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루마기속의 교훈
권금주
아버지가 병으로 돌아가시게 되자, 어머니는 어린 저를 보며 “아버지가
돌아가시면 어린 너를 어떡하니”라고 걱정을 하시니 저는 “저 아래 동네
가서 사오면 되지 뭐”라고 말했었다니 얼마나 어리고 철부지 였던가?
돌아가시고 모든 소지품을 태워 드리면서 어머니는 아버지의 손목시계
와 또 간직하고 싶은 몇 가지를 빼 놓으셨습니다. 그중에 아버지의 재색
두루마기를 추운겨울이면 어김없이 입고 나들이를 하셨습니다.
어느 눈 오는 날은 읍내에서 철둑길을 따라 십 여리를 걸어서 집에 오
는 길이었습니다. 눈보라 속에 저를 두루마기 안으로 감싸 안고 걸으면서
“얘야 눈 올 때는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 자칫하면 눈에게 홀리어
길을 잃게 된단 다.” 그 후부터 나는 눈보라치는 날은 눈에게 홀리지 않으
려 조심을 하였습니다. 또 그다음에는 신작로를 따라 걷다가 트럭이 지나
가면서 흙먼지가 뽀얗게 일어났습니다. “얘야 이렇게 먼지가 날 때는 입
을 꼭 다물고 코로 숨을 쉬 거라 그래야 목으로 먼지가 들어가지 못하여
목이 아프지 않단다.” 그 후부터 지금까지 나는 먼지 나는 곳에서는 입을
꼭 다물고 코로 숨을 쉽니다.
또 어느 보름달이 환한 밤에 동네 마실 다녀오시는 길에 내가 잠이 들
면 등에 업고 두루마기 끝을 거꾸로 뒤집어 씌워 포대기를 만들어서는 돌
아오십니다. 개울도 건너고 귀신이 산다는 상여집도 지나서 오다가 어머
니는 저를 업은 채 논둑 옆에서 소변을 보시는 것이었습니다. 멀리서 개
가 짖어대고 환한 달빛아래 어머니의 엉덩이는 또 하나의 보름달이었습니
다. 이런 여러 가지 그 재빛 두루마기로 감싸 안고 나눈 사랑이야기 중에
서 가장 소중한 말씀은 “얘야 사람이 죽으면 펄펄 끓는 지옥과 아름다운
꽃과 맛있는 과일이 가득찬 천당이 있단다. 하느님이 착하게 산 사람은
천당으로 보내고, 나쁜 짓을 한 사람은 지옥으로 보낸단다.” 라고 하신 말
씀입니다.
어릴 때 아버지가 안계시니 어머니는 아버지의 두루마기를 통하여 어린
자식에게 아버지의 교훈을 전달 하셨을까? 라는 생각이 세월이 흐르고 흐
른 지금에야 깨닫게 됩니다.
2005 / 22집
첫댓글 어릴 때 아버지가 안계시니 어머니는 아버지의 두루마기를 통하여 어린
자식에게 아버지의 교훈을 전달 하셨을까? 라는 생각이 세월이 흐르고 흐
른 지금에야 깨닫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