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구1광이야기 - 2편중 1편
족구를 시작한지 어느덧 10년이 다되었다.
처음 족구를 처음 시작했던건 직장내 야유회를 갔을 때 였다.
오전에 산입구의 한 음식점에 자그마한 운동장에 옆에는 계곡이 흐르는 가든에 도착했다. 짐을 풀자마자 술부터 마시는 동료들이 있고 한쪽에서는 족구를 한다고 난리다.
직급이 낮은 직원들은 잔일들을 하면서 족구 구경을 한다.
나야 뭐 주당이니 술부터 마시는 것이 당연했고…
어느덧 웃고 떠드는 사이에 금새 점심시간이 다가와 한바탕 술을 마시며 난리가 났다.
한쪽에서는 고스톱을 하면서 끝발을 올리고 있다.
아까 마신술 때문에 약간의 취기가 있다.
족구하는 놈들은 엄청 재미가 있는지 밥먹자마자 또 족구다.
여직원도 한명씩 끼워서 하는 걸 보니 은근 나도 하고 싶어졌다.
와서 같이 하자구 부축이길레 못이기는 척하면서 그들과 합류하여 한판을 시작했다.
학창시절에 공하고 별로 친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축구는 종종했는데 이건 뭐 공이 나한테만 오면 죽어 버린다.
근데 상대편에 있는 저 아랫것이 내가 구멍이라고 생각했는지 공을 나한테만 민다.
들어가다 배치기도 하고 했는데 배치기는 안된단다.
아니 족구가 별거 있나, 축구하고 룰이 같은것 아니냐고 하니 전혀 아니랜다.
저자식이 좀 안다고 게임을 가지고 노네.
공보고 달려들다가 가장 중요한 부분을 맞아 꼬꾸라 지니 이거 여자 남자 할것없이 자지러지게 웃어댄다.
다 끝나고 돌아가는 길에 이놈들이 말을 건넨다.
사모님한테 무기 고장 났다고 사무실에 쳐들어오면 어쩌냐고 농을 한다.
그래 이자식들아 내가 비실거리는 니네것 하고 같은 줄 아냐 웬만하면 고장안난다. 임마
회사에 돌아와 맘에 맞는 직원들끼리 저녘겸 술자리를 같이 했다.
술자리 하면 또 나 아닌가.
반쯤 벗겨진 빛나는 이 대머리의 유우머를 누가 당할쏘냐.
한바탕 웃고 이제 파할 때가 되었다.
근데 아까 족구 잘하는 아랫것 병돌이가 우리 족구팀을 만들어 술보다는 족구로 체력단련을 해보자구 제의 한다. 그날은 술도 취하고해서 대충 그러자고 하면서 헤어졌다.
다음날 출근하여 그이야기가 제법 구체화 되었다.
그래서 족구회 이름은 족사모족구단이라 정하고 회칙도 마련하였다.
처음 회원은 12명으로 시작을 하였다.
회장은 어차피 다들 초보이니 좀 나이 많은 내가 하라고 해서 등 떠밀려 하게 되었다.
이제 족구할 곳을 알아보던중 한 직장에서 멀지않은 곳에 적절한 공원내에 족구장이 있음을 알고 그곳으로 정했다. 일단 그곳에서 족구를 하는 사람들의 동향도 살필겸해서 구경을 갔는데 이거 뭐 공을 때리는데 팡팡 소리가 나는 것이 아닌가. 아이구 그들과 어울려 한판 했다가 개쪽만 팔리고 나왔다.
처음으로 우리 족구회가 모임을 갖고 족구를 하였다.
병돌이 이놈은 공격수는 아닌데 요리조리 공을 주면서 우리팀을 갖고 노는데 어찌 당해 낼 수가 없었다.
옆에서 보는 다른 이들이 좋아라며 깔깔댄다.
에라이 이왕하는거 내가 연습해서 반드시 저놈을 혼내주리라 다짐을 하며 다음날부터 시간이 될 때마다 공을 차고 집가까운 초등학교운동장 가서 열심히 공을 찼다.
하 이거 발도 잘안올라가고, 공은 비실거리고, 에이 그래도 지가 한1년 열심히하면 안되겠나 싶었다.
1주에 두 번씩 운동하는데 정말로 2년동안 한번도 안빠지고 운동을 했다.
어디 그뿐인가 남들보다 일찍와서 병돌이 저놈한테 강한볼을 날려 설욕해주는 날만을 기다리며 갈고 닦았다.
이자식은 내가 공을 차면 지 혼자 살짝살짝 받으면서 좀 세계차라고 놀리기까지 한다.
2년쯤 지나니 낄낄거리며 웃던 이들도 이제는 없어졌다.
하지만 병돌이 저놈은 이번에는 서브로 상대팀을 가지고 논다.
이자식이 10점이 넘어가면 강서브를 요리조리 구사하는데 실수도 거의 안하고 잘도 들어간다. 어떤 때는 서브 점수만 7점을 준적도 있다.
이자식이 성질이나 좋으면 쾐잖은데 엉뚱한 실수라도 할라치면 면박을 주기가 일수이다.
내친구놈은 그자식 보기 싫다고 자주 빼먹더니 요새는 통 안나온다.
비가 오는 날은 우의를 입고 공을 찼고, 눈이 오는 날은 눈을 치우고 찼다.
3년쯤 지나니 이제는 좀 공에 힘이 붙었다.
예전에는 병돌이 가는 팀이 대부분 이겼는데 이제는 내가 가는 팀이 이기는 회수가 훨씬 많아지기 시작했다.
4년쯤 지나니 젊은 애들이 가입하기 시작한다. 역시 젊은게 좋다. 내가 1년 걸려서 오른 실력이 이놈들은 2개월 하니까 벌써 적응이 되기 시작하더라.
동네 족쟁이들이 가끔 나더러 프로 할 것도 아닌데 뭘이리 열심히 하냐고 그런다.
이제는 공을 안차면 다리가 간지러운 것 같다.
마무라한테 주말만 되면 잔소리를 들어야 했다.
2시간만 하고 온다던 족구를 하루 종일 하고 거기다 술까지 잔뜩마시고 들어가니 귀에 딱지가 생기도록 잔소리를 듣는 날이 점점 늘어만 갔다.
족구할려구 아침 일찍일어나 방청소, 화장실청소하고 아침 먹고 설걷이까지 해주고 나와도 마누라는 성이 안차는 모양이다.
이놈무 인간아 주말에 너만 재미있게 놀면 다냐고 그런다. 나는 맨날 밥만하는 밥순이냐구 잔소리를 해댄다.
아이구 대책없다. 날더러 어쩌란 말이냐. 이 나이에 운동안하면 언제 갈지 모른다.
엊그제도 일만하고 술만 퍼먹던 교통계 한놈이 과로사로 죽었단 말이다.
족구가 나는 왜 이리 재미있을까?
진급시험도 봐야 하는데 원래부터 공부를 잘하는 것도 아니었던 데다가, 틈만나면 공을 차니 벌써 족구5년차에 진급도 못하고 있다. 후배놈이 나보다 먼저 올라왔다. 그래 뭐 인생 별거있냐, 재미있게 살면 되지. 나는 오늘도 공을 찼다. 병돌이 이놈은 회원들과 잦은 불화가 있더니 나가 버렸다.
족구장만 가면 나는 신이난다.
1000원짜리 내기를 하면서 동네 족쟁이들과 오늘도 한판했다. 이놈들은 나를 보면 “쫗아쫗아” 하며 인사를 한다. 시합하면서 좋은 플레이가 나오면 “좋아좋아”를 연발하다보니 그렇게 별명이 붙어 버린 것이다.
지금까지는 동네에서만 시합을 하여 여러번 우승을 하다보니 자신감이 들어 횡성한우배 50대부 족구 시합을 나갔다.
가서 젊은 놈들이 하는 것을 보니 기부터 죽는다.
뒤집어까기를 하는데 비거리가 장난이 아니다.
설마 50대가 저런놈이 있으리라구.
용케도 예선을 통과했다.
8강, 4강 드디어 결승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