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나물과 두부를 만드는 기업, 시장에서 판매하는 두부와 콩나물에 브랜드 마케팅을 적용하여 우리 식생활 문화에 깊숙이 침투한 기업이 풀무원이다. 풀무원이 성장하는 과정과 그 과정에서 어떤 전략들을 사용하여 왔는가를 살펴봄으로써 한 기업이 탄생하여 성장하기까지 어떤 활동들을 중심으로 해야 하는가를 살펴본다.
글_이예현
1. 풀무원 이야기
‘풀무’란 대장간에서 쇠를 뜨겁게 달구기 위해 바람을 넣는 기구로, 원경선 원장은 녹이 슬고 쓸모없는 잡철이 풀무질로 단단하고 쓸모 있는 유용한 농기구가 되듯 인간 풀무질을 통해 사회에 필요한 사람을 만들겠다는 뜻에서 농장의 이름을 "풀무원"으로 지었다고 한다.
풀무원은 1981년 압구정동에 `풀무원 무공해 농산물 직판장'이라는 조그마한 야채가게를 개설하여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1984년 풀무원식품㈜으로 사명을 변경하고 법인으로 전환하여 그 해 매출액 7,400만원을 달성하였고, 그 후 약 20년이 지난 지금 풀무원은 매출액 기준으로 약 3천억원이 넘는 중견기업으로 성장하였다.
2. 풀무원 기업 소개
풀무원은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두부, 콩나물, 면류 등이 주요 제품이다. 1981년 창업 후 초기의 어려움을 딛고 풀무원 식품으로 법인화한 다음 1995년 상장하기까지 10여년 동안 두부, 콩나물로 대변되는 생지향식품과 장류, 면류, 유지류, 건강보조 식품, 생수사업에 매진하였고 현재는 화장품 사업, 생활용품 사업, 유통사업까지 진출한 상황이다.
한마디로 풀무원은 과거 우리 서민들이 즐겨 먹던 콩나물과 두부를 중심으로 사업을 펼치고 있는데 과거에는 두부와 콩나물에 브랜드라는 개념이 없었다. 풀무원은 여기에 시장에서 파는 한 모짜리 두부가 아니라, 한 움큼씩 손으로 담아 파는 콩나물이 아니라 자신만의 독특한 기업 철학과 윤리의식을 가지고서 브랜드화 시킨 대표적인 기업인 것이다.
3. 풀무원 철학
이렇게 출발한 풀무원은 ‘이웃사랑’과 ‘생명존중’의 정신을 가지고 있다.
이웃사랑 정신이란 "자연 그대로 신선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드리겠다는 이웃사랑의 정신"으로써 이는 즉 사람(풀무원)과 사람(고객)과의 아름답고 굳센 약속이며, '내 가족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식품을 만든다는 풀무원의 의지이다.'
생명존중 정신은 이웃사랑의 정신구현을 위해 생명의 근원인 자연을 사랑하고 살리는 것으로써, 작은 생명도 마음 놓고 살수 있는 자연, 환경을 가꾸어 나가겠다는 사람과 자연과의 약속이다. 자연을 자연답게 살려야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풀무원은 식품을 제조, 공급하는 기업으로서 이 두 가지 원칙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이웃사랑 정신과 생명존중 정신을 위해 풀무원은 품질관리 원칙과 환경보전 원칙을 부여하고 있다. 품질관리 원칙은 자연 그대로의 신선함을 유지하며 안전한 식품을 공급한다는 것으로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원료 품질 관리와 무첨가성의 원칙, 최고 위생 상태 원칙이 있다.
원료 품질 관리는 제품의 안전을 위해 원료 산지를 엄격하게 관리한다는 것이며 무첨가성의 원칙은 화학물질을 첨가하지 않겠다는 것이고 최고 위생 상태 원칙은 제조에서 유통에 이르기까지 최고의 위생상태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또한 환경보전 원칙을 위해 풀무원은 ‘지구사랑 캠페인’을 수행하고 있는데 이를 실천하기 위해 제품에 지구사랑 마크를 부착하여 사용하고 있으며 판매액의 0.1%를 환경과 이웃을 위해 사용하고 있다.
4. 풀무원 사업 및 브랜드
풀무원은 앞에서 잠깐 이야기한 것처럼 두부와 콩나물을 중심으로 식품과 관련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풀무원 브랜드 사업과 서비스 브랜드 사업, 전문 기능 사업, 해외 사업 등이 있다.
풀무원 브랜드 사업은 ㈜풀무원을 중심으로 두부, 콩나물, 면류, 냉동식품류, 조미식품류, 김치류 등의 생식품 사업과 녹즙, 과채음료 등의 건강 음료 사업으로 구성되어 있다. 풀무원 건강생활㈜에서는 건강 식품 생활 사업을 하고 있고, 풀무원 샘물㈜에서는 먹는 샘물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서비스 브랜드 사업은 ECMD는 단체급식과 식자재 관련 사업을 하고 있으며, ORGA는 친환경식품 전문 매장을 운영하고 있고 전문 기능 사업은 물류 사업과 IT 사업 등이 있으며 해외 사업 등도 수행하고 있다.
이 사업들의 브랜드를 보면 풀무원은 생식품 프리미엄 브랜드로 국산 원료를 사용하고 있으며 찬마루는 생식품 전문 브랜드로 수입 원료를 사용하는 제품에 사용하고 있고, 그린체는 건강식품에, 면류에는 생가득이라는 브랜드를, 유기농 전문매장 브랜드는 ORGA를 사용하고 있다. 이처럼 풀무원은 명확한 브랜드 체계를 갖추어 프리미엄 브랜드에는 ‘풀무원’을 사용하지만 나머지 브랜드는 개별 브랜드를 사용하고 있다.
5. 풀무원 Brand Identity
풀무원은 고객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Benefit을 ‘자연, 신선함, 안전함’으로 설정하고 심리적으로는 ‘프리미엄’, ‘자부심’을 전달하고자 하는 브랜드 전략을 펼치고 있다.
앞에서 잠깐 살펴본 것처럼 ‘풀무원’이라는 브랜드는 국산 원료를 사용한 프리미엄 제품에 사용하고 있으며, ‘찬마루’ 브랜드는 수입 원료에 사용하여 소비자에게 그 명확성을 제공하고 있다. 보통의 기업에서 원료가 국산이냐 수입산이냐에 따라 다르게 브랜드 전략을 운용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풀무원은 소비자에게 명확하게 브랜드를 구분하여 사용함으로써 소비자들이 각 브랜드를 알고 그리고 믿고 구매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6. 풀무원의 성공 비결
언제인가 풀무원 내부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풀무원의 성장 비결을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첫째, 채소, 콩나물, 두부 등 국민의 기본 식품들에 대해 소비자의 불신이 증가하고 있는 이 상황에서 풀무원은 ‘나와 내 가족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식품을 제조, 판매한다’는 이념아래 식품의 자연성, 무첨가성, 안전성이라는 원칙을 고수하여 제품을 공급하였는데 이것이 소비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는 것이다.
둘째, 자본의 뒷받침이 약하고 경험이 적었던 풀무원은 대기업과 전면적으로 경쟁하기 보다는 자사가 갖춘 조건에 부합하고 자사가 잘 할 수 있는 영역을 설정하고 선택과 집중의 전략을 사용하여 경쟁기업의 수가 적고 강력한 브랜드도 없던 생식품 및 건강보조 식품 분야에서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소비자의 신뢰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내용은 시사하는 점이 크다. 대부분의 (대)기업들은 남들이 하는 사업을 보고 돈이된다 판단되면 너도나도 그 시장에 뛰어들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이 있다. 풀무원은 초기 비즈니스를 시작할 때부터 풀무원이 잘 할 수 있고 풀무원에게 적합하고 미개척 분야를 찾아 개척한 것이다.
셋째, 풀무원은 재래 시장에서 주먹구구식으로 판매하던 채소, 콩나물, 두부를 단위 포장하여 풀무원이라는 브랜드를 붙여 판매하고 원료 선정부터 생산, 유통의 전 과정에서 차별적인 요소를 선택하여 브랜드 명성을 쌓아왔다. 이렇게 하여 형성된 신뢰는 기존 사업 뿐 아니라 건강보조 식품이나 생수 사업으로 확장하는데 있어서 매우 큰 힘이 되었다는 것이다.
넷째, 생식품의 냉장 배달 체계나 건강 레이디라는 여성 판매 조직을 활용한 제품 판매 등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이끌어 내면서 매출의 비약적인 성장이 있었다는 것이다.
내부에서 성공 요인이라는 것을 정리해 보면 어떤 시장 기회나 마케팅 활동을 통한 것 보다는 시장을 올바르게 바라본 상황에서 자사에 적합한 비즈니스 운영 전략을 수립하여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를 얻기 위한 지속적인 활동이 주요한 동력이라는 판단이다. 물론 이러한 것들의 근간에는 기본을 지키고 원리와 원칙에 충실한 경영이라는 철학이 흔들리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였다고 생각된다.
필자가 브랜드나 마케팅을 수행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본 몇 가지를 첨부한다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자사에 맞는 마케팅 활동이다. 둘째는 제품이나 브랜드의 판매라는 관점 이전에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를 얻기 위한 지속적인 활동이 있었다는 것이다.
최근 몇 년간의 풀무원 광고 마케팅 비용 현황을 살펴보면 매출액 대비 약 1% 정도를 4대 매체 광고비로 지출하고 있다. 그리고 그 비용 중에서 70-80%를 기업의 신뢰도와 이미지를 향상하기 위한 기업 광고에 지출하고 있다. 즉, 상대적으로 제품(브랜드) 광고에 지출하는 비용은 얼마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풀무원은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많은 사업 분야가 있고 많은 제품과 브랜드를 가지고 있다. 이 많은 제품이나 브랜드를 개별적으로 마케팅한다는 것은 많은 비용이 투입되기 때문에 풀무원은 개별 제품이나 브랜드를 마케팅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을 통합할 수 있도록 기업 광고를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유사한 사업 분야를 가지고 있는 CJ나 대상 등과 비교해 보면 명확하게 알 수 있다. CJ는 최근 1년간 4대 매체 광고비 중 제품 광고가 약 90%, 기업 광고가 약 10%를 차지한다. 대상 역시 기업 광고는 거의 없고 개별 브랜드 광고를 운용하고 있다.
이러한 마케팅 활동의 결과는 소비자 인식속에서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소비자들은 풀무원에 대해서 기업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매우 신뢰할 수 있고 좋은 품질의 제품을 만드는 기업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소비자의 신뢰를 쌓아가기 위한 방법은 광고나 마케팅 활동만으로 달성될 수는 없다. 광고나 마케팅은 제품이나 브랜드의 이미지를 좋게 만들어가기에 매우 유익한 방법일 수는 있지만 그 자체로 신뢰를 구축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즉, 다른 여러가지 활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풀무원은 이에 생명존중, 지구사랑 캠페인, 텃밭 가꾸기, 환경 보존 운동 등 자연주의 식품을 지향하는 기업이 할 수 있고 적합한 여러가지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여러가지 활동들이 종국적으로 풀무원이라는 기업의 신뢰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