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 영화는 '수유 지역'의 재개발을 둘러싼 노인들의 로맨틱 코미디 쯤으로 생각하고 기분전환겸 가볍게 보기 시작했어요
장면이 지날수록 '이건 모지?'...
'노인과 치매'에 관한 무거운 주제를 잔잔하고 따스하게 풀어낸 가족영화더군요^^
줄거리를 보면
성칠(박근형)이 동네마트인 장수상회 직원으로 일하고, 임금님(윤여정)과 민정(임금님 딸)이 같은 동네로 이사오며 시작됩니다
동네가 재개발을 위해 주민동의를 받는 가운데 성칠만 반대를 해서 김장수(장수상회 사장, 재개발 위원장이기도함)가 설득하기위해 미인계(금님~나중에 성칠의 아내임이 밝혀져요)를 쓴다는 구도죠
성칠과 금님의 썸이 시작되면서 좌충우돌 알콩달콩한 로맨스(레스토랑에서 식사도 하고, 영화도 보고, 왈츠도 추고...)가 전개되는데요(므흣^^)
성칠이 치매임(그래서 가족을 전혀 몰라보는 상황)이 드러나고, 더하여 금님은 췌장암 말기입니다
금님이 성칠에게 꽃축제에 두밤자고 가자고 약속하다 쓰러지고
결국 금님의 병원에서 성칠이 장수와 민정을 만나게되요
거기서 서로 아빠(성칠)와 아들(장수), 딸(민정), 금님이 아내인 가족 임이 밝혀집니다
이때 딸이 아들과 자신을 몰라보는 성칠에게
"아빠, 엄마만이라도 기억해주면 안돼요? 아빠가 그래도, 엄마는 기억해야 하는 거잖아요?"라며 절규하죠(어찌 이런 일이... 정말 답답하더군요)
성칠이 요양원에서 금님을 못알아보고, 학생 적 모습으로 서로에게 이름을 불러주는 장면으로 끝이 납니다
중간중간 나오는 장면을 살펴보면요
성칠과 금님이 놀이공원에 가서 노는데
금님이 놀이기구를 타고나서는 몸을 가누질 못해요
그때 금님이 화장실안에서 노래를 불러 달라하고
성칠이
'나 하나의 사랑'을 불러요
"나 혼자만이 그대를 알고싶소
나 혼자만이 그대를 갖고싶소
나 혼자만이 그대를 사랑하여
영원히 영원히 행복하게 살고싶소"
금님이 감동합니다
췌장암 수술을 위해 수술실로 들어갈때 불러주던 노래거든요
치매라도 깊은 기억은 잊히지않나보네요
집에 돌아와 앓는 엄마를 보고 딸이 걱정을 하는데
금님이 "우리 나이엔 이런게 마지막일 수 있잖아?"라고 해요
함께 지내고픈 간절한 마음이 애닳아 보이더라구요
성칠의 집에서
賻儀 봉투 겉장(안에는 도장과 통장이 들은 듯)에~
[내 이름은 김성칠입니다
혹시 나를 발견하시면
통장 안의 돈으로
장례를 치뤄주시기 바랍니다
비밀번호 (4491)]
글이 적힌 걸 금님이 보고 엉엉웁니다
저도 같이요
같이 성당에 갑니다
옛 기억이 어린 곳인 듯요
성칠이 물어요
"근데 바깥양반은 어찌..?"
금님이
"남편은요... 그사람 생각하믄 마음이 너무 아파요"
"성칠씨, 지금 행복하지 않아요? 나만 그런가?" 반문하며
"그냥 우리 살아있는 동안만이라두 이렇게 행복했음 좋겠어요
좋은 생각 좋은 얘기들만 하구 살았으면 좋겠어요"
가슴이 아려와요 완죤 공감입니다^^
성칠의 일기가 나와요
'아내는 최장암 말기,
내가 기억할 수 있을까?'
'나는 내 자식들을 잊기 시작했다.
나는 짐이다'
장면이 바뀌고 화장실에서 자해한 모습이 보여요
참담하더군요
학폭 얘기도 나오는데요
장수 딸이 불량학생들에게 삥뜯기려는 찰나
장수(사별함) 애인(철가방^^)이 혼쭐을 내요
통쾌하더라구요^@^
다시 성당...
성칠이 금님에게 반지를 건네며
"우리 둘 중에 누가 먼저 죽든 울지 맙시다. 어차피 잠깐 떨어져 있는 거니까..."
숙연해지더군요
하모니카를 배우며 악보검색을 하다
우연히 영화 후기 블로그를 보게 됐어요
'시'(이창동 감독,윤정희 주연)의 감상평을 읽게 되었죠
자연히 노인에 관심을 갖게 되더라구요(저도 노인?^^)
찾아보니 윤여정님께서 출연한 작품중에 노인 관련해 꽤 볼만한 작품을 찾게되었구요
그래서 이렇게 글까지 쓰게 되었네요^^
이게 내 일 일수도 있겠단 생각합니다
어쨌건 역시 가족이 있어 든든한 거겠죠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더 적잖아요
남은 시간 후회없이 살도록 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