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걸 리
“나는 술을 좋아하되/ 막걸리와 맥주밖에 못 마신다.
막걸리는/ 아침에 한 병 사면/ 한 홉짜리 적은 잔으로
생각날 때마다 마시니/ 거의 하루 종일 간다.
.........중 략 .........
마누라는 몇 달에 한번 마시는 이것도 마다한다.
세상은 그런 것이 아니다/ 음식으로/ 내가 즐거움을 느낄 때는
다만 이것뿐인데/ 어찌 내 한 가지 뿐인 이 즐거움을
마다하려고 하는가 말이다
우주도 그런 것 아니고/ 세계도 그런 것 아니고/ 인생도 그런 것 아니다
목적은 다만 즐거운 것이다/ 즐거움은 인생의 최대 목표 이다
막걸리는 술이 아니고/ 밥이나 마찬가지다/ 밥일 뿐만 아니라
즐거움을 더해주는 하나님의 은총인 것이다. 천상병”
장마철의 지루한 날씨 속에서 비가 끊임없이 내리고, 구름낀 하늘이
어둡고 우중충 하다. 집안으로 들어오는 빗소리는 답답하고 우울한 기분을 자아낸다. 창밖으로 바라보는 빗속 풍경이 촉촉하고 칙칙한 느낌이다.
비오는 날씨에도 ‘하루 만보걷기’ 는 거를 수 없으니 우산을 들고 집을 나섰다. 늘 친구들과 찾아가는 수락산 입구로 갔다. 인적 드문 빗속의 숲길은 을씨년스런 기분마저 든다.
수락산 입구 등산로에는 천상병 시인의 시비와 여러 편의 시가 전시되어 있다. ‘막걸리’ 시 제목을 보고 혼자서 미소를 지었다. 비오는 날 빈대떡에 막걸리 한잔 충동에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무 때고 불러내어 격의 없이 막걸리 한잔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잇는다는 것도 행복이다.
우리 술 하면 역시 막걸리다.
맑은 청주를 떠내고 술지게미를 체에 걸러 적당량의 물을 섞은 게 막걸리다. 또한 막걸러 냈다고 해서 ‘막걸리’ 라고도 한다.
옛날에 어른들은 술심부름을 시킬 때 막걸리를 “사오라”고 하지 않고 막걸리를 “받아 오라”고 하였다.
우리는 막걸리 한 병과 녹두빈대떡 한 접시를 놓고 마주 앉았다.
빈대떡의 바삭한 식감과 달콤한 맛이 입 안 가득 퍼지면서, 막걸리의 상쾌한 맛이 몸과 마음을 감싸 주어 편안함을 느끼게 한다.
흘러간 옛날 가요 ‘빈대떡 신사’ 노래가 나올 것 같은 흥에 취해 비오는 날의 우울함을 잊게 한다.
천상병 시인의 ‘막걸리’는 일상적이고 소박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깊은 철학적 사색과 인간 삶의 본질적 즐거움을 보여준다.
이 시는 막걸리라는 술을 통해 시인 자신의 삶과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나타낸다. 막걸리에 대해 시인은 매우 구체적인 상황을 제시하며, 이 술이 단순한 음료가 아닌 하루를 채우는 존재임을 강조한다.
막걸리 한 병이 하루를 통해 소비되는 과정을 시간과의 교감과 일상 속에서 소소한 즐거움을 표현한다.
시인은 즐거움이 인생의 궁극적 목적이라는 주장을 통해, 현대인들이 종종 잊고 있는 삶의 본질적 가치를 상기 시킨다.
우리의 삶 속에서 즐거움을 찾고, 그것을 통해 충만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막걸리는 원래 쌀로 빚었던 것이 식량난으로 1964년부터 1976년까지는 밀가루로 주조 되었는데, 통일벼로 쌀 자급이 달성되자 다시 쌀로 등장했다. 지역마다 막걸리가 있지만 맛이 조금씩은 다르다. 알코올 도수도 6도에서 제한이 풀려 14도 이상까지 다양해졌다.
막걸리는 통풍 치료와 예방, 지방간 제거, 혈관 청소와 요산 수치 저하, 암세포 억제, 만성피로 회복 등 만병통치 식품이라고 예찬도 한다.
운동 후 땀 흘리고 마시는 첫잔 막걸리 맛은 천하 일미다.
막걸리는 대중주로 2009년 ‘한국의 10대상품’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국내 600 여개 양조장에서 약 1,200 여종 막걸 리가 생산된다. 국내 최고가 막걸리는 18도짜리 ‘해남 해창막걸리’로 주문으로만 생산하며, 한 병에 11만원으로 그 맛이 무척 궁금하다.
옛날 찌그러진 양은 주전자 두드리며 뽕짝을 노래하던 그 시절이 그립다.
첫댓글 수락산 입구 등산로에는 천상병 시인의 시비와 여러 편의 시가 전시되어 있다. ‘막걸리’ 시 제목을 보고 혼자서 미소를 지었다. 비오는 날 빈대떡에 막걸리 한잔 충동에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무 때고 불러내어 격의 없이 막걸리 한잔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잇는다는 것도 행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