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기
메기를 한자로는 종어(宗魚)라고 한다. 종가처럼 명사 앞에 종(宗) 자가 붙으면 그 종류 가운 가운데 으뜸이라는 뜻이니, 메기가 민물고기 가운데 최고라는 얘기다. 실제 메기는 민물고기 중에서 먹이사슬의 최상위층에 있다. 맨손으로 물고기를 잡던 어린 시절, 어쩌다 메기를 한 마리라도 잡으면 횡재한 기분이었다. 다른 물고기에 비해 크기도 했지만 어금니에 짝짝 달라붙는 최고의 맛 때문이었다. 그런데 요리를 하기 위해 배를 갈라보면 대개 뱃속에 채 소화되지 않은 여러 마리의 물고기가 들어 있었는데, 그 가운데는 어린 메기도 있었다. 동족도 가리지 않고 잡아먹는 무지막지한 놈들이다. 메기를 우리동네에서는 상굿도 ‘미기’라고 부른다. 경상도사람 특유의 발음 때문이다. 우리는 베개를 비개라고 발음하듯이 모음 ‘ㅔ’를 ‘ㅣ’로 발음한다. 흔하던 메기매운탕집이 요즘은 잘 보이지 않아 서운하다.
메기의 한자 이름 ‘종어’에 대해서는 한 번쯤 생각해볼 문제가 있다. 한자에 ‘메’ 자가 없어 식자층에서 ‘민물고기 가운데 으뜸’이라는 뜻을 둘러대어 ‘종어’라는 엉뚱한 명칭을 붙였을 뿐 백성들은 모두 메기라고 불렀다. 백성들은 아마도 ‘종어’가 무슨 말인지도 몰랐을 터이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 나오는 바다고기의 이름도 모두 이렇게 한자로 붙여졌다. 백성들과 동떨어진 이름을 붙인 게 어디 어류뿐이었으랴. 그래서 백성들이 사용하는 말을 그대로 문자로 표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세종대왕께서 훈민정음을 창제하셨던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지금까지 14종의 메기가 확인되었다. 미유기 동자개 자가사리 등도 메기의 일종이다. 메기는 윗입술에 고양이처럼 기다란 수염이 나 있다 하여 영어로는 catfish라고 부른다. 메기의 수염은 매우 예민한 감각기관으로, 방향을 찾고 먹이와 천적을 구분하는 데 쓰인다. 수명은 40년 내외로 물고기 쳐놓고는 매우 긴 편이다. 우리나라 메기는 다 자란 몸길이가 1m가량이지만, 메콩강이나 아마존강에 사는 메기들은 보통 3~4m까지 자란다. 산란하는 모습은 마치 요술 같다. 수컷이 동그랗게 똬리를 틀고 있으면 암컷이 그 사이로 빠르게 지나가면서 알을 낳고, 수컷이 정액을 뿜어 물속수정을 한다. 암컷이 한 번에 낳는 알의 개수는 1만~10만개로 종류에 따라 큰 차이가 있다. 메기는 대부분 야행성이다.
뱀장어
뱀장어는 전국 모든 수계에 서식하는 담수어로 다 자라면 1m가 넘는다. 몸에 점액질이 많고 피부가 매끄러워 맨손으로는 잡기가 어렵다. 우리동네서 맨손으로 물고기를 가장 잘 잡던 나도 봇도랑에서 딱 한 마리만 잡아봤을 뿐이다. 뱀장어는 산란기가 되면 바다로 내려가 심해에 알을 낳는 대표적인 강하성 물고기다. 바다에서 1~2년 자란 뒤 봄에 강을 거슬러 올라오기 때문에 바다에서 잡히는 갯장어와 구분하여 민물장어라 부르기도 한다. 뱀장어의 피에는 이크티오톡신이라는 독소가 있는데, 인체에 유해하지만 열을 가하면 저절로 없어진다. 보양식이면서도 지혜로운 조상님들에 의해 예로부터 뱀장어회가 성행하지 않은 이유다.
뱀장어는 단백질과 不포화성 지방이 많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식용과 약용으로 널리 쓰인다. 우리가 보신탕을 즐기듯 왜놈들은 복날 장어요리를 즐겨 먹는다. 정력에 좋다 하여 장어구이를 즐기는 남정네들도 많다. 행주대교 건너편에는 서울근교에서 최초로 장어구이 전문점이 떼로 들어서서 불야성을 이루기도 했다. 특히 꼬리가 좋다 하여 장어구이를 먹을 때마다 쟁탈전을 벌이는 색골들도 있는데, 전혀 근거 없는 헛소문이니 앞으로는 헛물켜지 말기를. 음식점에 나오는 장어는 대부분 중국에서 수입한 실뱀장어를 양식한 것이다. 칠성장어도 모양과 생김새가 뱀장어와 비슷한데, 멸종 위기종으로 지정되어 있다.
빙어
빙어는 주로 바다에서 살다가 겨울에 강으로 올라오는 2차 담수어다. 빙어라는 이름은 조선 말엽의 실학자 서유구(1764~1845)가 얼음 속에 사는 물고기라 하여 『난호어목지(蘭湖魚牧志)』라는 책에서 처음으로 사용했다. 서유구는 정조 때 급제하여 벼슬에 오른 뒤 헌종 때 대제학까지 오른 학자였다. 빙어는 주로 동해와 서해로 흘러드는 강으로 많이 올라오지만, 낙동강에도 중류까지는 올라와 얼음낚시를 즐기는 조사(釣士)들에게 인기가 있다. 몸이 가늘고 뼈가 연해 회로 많이 먹는다. 회를 먹을 때 살에서 오이 냄새가 난다 하여 과어(瓜魚)라고 부르기도 한다. ※ 瓜 ; 오이 과
빙어는 수계(水系)의 물빛에 맞춰 황갈색이나 암청색을 띠고 있으며, 산란기가 되면 수컷은 흑갈색의 혼인색을 띠게 된다. 어떤 색이든 색깔이 연해 내장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강을 따라 올라왔다가 호수나 연못에 갇히게 되면 거기서도 적응하여 살게 되는데, 이러한 성질을 가진 물고기를 육봉(陸封)이라고 한다. 빙어는 동물성 플랑크톤을 먹고산다. 먹이가 워낙 작다 보니 늘 속이 빈 것처럼 보여 왜놈들은 공어(空魚)라고 부른다. 빙어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을 위해 겨울철이면 빙어축제가 열리는 지역도 있다. 그 가운데 해마다 1월 하순에 열리는 강원도 인제군의 인제빙어축제가 가장 유명하여 매년 수십만 인파가 몰리곤 한다.
버들치
버들치는 시냇가 버드나무 아래서 떼를 지어 산다 하여 붙여진 멋진 이름이다. 몸은 피라미에 비해 동그스름하게 생겼으며, 등 쪽은 짙고 배는 연한 황갈색을 띠고 있다. 양쪽 옆구리에는 작은 갈색 반점이 촘촘하게 나 있다. 늘 조용하게 헤엄을 치지만 무슨 미끼든 잘 물기 때문에 낚시로 잘 잡힌다. 사촌인 버들개와 함께 주로 남해수계와 서해수계에 고루 분포해 있다. 절간이 있는 깊은 계곡에도 산다 하여 중고기 또는 중태기라고도 불린다. 우리동네서는 ‘중태’라 하여 잡아도 금방 놔주었다. 맛이 너무 쓰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손질하는 방법에 문제가 있었던 듯, 금강수계에서는 매운탕이나 튀김, 또는 어죽으로 인기가 높다.
첫댓글 아무래도 민물매운탕 좀 해먹어야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