원한다. 미국 내 거의 모든 대학들, 적지 않은 고등학교, 비영리 단체들은 조상들이 그러했듯이 현재 적선과 박애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미국의 저소득층 어린이들이 고등교육의 꿈을 꿀수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