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성도여행을 하고 싶었을까?
모임에서 정한 거니까?
촉한의 수도였던 곳에서 공명과 유비를 만나려고?
도강언과 사천평원 그리고 구채구의 역사유적과 자연을 만나려고?
그냥 우리끼리 놀고 먹으러 갔다고 하자.
성도의 하늘은 흐렸다.
구채구로 가는 길은 멀고 힘든 길이었다.
풍경으로 보기엔 솟아오른 산 위에 하얀 눈을 이고
규모가 큰 티벳인들의 집이 그 아래 사원과 함께 앉아 있어 풍경으로는 좋았지만
나더러 살라하면 난 사양하고 우리나라를 택할 것이다.
야크와 동충하초나 버섯이 잘 살고 있는 땅에
우리나라의 다양한 초목과 길짐승 날짐승이 풍부한 우리강산 만큼이나 할까?
구채구의 호수가 맑고 곱다지만 난 우리나라의 작은 바위 사이를 소리내며 흐르는
계곡물이 그 속에 풍덩 들어갈 수 있는 우리나라의 산하가 더 좋다.
무후사의 인물들, 동방불도 석굴의 부처상,
갇힌 듯 갇히지 않은 듯 여유를 부리며 놀고 있는 판다들
그리고 젊음으로 넘치는 인파들
이런 것들을 피상적으로 본다.
냄새 모르는 내가 음식을 가릴 것은 아니고,
술맛도 제대로 모르니 독한 술이 내 몸을 더 빨리 무너뜨리니
그 쪽의 독한 술이 나을 법도 하지만 골치 아픈 소주에 길들여져 있고
김치나 된장 찌개가 가난하지만 내 몸에 더 맞으니
구태어 내가 중국이라는 나라에 가서
배움이나 편안함이 그리 많지는 않은 것도 같다.
연암이나 추사의 치열한 학구열로 탐구 대화하는 것도 아니고
대륙에서 장사하는 것도 아닌 나는
단지 돈들여 몸뚱이로만 보고 오는 껍데기 관광객, 페키지 관광객일 뿐이다.
이제 몸의 힘은 떨어지고, 공부도 힘들어지고
그냥 돈들여 소비하면서 남 따라 다니며 구경이나 하자면서도
여전히 줏대없고, 뭐 아는 거 좋아하는 사람 흉내나 내고 싶은 나의 허영이
보여 조금 씁쓸하기도 하다.
5시 20분에 차를 타고 성도공항으로 이동한다.
이홍권 가이드는 출국심사가 끝날 때까지 밖에서 기다리겠다고 하면서 우릴 들여보낸다.
물품 검색대에서 아침 식사로 비닐 봉지에 챙겨온 두유를 모두 빼앗긴다.
막상 들어와 놓고 보니, 그에게 수고했다고 조금 더 주고 싶었던 팁도 주지 못했다.
나도 그렇고 바보도 그런 생각인데, 민수는 알고도 말을 하지 않았을까?
대기실에 들어오니 한시간의 여유가 있다.
민수랑 둘이 면세점을 돌아다니려는데 바보가 따라온다.
민수는 모태주 2병을 샀으면서도 또 수정방과 해지람을 산다.
바보와 난 싼 등급의 수정방을 산다.
담배 끊라고 잔소리하는 동생한테 준다고 담배도 2보루도 산다.
바보 카드로 계산하니 옆에 선 난 괜히 쪼잔해진다.
퇴직자의 모습인가, 본성이 인색한 나의 본모습인가?
비행기 안에서 맥주도 한캔 얻어마신다.
인천공항에 내려 서둘러 짐을 찾아 나와 민수가 끊어주는 광명역가는 버스를 타러 나온다.
순천가는 윤식형님의 버스는 광명역 열차 시각에 늦겠다.
우린 그나마 여유가 있다.
광명역에서 내리자 마자 인사하고 우린 게이트로 내려간다.
가다가 계단 앞의 소시지 가게에서 비싸게 늦은 점심을 보충한다.
한강이한테 차 가지고 송정역으로 5시 반까지 오라고 한다.
광주송정역에 내리자 주차장에 있던 한강이가 나온다.
그가 운전해 주는 나의 차를 타고 선교동에 내린다.
삼겹살 먹고 가라해도 그냥 간다.
둘이서 단지내에 하나 있는 녹차삼겹살 집에 내려가 소주에 삼겹살을 먹는다.