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을 놈 진태가 서아람의 침대 밑에서 진정으로 썩어가고 있다.
좁은 공간. 미세하게 세어 들어오는 산소 덕분에 생명을 유지하곤 있지만 답답함이 이루 말
할 수 없을 정도이다.
후대에 길이 남을 최고의 사기도 쳐보지 못하고 이대로 죽는 것인가.
먹은 것도 없는데 자꾸 방귀만 나온다.
그걸 다시 들이마시던 진태가 짜증을 내며 발광을 한다.
"툭!.. 투툭!.. 이런 엿 같은 침대는 도대체 누가 만든 거야!!"
그때 현관문 열리는 소리.
서아람의 안내를 받고 달마가 근엄한 표정을 지으며 집으로 들어오고 있다.
"액운이 사방으로 감돌고 있소이다. 이것들을 모두 쫓아 버려야 합니다."
"그것만 쫓아버리면 되는 건가요 도사님? "
"한 생명을 구하는 일입니다. 그게 그리 쉬운 것 같습니까."
"이제 제가 뭘 해야하지요?"
"집에서 그대가 가장 오래 머무는 곳이 어딘가요?"
"그야...침실?"
"우선 그곳의 액운부터 제거해 봅시다."
침실로 들어간 달마가 침대를 유심히 쳐다본다.
그의 목적은 서아람에게 심부름을 시킨 후 침대에서 진태를 구출하는 것.
눈을 감은 달마가 알아듣지도 못할 말로 주문을 외우기 시작한다.
"마하반야 바라밀다 심경..관자제 보살 행심반야바라밀다시..조견오옹개공 도일체고액...사
리자 색불이공 색즉시공...."
그의 곁에선 손을 모아 비비며 기도하고 있는 서아람의 모습.
잠시 후.
"닭이 필요합니다."
"닭이요? 후라이드 치킨 남은 거 있는데 그건 안 될까요?"
"지금 장난하십니까. 살아있는 닭 말입니다."
"그걸 어디 가서..."
"택시 타고 양계장 가자면 데려다줄 겁니다. 그동안 방마다 가득한 액운을 쫓아버리고 있을
테니까요."
"서울에도 양계장이... 하여간 알겠어요. "
달마의 계획대로 되고 있다.
그녀가 나가면 곧바로 진태를 침대에서 꺼내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따르르르릉! 따르르르릉! "
"도사님 잠시 전화 좀 받아도 될까요?"
"어서 받으십시오."
"철커덕! 여보세요! 서아람입니다."
"마침 집에 있었구만. 네 집 근처를 지나가던 중이야."
"오...오빠? 무..무슨 일로.."
"휴대폰을 두고 왔어. 야! 최기사 차 세워."
다 된 밥에 재 뿌린다고 했던가. 갑작스레 찾아온 보스 이기용.
그리고 안절부절해 하는 서아람.
"도..도사님 어떡해요. 그..그 사람이 아파트 앞에 왔데요. 어떡해. 어떡해!!"
진태를 그대로 둔 채 달아날 수는 없다. 촉각을 다투는 급한 상황.
달마가 화장실로 들어가 숨는다.
그와 동시에 들려오는 현관문 두들기는 소리.
"탁탁탁탁!! 아람아! 문열어!!"
"아..알았어!"
"딸칵!.. 어머나!! ..딸칵! "
현관문을 열던 서아람이 달마의 벗어 논 신발을 보고 화들짝 놀라 열던 문을 다시 잠근다.
"뭐야!! 왜 문을 열다 말어?"
달마의 신발을 급하게 신발장에 구겨 넣는다. 달마의 신 옆으로 진태가 숨겨놓은 신발도 살
짝 보인다. 서아람이 현관문을 다시 연다.
"왜? 무슨 일이라도 있어?"
"아..아니야. 무슨 일은.. 아무 일도 없다니까.."
"너 요즘 수상해. 나한테 뭐 속이는 거라도 있어?"
"오빠 나 못 믿어? 정말 이럴 거야?"
침실로 들어간 이기용이 바닥에 떨어져 있는 핸드폰을 주워 주머니에 넣는다.
다행이 급한 용무가 있는 듯 다시 나가려고 하는 이기용. 그런데..
"집에 온 김에 화장실에 좀 들렸다 가야겠다."
"뭐? 화장실? "
"그래 화장실. 뭘 그리 놀라고 야단이야?"
"그..그러면 안쪽 화장실 사용해."
"근데 얘가 오늘 왜이래? 비켜봐 급하니까."
절대절명의 위기의 순간이라 했던가. 화장실에는 달마가 숨어있다.
이기용이 달마를 본다면 그 후에 일어날 사태는 불을 보듯 뻔한 것이다.
서아람의 눈이 왕방울만큼 커진다.
드디어 화장실 문이 열리고. 흠칫하며 물러나는 보스 이기용.
"누..누구야? 당신 뭐냐고!!"
"사모님!! 변기 물세는 거 맞고요. 우선 빠킹만 갈면 될 거 같은데요."
눈치 빠른 서아람이 맞장구를 친다.
"아..그..그래요? 자꾸 변기가 말썽이잖아."
"놀랐잖아. 사람 있다고 왜 말을 안 해? 그리고 당신 어느 집에서 왔어. 가게 이름 대봐."
확인이라도 해 볼 것처럼 물어보는 이기용.
자꾸만 막다른 골목으로 몰리고 있는 두 사람.
침대 밑에서는 진태가 그 상황을 들으며 한 숨만 쉬고 있다.
"내가 바람이라도 피웠어? 오빠 도대체 왜 이래?"
"수상한 걸 수상하다고 하는데 뭐가 이상한데!"
"저 사람 얼굴을 봐!! 내가 저 사람하고 마주보며 식사라도 할 수 있을 거 같아? 나 비위 약
한 거 잘 알잖아. 개그맨들 우스꽝스럽게 분장하고 나온 거나 봤지 내가 평생 저런 얼굴 본
적이나 있는 줄 알아? 오빠같이 멋진 사람은 저렇게 생긴 사람 동정할 줄도 알아야해. 얼마
나 억울하겠어 생긴 거 때문에."
서아람의 유창한 변명이 먹혀 들어가고 있는 것 같아서 다행이지만 왠지 달마의 마음이 서글
퍼진다. 그러면서도 더욱 억울한 표정으로 인상을 일그러뜨리는 달마.
"하긴.. 저 사람 정말 보기 드문 얼굴이다. 아저씨!! 지금 눈은 뜨고 있는 거야?"
"예. 눈.. 뜨고 있는 거 맞습니다. 변기 고치던 거 계속 고칩니까?"
"아..그러세요 그럼.... 미안하다 아람아. 널 의심해서. 안쪽 화장실 쓸게."
달마와 서아람 그리고 진태가 모두 깊은 안도의 한숨을 쉰다.
서아람이 급히 달려가 신발장에 넣어둔 달마의 신발을 꺼내 놓는다.
잠시 후 이기용은 집을 나갔고 예정대로 서아람도 생 닭을 구하러 나간다.
"으라차차차!! 끼이이이익! "
굳게 눌렸던 침대가 열리고 그 안에서 초죽음 상태의 진태가 굴러 나온다.
"욕봤다 진태야. 새로운 세상에 다녀온 것 같겠구나."
"도사님. 제게 더욱 기발한 묘수가 생각났습니다."
"너도 참 대단한 놈이구나. 그 답답함 속에서도. 그 안에서 해탈의 경지에라도 이른 거더
냐?"
그 날 저녁 달마운세원.
진태가 근처 사우나에서 깊은 잠을 자며 피로를 풀고 있을 때
이번에는 이기용의 본처 강말순이 달마를 찾아왔다.
"도사님. 저에게 진리의 길을 말씀해주십시오."
"동남쪽에서 길운이 찾아오고 있으니..."
" ......? "
"부인께서 가장 좋아하는 가수가 있다면 그게 누굽니까?"
"그야.... 트로트의 황제 찰리 킴이지요."
"이번 주말 동남쪽에서 열리는 그의 디너쇼에 꼭 참석해야 합니다."
"디너쇼요?"
"당신의 남편과 함께요. 쇼도 보면서 식사도 즐기고요."
주말저녁 부부와 연인들을 위한 찰리 킴의 디너쇼가 크리스탈 호텔에서 열린다.
천부적인 사기꾼 진태의 계획아래 그들이 펼치려는 사기 프로젝트는 과연 무엇인가.
날이 갈수록 강도가 더해지는 그들의 사기행각.
그 운명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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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소설 2.
[ 장편 ]
이 썩을 놈의 사랑 --- 8
펠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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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15 13:41
댓글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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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아 아찔했던 순간이네요
이번엔 Barun님이 가장 먼저 보셨네요. 연말 잘 보내고 계시죠?
셤끝낫네요 ㅋㅋ
우와!! 만세! 드디어 시험이 끝. 즐거운 연말 보내세요.
아슬아슬하고 흥미진진!!
천둥소리님 재미있게 보셨나요. 열심히 쓸게요.
펠릿님 올만이에요;ㅁ;그동안 시간이 없어서 못보고있었어요ㅜ_ㅜ
앗! 이카루님! 얼마만에 온 건가요. 앞으로 자주 방문해주세요.
ㅋㅋ ㅈㅋㅋㅋ
악 ㅋㅋ다음편 ~!
샘 올만이에요~제 블로그 다 되면 구경하러 오셔요~근데 블로그는 네이버쪽~
쎔 왜 소설 더 안올리세요?
이 소설 담편 보여주3
정말 오랜만에 보네요...!!
게임하다생각나서들렸어요 밤샜네 ㄱ- 소설열심히쓰세요 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