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과 저녁밥은 자취방에서 직접 지어먹지만, 점심은 대부분 일터 구내식당에서 사 먹는다. 가끔 근처 음성읍이나 가까운 충주시 주덕읍의 식당에 나가서 사 먹을 때도 있기는 하지만 구내식당에서는 뭘 먹을까 고민할 필요 없이 그저 나오는 대로 먹으면 되니 마음이 편하다. 더구나 밥값이 3,200원에 불과하고 반찬도 그런대로 괜찮아 굳이 밖에 나가 사 먹으려 하지 않는 편이다.
구내식당이 특히 고마운 것은 내 입을 부드럽게 만들어줬기 때문이다. 어려서부터 음식을 좀 짜게 먹어왔는지라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간이 너무 약해 두어 달 정도는 밥 먹는 게 아주 고역이었다. 그러다 나도 모르게 서서히 싱거운 음식에 길들여져 3년이 지난 지금은 다른 곳에서 먹는 반찬이 모두 짜게 느껴질 정도다. 혈압이 다소 높고 이제 나도 나이가 들어가므로 음식을 싱겁게 먹는 습관이 붙은 건 건강을 위해 아주 바람직한 일이라 여긴다.
어제는 구내식당에 점심을 먹으러 갔더니 줄이 길게 이어져 있었다. 대개 식단표를 보고 오므로 줄이 유난히 긴 날은 뭔가 맛있는 반찬이 준비되었다는 것이다. 한참 만에 차례가 와 배식대에 가 보니 메뉴가 스파게티였다. 아마도 이것 때문에 식당 이용자가 많았던 모양인데 나는 당황스러웠다. 입에 맞지 않아 스파게티를 좋아하지 않지만 이미 왔으므로 먹을 수밖에 없었다. 스파게티와 양송이 수프, 야채 샐러드, 백김치, 빵 2조각이 준비된 점심 메뉴였다.
스파게티를 삼 분의 일 가량 먹었을 때부터 김치 생각이 간절하였다. 백김치로는 그 느끼함이 가시지 않았다. 게다가 수프와 빵까지 먹고 나니 느끼함이 배가되어 괴롭기 짝이 없었다. 결국, 스파게티는 반 가까이 남길 수밖에 없었다. 주변의 젊은 사람들은 아무 말 없이 잘들 먹는 걸 보면서 세대 차이를 씁쓸하게 확인하였다. 불편한 속은 사무실에 돌아와 커피를 한 잔 마신 뒤에야 가라앉았다.
불현듯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잘 먹는다.”라는 속담이 떠올랐다. 처음에는 싱거워서 고역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내 입이 구내식당의 반찬에 적응했듯 스파게티도 자꾸 먹다 보면 결국 적응이 되긴 할 것이다. 그리고 아들딸, 손주들과 어느 때 먹게 될지 모르니 입에 익힐 필요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자꾸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한다.”는 속담이 떠올랐다. 된장국과 김치 같은 걸 먹어야 음식을 제대로 먹은 것처럼 느껴지니 나는 글로벌 시대에는 영 맞지 않는 사람인 모양이다.
첫댓글 글로벌 시대에 영맞지 않는 입맛이겠죠--^^
올리브유와 청양고추 파슬리가루 조개우린물과 조개 들어가는 봉골레스파게티는 맛있어요---
그런데---집에서 우리재료로 만들어 먹으면 더 먹을만해요~~~^^
저는 그냥 포기하렵니다. 일부러 찾아 먹을 필요까지는 없을 듯해서요. 어쩔 수 없이 먹게 되면 시늉만 해야죠.
새로운 것이니 새로운 맛으로 먹으믄 되는디~~^^
뇌가 이미 입력되어진 정보에 의해 기호도를 선택하는 거예요. 뇌에게 속지 마세요.^^
다음에 뵙게 되면 무조건 스파게티 먹자고 말할 거예요.~~^^
헙! 스파게티는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