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김수진]읽어보고 눈물
흘리지 마세요
◇나는지옥에서천국 으로들어섰다!◇
-탈북자 김수진
1>백년이 뒤 떨어진 곳 북한에서 백년을 앞선 곳 한국으로 왔다.나는 지옥에서 천국으로 들어섰다.
북한에서 꿈꾸던 사회주의,공산주의는대한민국에있었다. 대한민국은 천국 (天國)이다.
2>진실이 하나도 없는 곳에서 거짓을 읽으며살아온것으로 해서 세상을 내 눈으로 직접 느껴 보기 전에는 절대 감정 표시를 잘하지 않는 나는,그 때이곳 이 우리를 받아주는 조국이라는 감동 속 에서만 가슴이 울렁 거렸다.
3>비행기에서 내려 버스를 타고 당분간 우리들의집인국정원 으로 가는 길에서 저절로 탄성이 흘러 나왔다.
4>북한에 대비, 중국의 거리들을 보고 감동에 젖었던 그것은 봄눈같이 사그러지고 중국을 대비할 수 없는 대한민국의 황홀한 광경에 내 입에서는 “아, 아”하는 신음 같은 작은 소음이 새어 나왔다. 말문이 터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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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詩)에서 내가 노래했듯이 백 년이 뒤떨어진 곳에서 백 년을 앞선 곳으로 단숨에 다달았으니
내 외침이 막힐 수 밖에 없었다.
6>국정원으로 들어 가기전우리들을실은 버스가 곧장 병원 으로 향해지더니 우리들의 건강상 상처를치유하기위한 검진을 시작 했다
7>세심한 검진이 시작되었고이때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어마어마한설 비들 앞에서눈물이 왈칵쏟아져내렸다
8>약이 없는 병원, 설비 없는 병원에서 치료는 생각도 못하고 중국에서 밀수해 들어오는 흔한 정통편(正痛片:중국산두통약)으로 아픔을 달래시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각이나서눈물이폭포 치듯 흘러
내렸다.
9>국정원은 엄숙한 곳이기도 했지만 우리들을태국에서부터 보듬어주고 품어준곳이기도했다 수천 리 길을헤쳐 온 우리들의 수난의 옷들은속옷부터시작 해서 겉옷, 신발, 머리띠까지도 세세 낱낱이 바꾸어졌다.
10>나는 그때 내가 입은 모든 옷들을 속옷부터 겉옷, 신발, 생활필수품 모두 개수를 세어보았다. 모두 세어보니 40여 가지가 되는 것 같았다.
11>그 모든 것들을 국민의 부담으로 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배려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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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그래도 그 물품 들을 들고 북한처럼 어디에 서서“고맙습 니다” 하는인사같은 것은 시키지 않았다.
500g 간식 한 봉지 를 받고도 김일성, 김정일의 초상화 앞에서 군침을 삼키 며 먼저 인사를 해야 했던 우리들.
13>빼앗긴 것이 더 많건만적게차려지는 그것조차도 선물 이 되어90도로허리 를 굽혀 감격해 해야 했던 어제의 날들이 허거프게 안겨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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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국정원에서의 조사를마치고선생님들의따뜻한바래움속에서이제우리가 살아갈 삶의 진로 를가르쳐주는하나원으로자리를옮기게 되었다.하나원의 수업들에서내가제일 기다리는 시간은 한국사(韓國史)시 간 이었다.
15>나는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제일 먼저 알아야 할 것이 한국사라고생각했으며한국사교과서를 꼼꼼히 체크해 가면서 역사적인 연대(年代)들과 시기들을 수첩에 적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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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이렇게석달이라는 짧고도 긴 시간을 보내고하나원을수료 하였다.
2013년 8월, 나는 꿈 속에서도 그리던 대한민국의 국민이 되었다.
17>국가가우리에게 배려해준임대아파트로 들어가기전 주민등록증을 받았다.
18>거기에는 나의 이름과 주민번호, 집 주소가 적혀 있었다.
19>주민등록증을 품에 안았을 때, 나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감격 앞에서
20>목이 메여 눈물을 흘렸다.
===== 21>이 진정한 자유 민주주의 국가의 국민이 되기 위하여 탈출을 꿈꾸며 살아 왔던 지난 시간들,
22>죽음과도 같은 탈출의길에서헤쳐온 가시덤불 길들, 그모든것들이이제는 추억으로 내 마음 에고스란히간직되어 주민등록번호가 내심장의 한 곳에 소중히 자리잡았다.
23>드디어 국가가 정해준 나의 집으로 들어섰다.규모가 반듯하고 쓸모 있게 꾸려진 집,바닥과 천정, 기술적으로 잘 계산되어 있는 집은 종합적으로 인간의 심리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 내 마음에 꼭 들었다.
24>꾸릴 수 없어 꾸리지 못했던 북한의 창고 같은 집들이 떠올랐다.
대충꾸리고살았다는 나의 집, 이 집에 비하면쓸모없는헛간같아보인다.이제 그 집을머릿 속에 떠 올리기도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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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아무것도 없는 집이지만 푸근함이 확 밀려왔다.황홀한 나의 삶의 거처지, 나의집만세를부르고싶다.방안에앉아도 보고 누워도
보았다
26>전기 밥가마에 쌀을 앉히고 살짝 스위치를누르니“쿠쿠가 맛 있는 밥을 시작합니다”하는 소리가 노래처럼 내 귀를 간지럽힌다.
ㅡㅡㅡㅡ 27>아, 나는 행복 하다!가스레인지를 켜고 국도 끓이고 반찬도 하며 일부러 전자레인지를켜본다.신비해서 어쩔 줄 모른다.샤워수(水)에 실컷 몸을 잠그고 나와건발기(드라이어)로 머리를날리며 상쾌함을 만끽한다.
28>설거지대의 온수에 손을 잠그고 이윽토록 말없이 생각에 잠기기도 한다.전기가 없고 수도가 막혀 찬물도 없어물바케츠를들고 우물가에 길게 늘어선 줄을 따라 물이 고이기 힘든 우물바닥을 모래와 함께 퍼내던 일,물 한 바케츠를 위해 밤잠을 자지 못하고 달과 함께 우물가를 지켜서던밤들,어쩌다나오는수돗물에서지렁이와거머리를 건져내며 그 물을 그대로 마시면서도 다행으로 여겼다.
29>일터에서돌아와 전기가 없는 저녁 어둠 속에서 더듬어 키를 열고 기름등잔 아래서 내내 자욱한 방 안에서 추위에 떨며찬물에손담그던일,그모든악몽(惡夢)과도같은것을말끔히쓸어버린대한민국의 나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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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1970년대 김일성이 여성들을 부엌일의무거운부담에서해방시키겠다고 열렬히 선전한
3대기술혁명의만세 가 전기밥 밥솥 한 개도 해결하지 못한 북한이 아니라 이 대한민국에서 이미 오래 전에 완벽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셈이었다.
31>전기를명절선물 로 받으며‘배려전기’ 라는 세계 어느 나라 사전에도없는이상한 부름말로 전기를 보는것이소원이어서 명절이 오기를 애타게 기다리던 북한인민들의모습이,하루 종일 켜도 깜박하지 않는 TV 앞에서 설움을 불러 내고 있다.실컷 집을 만끽하고 밖으 로 나왔다.
32>확 트인 대통로 를 따라 끝이 없이 걷고 싶다.도로는 나라의 얼굴이라고 일컫는다.
33>대한민국의
도로 들은 신화적인 도로였다.
34>공중에 선 도로 들, 그 위로 달리고 있는 물매미같이 반들거리는자동차들. 이것이 내가지금 살고 있는 대한민국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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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시간이흐를수록 대한민국의 진면 모가 하나, 둘, 나를 향해 다가왔다.먹을 것이 너무 흔해서 무엇부터입으로가져 갈지 생각이 나지 않는 날들, 그음식들 앞에서대성통곡하기도 했다.
36>삼백만의 굶어 죽음 속에 합쳐진 내 친척들,내 고향의 어린이들과노인네들, 쌀이 없어 갓난 아기를 업고 밥가마 앞에서 눈물을 짜던 나의 동생, 그 모든 것이내설움을불러와 통곡을 터뜨리게 했다.
37>먹을 것이 흔한 곳에서조차노인네들, 장애인들을 위한 복지관, 그들을 위한 혜택,
38>아이들을 위한 놀이터가아파트들마다에있고노인네들이 들러 쉼 할 긴 벤치들이거리의곳곳 아파트의 곳곳에 마련되어 있다.
39>북한에서꿈꾸던사회주의,공산주의는 대한민국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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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한민국은 천국(天國)이다.
42>나는 지옥에서 천국으로 들어섰다.
43>천국에서도 열심히 노력하지 않으면안된다.이제는 모든 것이 내 몫이다.나는 아끼고 사랑하는것으로부터내삶을시작하려고 했고 북한에서 이루지 못했던 것을 꼭 이루기 위해 각오 하고 노력도 기울 이고 있다.
44>열심히노력해서 통일작가(統一作家)로 나의 생 (生)을 빛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